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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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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상 목사님의 하화중생(下化衆生) - 유수상 목사님 2016년 11월 417호
거창으로 이사와 큰아이와 10년, 둘째와는 7년 터울인 늦둥이 딸을 낳았습니다. 지금 중학교 2학년입니다. 가끔 사춘기 딸과 아내가 말다툼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제가 보기엔 딸이 아내보다 훨씬 논리적이지만 결과는 늘 아내의 억지가 판정승을 거두게 됩니다. 그러면 딸은 “엄마는 나를 몰라도 너무 몰라!” 서운해하며 제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이렇듯 부모와 자식 간에도 자기를 알지 못한다고 다투고 안타까워합니다. 사람들의 다툼을 유심히 살펴보면, 거기엔 ‘나는 너를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른다’는 논리가 작동합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서로를 알려고 진정 애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행하려면 그곳의 역사와 삶의 방식을 알아야 하고,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잘 감상하려면 작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 즉,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이 핵심입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는 친구가 되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됩니다.

‘타인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사람에 대해 안다고 할 때는 세 가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 있습니다. 그 세 가지는 ‘내가 아는 것’, ‘내가 알 수 있는 것’, ‘내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첫째, ‘내가 아는 것’은 함께 같은 공간에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직장 동료인 경우 어느 부서에 있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학교는 어딜 나왔는지, 결혼은 했는지 등과 같은 일상의 정보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많이 알고 있으면 사람을 잘 안다고 말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부부는 아는 것이 가장 많은 관계입니다. 둘째,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아는 것을 늘리는 것입니다. 묻거나, 찾아보면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셋째, ‘내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는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것입니다.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친구가 됩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는 기업 대표 친구가 많고, 정치인은 정치인 친구가 많고, 성직자는 성직자 친구가 많은 원리입니다.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아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비슷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관심사가 같으므로 말이 잘 통하고 친근감이 들게 마련입니다. 나눔과 배려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선이나 봉사와 같은 주제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얘기가 지루할 것입니다. 성실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과음으로 지각하고, 일을 대충대충 하는 동료에게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대로 행동함은 물론 타인도 그래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려면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알고 그것을 존중해 주고 맞춰주는 게 필요합니다. 이것이 인간관계에서 친구를 만들고 적대적인 관계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상대방의 가치와 나의 가치가 결정적인
영역에서 부딪친다면 양보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가정의 화목인데, 상대가 사회적 성취를 위해 가족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의 핵심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의 가치를 쉽게 파악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상대가 알려주면 좋지만 가치와 같은 본질적인 부분을 얘기하는 건 쉽지 않을뿐더러,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사람을 파악하는 3단계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視其所以(시기소이) 觀其所由(관기소유) 찰기所安(찰기소안) 人焉哉(인언수재)’, 해석하면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그가 지내온 바를 자세히 살피고, 그가 만족하고 편안해 하는 바를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찌 모르겠느냐?’라는 뜻입니다. 공자는 보고(視), 자세히 살피고(觀), 관찰함(察)을 통해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을 보고, 살피고, 관찰해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먼저 행동하는 바를 편하게 보라는 것입니다.(視其所以) 이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자세히 살피라는 것입니다.(觀其所由) 자세히 살피라는 이유는 피상적으로 보기만 해서는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어떤 행동에 대해 만족하고 편안해 하는지를 관찰하라는 것입니다.(察其所安) 이렇게 행동과 태도, 동기,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면 내면의 생각 즉,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까지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人焉哉)

지구 상에 똑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은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되고 인생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창의적인 사람, 통제적인 사람, 협력적인 사람, 경쟁적인 사람 등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면 겉만 보고 쉽게 사람을 평가하고,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자기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살피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솝우화》에 개미와 비둘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마을에 홍수가 나서 개미가 강물에 휩쓸려 가게 됩니다. 이를 본 비둘기가 나뭇잎을 하나 떨어뜨려 줍니다. 개미는 나뭇잎 때문에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숲 속에 평화가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사냥꾼이 나타나서 그때 그 비둘기를 향해 총을 겨눕니다. 일촉즉발의 순간, 개미가 사냥꾼을 깨물어 비둘기는 목숨을 건지게 됩니다.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할 정도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반대로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사람도 없습니다.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살게 되어 있습니다. 사람을 알고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 ‘인간관계’가 중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습니다. 서로를 잘 파악해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공생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