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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사부대중공동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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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 서미례 2016년 10월 416호
플럼빌리지 상가공동체 (1) - 조화롭고 깨어있는 수행공동체

연초에 ‘세계의 사부대중공동체를 찾아서’라는 코너를 기획할 때 남프랑스에 위치한 플럼빌리지 상가공동체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컸었다. 전통적인 승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공동체였기 때문이다. 3월부터 해인 주최의 단체방문을 추진했는데 여름 무렵 가까스로 플럼빌리지 측의 단체방문을 허락한다는 공문을 받게 되었다. 해인지의 탐방 안내를 보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얼마 전 파리와 니스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안전상의 위험성이 경고되면서 단체 방문 추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꼭 가겠다는 분들이 계셔서 총 네 명이 플럼빌리지 상가공동체 탐방 여정에 오르게 되었다.

파리 몽빠르나스 역에서 TGV를 타고 3시간 30분 정도 걸려 보르도 역에 도착, 이곳에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Sainte Foy La Grande역으로 가야했다. 기차 안에는 상당수가 플럼빌리지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한적한 시골역도 그곳으로 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역에는 우리를 픽업하러 나온 차량과 스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약 20여 분 정도 시골길을 달린 후 우리는 플럼빌리지 아랫마을(Lower Hamlet)에 도착했다.

플럼빌리지 상가공동체는 1982년 베트남 선사인 틱낫한 스님에 의해 설립된 곳으로, 깨어있는 삶을 위해 수행하는 비구, 비구니, 재가남성불자, 재가여성불자들로 구성된 4개의 수행공동체를 포괄하고 있다. 도르도뉴 시골 지역에 폐 농가 시설을 이용해 숙소를 만들어 시작되었던 것이, 지금은 200여 명의 비구와 비구니 그리고 재가불자들이 총 4개의 마을을 이루어 사는 규모로 성장했다. 비구와 남성 불자들은 테냑에 위치한 윗마을(Upper Hamlet)에서 거주하며, 비구니와 여성 불자들은 루브-베르냑, 디유보리에 위치한 아랫마을(Lower Hamlet), 새마을(New Hamlet)에 거주하며 중간마을(Middle Hamlet)이 한 개 더 있다. 플럼빌리지는 땅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없었던 관계로 비구 승가와 비구니 승가가 차로 30분 거리 이상 떨어져 있다. 서로를 Brother, Sister라고 부르며 일주일에 두 차례 사부대중이 한 마을에 모여 법문을 듣고 법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틱낫한 스님은 미래의 부처는 개인으로 오지 않고 공동체로 화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상가공동체는 불교의 세 가지 보물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모든 수행자는 “조화롭게 살며, 깨어있기 위해 수행하는 상가공동체에 귀의합니다”라고 마음을 낸다. 공동체와 함께 수행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된다. 홀로 수행할 때 고치기 힘든 잘못된 습관의 에너지를 공동체의 도움으로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럼빌리지는 공동체를 가족으로 여기며, 구성원들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공동체는 우리를 치유해준다. 우리는 함께 깨닫기 위해 건강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플럼빌리지 상가공동체는 플럼빌리지 국제 상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20개 이상의 나라에서 찾아온 다양한 국적의 수행자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은 800여 명의 스님을 제자로 키워냈고, 수행본부를 프랑스에 두고 세계 도처에 수행센터를 만들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후 회복 중에 계신 틱낫한 스님께서 플럼빌리지 아랫마을에 잠깐 모습을 보이셨는데 제자들과 인연이 있는 분들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며 스승의 자비하신 마음을 전해주셨다. 스님의 투병과정은 상가 공동체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플럼빌리지는 깨어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중 다양한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5,000~8,000명의 사람이 플럼빌리지를 방문하고 있다. 플럼빌리지 가을 수행프로그램은 매주 목요일 저녁에 입소하여 최소 일주일간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입소 당일 사무실은 무척 분주한 모습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비구니스님들, 스님이 되고자 하는 지망생들(Aspirants), 상주 재가여성불자들(Interns) 그리고 수행프로그램 참석차 온 세계각지의 친구들(Layfriends)의 모습이 보인다. 아랫마을에 거주하는 비구니스님들은 약 60명 정도 되며, 이번 가을 수행 참가자가 아랫마을만 해도 94명이다.

