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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환 ‘타오 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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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People - 최현태(울산mbc 전 아나운서 2016년 11월 417호
제주에서 시작한 인생 2막

서종환 ‘타오 하우스’ 대표

사는 방법에 정답이 없는 만큼, 나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 대세인 요즘이다. 대기업 근무자가 북유럽으로 이민 떠나고 전문직 종사자가 9급 공무원으로 전직하고 은퇴 시기도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래서일까. 30~40대들에게 탈도시 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정착지는 제주도다. 많은 육지 사람들이 소망하는 제주에서 꿈꾸듯 살아가는 서종환 불자. 그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아내,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5년 전 제주에 정착했다.
깊고 푸른 바다를 지척에 두고 한라산이 내다보이는 제주 시내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그에게 물었다. 지식 노동자들의 피로도시 서울을 탈출한 지금 행복하냐고.

“행복합니다. 제주 생활에 100%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할 일이 많아 좋아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건축디자인도 놓지 않고 있거든요. 아침이면 손님들을 위한 식사 준비를 하고, 틈틈이 도자기도 만듭니다. 짬짬이 커피 볶을 여유도 있고요. 이만하면 됐다 싶지요.”

타오 하우스 중정 연못가에 제주 몽돌을 닮은 도자기 작품들이 쪼르륵 놓여있다. 원래 자리가 거긴가 싶도록 잘 어울린다. 한동안 서 대표의 손에서 떠나지 않던 제주 해변의 조약돌이 크고 작은 형태로 빚어져 향꽂이로 꽃병으로 오브제(Object)로 쓰임새가 다양하다. 제주에 와서 시작한 도예 작업은 그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찻잔을 들고 중정에 나가 제주 바람을 만나고, 2층으로 올라가 이 방, 저 방 기웃거렸다. 게스트룸 같지 않고 내 집 또는 친구네 집에 온 듯했다. 게스트하우스 곳곳에 자리한 책꽂이에서 《제주 버킷리스트 67》을 꺼내 펼쳤다. 서 대표의 아내이자 출판인인 박효열이 제주 와서 만든 책 가운데 한 권이다. 사진 한 장 없이 제주 빛깔 일러스트와 여백으로 채워진 67개 항목 중 66번째에서 저자 이담은 말한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기.’

책을 덮으니 제주의 가을 하늘이 내게 재촉한다. ‘게으르고 싶을 만큼 게을러져라. 합리적인 것은 잠시 잊어라. 오늘은 숨만 쉬면서 좀 쉬어라’라고. 해서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중정 연못가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게스트하우스 타오라면 한번 해 볼만 하다. TAO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집사람이 《걸작의 공간》이라는 책에서 유진 오닐에 대한 부분을 읽고 만약 게스트하우스를 한다면 타오 하우스로 하고 싶다고 했죠.(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유진 오닐의 집필실 이름이 타오 하우스다) 타오라는 의미를 찾아보니 길, 머리, 그릇 등에 대한 중국어의 영어식 표기더군요. 저의 도자기 작업과 연결되고, 집사람이 원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서로 좋다고 했죠.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아 ‘타오 하우스(TAO House)’라 이름 지었습니다.”

지난 9월 그의 아내는 모두를 남편에게 맡기고 중2 아들과 인도 여행을 떠났다. 보통의 엄마라면 ‘아들 교육은 어쩌고?’라는 걱정부터 할 것이다.

“집사람이 아이를 가졌을 때부터 다람살라에 꼭 데려가고 싶었답니다. 지금 중2라 많은 부딪힘도 있고 해서 다른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다음 버전의 타오하우스를 구상하기 위함도 있고요. 저의 교육 철학이라면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아이가 원해서 종합반에 보내긴 했으나 살살 꼬드겨서 그만 다니게 하였지요. 하지만 미술이나, 승마, 요트, 마술, 암벽 타기 같은 것은 아이가 원하면 전문기관에 보내서 제대로 배우게 했습니다. 조건은 한 가지 있었죠. 시작하면 최소 2년은 유지해야 하는 거요. 그리고 지금 인도를 간 것은 시작인 것 같아요. 일률적인 교육으로 아이를 지치고 반항하게 하는 것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것으로 축적된 힘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하려고요.”

그는 승마, 요트의 비싼 수업료를 걱정하는 내게 손사래를 친다. 찾아보니 괜찮은 비용으로 배울 방법이 있더란다. 중2 학부모들에게 던지는 달콤한 위무 같은 말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 지중하다는 말은 서 대표 부부에게 딱 들어맞는 말 같다. 그는 제주가 고향인 아내를 인도에서 처음 만나 서울에서 재회하고 어찌어찌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해남 대흥사 산내 암자 일지암주로 계시는 법인 스님이 주례한 이들의 결혼식은 독특했다.

“스님을 주례로 모시는 것은 아내의 제안이었고, 음악을 배경으로 시낭송 주례사를 해주셨습니다. 시인이기도 한 법인 스님께서 지은 시였는데 제주도 전통 결혼식에 익숙한 아내의 친척들은 모두 의아해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 보배가 하나 생겼습니다. 스님께서 그 시를 액자에 담아 선물하셨거든요.”

‘꿈길을 밟고 내게로 오시는 이. 그리움 빗장을 열고 한 우주를 맞이합니다. 내 안의 나를 비워 너에게로 가는 길에는 땡볕 아린 한낮에도 갈대꽃이 눈부시고 한겨울 매운바람에도 매화 향기 뿜어나리.’ 결혼식 주례사가 담긴 액자는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갖가지 이유로 제주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연기법을 시로 일러주므로.

내 집 같은 방에서 꿈 없이 깊은 단잠을 자고 한나절 쉬었으니 제주 속살을 만나고 싶었다. 현지 거주민이 추천하는 핫 플레이스는 어디일까?

“요즘에는 특별히 명소라고 할 만한 곳은 없습니다. 그래도 소개를 하자면 용두암 동안서기 쪽에 ‘바라나시 책 골목’이라는 짜이집이 있어요. 타오에 들렸던 분이 정착해서 낸 가게에요. 사라봉 입구의 ‘커피 동굴’, 동복리에 있는 ‘바람벽의 흰 당나귀 카페’ 정도입니다.”

어머니 고향 전남 완도의 학서암이 부처님 인연의 시작이라는 서종환 대표. 그의 인생 책은 《법화경》이다. 군 법당에서 처음 대한 《법화경》의 가르침은 삶의 기준이 되었고 밑줄 쳐가며 읽고 또 읽었단다. 대학 졸업 후 온몸으로 치열하게 여행한 1년이 제주살이의 마중물이지 싶다.

“무섭고 두려워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상향의 자유가 아닌 지금의 자유입니다.”

날이 좋으면 테라스로 나가 제주 바람맞으며 음악을 틀고 그 바람에 이불도 내다 말리는 타오 하우스 서종환 대표는 자유롭게 오늘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