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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부대중공동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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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서미례 2016년 11월 417호
플럼빌리지 상가공동체 (2)

조화롭고 깨어있는 수행공동체

어려움과 고통은 대부분 나로부터 발생한다. 나 자신의 문제와 화해하는 방법을 안다면, 우리는 누구와도 화해할 수 있다. 이번 호에는 조화로운 수행공동체를 플럼빌리지의 여러 수행을 소개한다.

사부대중이 모두 모이는 날

플럼빌리지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모든 사부대중이 한 마을에 모인다. 마을마다 돌아가면서 모인다고 한다. 일요일 아침, 청소와 공양 준비로 아랫마을이 분주하다. 플럼빌리지의 모든 대중들이 아랫마을로 모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전 9시 무렵이 되자 여기 저기서 많은 대중들이 모여든다. 오랜만에 만난 Brother, Sister 스님들, 참가자 가족들, 친구들 모두 반갑게 인사하고 얘기를 나눈다. 더불어 오늘은 묵언 수행이 풀린 날이라 곳곳에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이 핀다.

9시 30분에는 큰 강당에서 비구니 어른 스님이신 Chan Khong 스님의 법문이 있다. 이곳 스님들은 법문이 시작되기 전 무대 앞으로 나가 챈팅을 한다. 꼭 우리를 위한 환영 공연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법문이 끝난 후에는 이곳에 모인 약 400여 명의 사부대중이 걷기 명상을 하였다.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잠시 멈춰 명상하고 또다시 걷는다. 많은 대중이 함께하는데도 참으로 고요하다.

12시 30분, 발우 공양을 위해 큰 강당에 모였다.
오늘처럼 전체 사부대중이 모인 날은 이곳에서 발우 공양을 한다. 스님들은 발우에, 참가자들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 차례차례 앉는다. 한쪽에는 비구 스님과 남성재가불자, 반대편엔 비구니 스님과 여성재가불자가 마주하여 앉는다. 간단한 게송 후 먹기 명상을 하며 고요히 점심 공양이 진행되었다. 대중이 함께 발우 공양하는 시간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커다란 감동이 있다. 공양 후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얘기를 나눈다. 이 기회에 여러 스님, 참가자들과 잠깐의 대화를 가져보았다. 명상은 어디서 배웠으며, 어떤 명상이 좋은지, 명상을 통해 얻은 삶의 변화는 무엇인지 등. 여기서 만난 이들 대부분은 본인이 거주하는 곳에 플럼빌리지 수행센터가 있다고 한다.

오후에는 ‘법문 나누기’가 조별로 진행되었다. 영어, 불어, 베트남어, 중국어로 조를 나눠 진행했다. 수련회 참여 소감과 법문을 듣고 느낀 점에 관해 얘기하고, 함께 노래도 부른다. 해인지 방문 일행들도 본인들의 소감을 나눴다. 저녁 공양 후부터는 ‘게으른 저녁(Lazy Night)’이다. ‘게으른 저녁(Lazy Night)’은 정진도 없고, 묵언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을 말한다. 아랫마을은 늦은 밤까지 여기저기서 담소들을 나누느라 행복한 모습이다. 오늘은 다른 마을 거주자들도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날인 듯했다. 우리 일행도 오랜만에 숙소에서 긴 차담을 나누었다. 이처럼 사부대중이 모두 모이는 날은 대중의 에너지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축제 같기도 하고, 서로 수행 담과 느낀 점들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소통과 교감의 시간이다.

플럼빌리지에 머무는 동안 비구승가인 윗마을에서 모이는 날이 한 번 더 있었다. 아침 공양을 마친 후 약 한 시간 정도 걸으니 윗마을이 나타났다. 비구 및 남성재가불자들이 머무는 상가공동체이다.
약간 거친 느낌이 있으나 힘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곧이어 법당에 모여 법문을 들었다. 오늘 주제는 ‘깨달음에 이르는 7가지 길’에 대한 설법이었다. 아주 힘 있는 법문이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What am I Doing Now?)’를 자각하라고 하신다. ‘나는 누구인가?(Who am I?)’를 찾으라는 선불교의 강한 화두가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법문 나누기 후 아랫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게으른 저녁(Lazy Night)’을 보내는 대중들을 보았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 주변을 도는 젊은 스님들, 가든파티 즐기는 스님들 등. 숙소로 돌아온 우리도 이곳에서 만난 서양인 친구들과 밤늦도록 차를 나누며 평화와 사랑의 마음을 나누었다. 가을날 천상에 소풍 다녀온 듯한 느낌이었다. 함께 수행하며 맛있는 공양도 하고, 법문을 듣고 이에 대한 얘기도 나눈 참 행복한 날이었다. 내가 사는 곳도 이렇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굳게 섰다.

게으른 날(Lazy Day)

플럼빌리지에는 아주 재미난 이름이 붙여진 날이 있다. 바로 ‘게으른 날(Lazy Day)’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심지어 어린이들조차 바쁘게 산다. 이러한 삶은 스트레스와 우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게으른 날이란 정해진 스케줄이 없는 날이다. 모든 업무가 멈추며, 공양간만 오픈한다. 아침 공양도 다른 날과 달리 8시에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낸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으라 하면 모두 좋아하지만 막상 그 시간을 대면하면 지루해하거나 오락거리를 찾게 된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게으른 날’은 바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날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들도 게으른 날을 맞아 낮잠도 즐기고 숲에서 독서도 하다가 마을 주변 나들이를 갔다. 아름다운 남프랑스 시골길을 걸으며 포도밭과 시골농가들을 둘러보았다. 주변 마을도 플럼빌리지 만큼 조용하다. 게으르게 보낸 행복한 하루였다.

새롭게 시작하기

매주 월요일 저녁에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위하여 ‘새롭게 시작하기’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 프로그램은 3주 단위로 진행되는데 첫 번째 주는 새롭게 시작하기 세리머니가 있고 두 번째 주는 새롭게 시작하기 수행, 세 번째 주는 행복미팅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은 새롭게 시작하기 세리머니가 진행되는 주였다. 대중이 모여 살 때 생기는 마찰과 갈등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며 화합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플럼빌리지에서는 독특하면서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다. 수행자들에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한 사람은 분명 분노를 느끼거나 상처를 입게 된다. 그때가 바로 ‘새롭게 시작하기’를 진행해야 할 때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 수행은 4단계로 진행된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며, 이야기하는 중간에는 누구도 말을 가로막거나 끼어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나머지 수행자들은 경청하며 호흡 수행을 한다. ‘새롭게 시작하기’는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수행인 동시에 가족을 포함해 우리에게 고통을 준 사람들과 화해하는 수행이다. 수행은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1단계, 관계를 새롭게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발견하여 그 꽃에 물을 준다. 2단계, 관계 속에서 생겨난 고통에 대해 책임을 느끼며 후회의 마음을 표현한다. 3단계, 비난 조가 아닌 솔직한 마음으로 내 다친 마음을 표현한다. 어떤 이유로 고통을 느꼈는지를 이야기한다. 4단계, 내가 가진 어려운 문제를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새롭게 시작하기’ 수행은 친절한 말과 경청하는 자세를 기를 수 있게 해준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장점을 알아보고 이를 대중과 공유하여 모두가 범사에 감사할 수 있도록 한다. 공동체의 안녕과 행복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 간에 얼마나 조화롭고 행복하게 지내느냐에 달려있다. 플럼빌리지 스님들은 대체로 매우 젊다. 이러한 수행법들이 젊고 쾌활한 수행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