저녁 공양과 숙소 배정을 마친 후 저녁 8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 큰 강당으로 갔다. 불교적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법당을 들고나며 반배로 예를 갖추는 서양인들의 모습이 의외라 느껴지기까지 한다. 커다란 홀에 명상하기 위한 방석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오늘 입소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오리엔테이션은 영어와 불어로 진행되었다. 먼저 방석 위에 누우라고 한 후 명상 가이드를 하는데 깊은 이완 효과가 난다. 다시 앉은 후 정좌 명상에 대한 가이드를 한다. 다음날 일정에 대한 소개를 마친 후 오리엔테이션이 끝났다.

아랫마을 숙소는 여기저기 몇 개의 건물에 나뉘어 있었고 외부에서 야영하는 텐트들도 보인다. 우리가 묵은 곳은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듯한 숙소로 이름은 체리하우스이었다. 바깥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 도미토리이다(이곳 숙소는 다양한 타입이 있으며 타입에 따라 보시 금이 다르다). 오늘 하루 긴 여정에 우리 일행은 많이 피곤한지라 간단히 씻은 후 쓰러져 푹 잠이 들었다.

다음날 새벽 다섯 시. 은은한 종소리가 아침 기상 시간을 알린다. 일어나자마자 저절로 명상에 들게 한다. 5시 45분. 큰 강당에 모두 모였다. 첫날 아침이라 ‘천천히 걷는 명상’에 대해 안내를 받고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7시 30분, 공양을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니 묵언(Noble
Silence)이라는 안내문과 함께 여러 글귀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세 개의 긴 테이블에 수행자들을 위한 정성스런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차례차례 음식을 담아 자리에 앉은 후 감사기도와 함께 묵언으로 공양한다. 우리를 압도하는 공양간의 고요함과 깨어있는 의식으로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누구의 제제도 없었다. 외적으로 강제된 것이 아닌 저절로 침묵의 고요함에 동화되는 힘! 또한 공양 중 간간이 울리는 종소리에 잠시 멈추고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한다. 흩어진 우리의 마음을 금세 이 순간으로 오게 한다. 멈추고 명상하는 것이 어색하지도 이상하지도 않다. 알아차리고 깨어있게 한다. 함께 모여 수행하는 대중의 힘이 정말 크게 느껴졌다.
8시 30분, 큰 강당에 모여 법문을 듣는 시간이다. 주제는 상가공동체 생활에 관한 것이다. 11시 30분, 걷기 명상시간이다. 플럼빌리지의 대표적인 명상수행 중의 하나이다. 출발 전 잠깐의 챈팅을 한 후 선두에 스님들이 서고 대중들이 따라서 길을 걷는다. 아침에 배운 가이드 명상을 새겨보며 호흡과 걸음걸음에 집중해본다. 한 걸음 한 걸음 대지와 접촉하는 순간이 새로웠다. 항상 바쁘게만 걸었던 발걸음이 지구와 접촉하는 순간임을 알아차리니 아주 다른 의식으로 걷게 된다. 참회와 함께 감사함, 사랑의 마음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또한 한 발 내딛음이 지구 위의 무수히 많은 것들과 연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플럼빌리지의 너무나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 속 걷기명상은 이전의 걷기 명상에 대한 피상적인 선입견들을 새롭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12시 30분, 점심 공양시간이다. 조별모임을 한다고 해서 음식 접시를 들고 참나무 텐트로 갔다. 리더인 스님과 18명 정도 되는 참가자들과 모임을 가졌다. 서로 돌아가며 소개를 하고 그간의 수행에 대한 소감들을 나눈다. 많은 이들이 걷기 명상이 아주 좋다고 얘기한다. 걷기 명상은 일상생활에서도 연속적용이 가능하므로 깨어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데 유용하다고 한다. 오후 3시, 운력 명상(Working Meditation)시간이다. 내일 이곳에 플럼빌리지 상가공동체 대중이 모두 모이는 날이라 할 일이 많았다. 각 조별 업무를 나누어 준비
운력을 한다. 오후 5시 30분, 운동시간 또는 개인 시간이다. 참가자 중 요가나 운동을 안내해줄 분이 계시면 신청을 받아 함께 하기도 한다. 마을의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로 했다. 책가게, 도서관, 명상홀, 벨타워, 스님들의 숙소, 캠프장, 티하우스 등이 있으며, 해피농장도 있었는데 이곳에서 여러 가지 채소들을 키우고 있었다. 프로그램 사이 약간의 쉬는 시간엔 자연 속에 혼자 고요히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다. 플럼빌리지의 자연과 묵언 수행이 저절로 스스로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오후 6시 15분, 저녁 공양 시간이다. 우리가 속한 가을사과 조는 저녁 공양 후 공양간 뒤 정리담당이다. 많은 참가자들이 참으로 열심히 봉사들을 한다. 꼭 이곳에 사는 사람들 같다. 저녁 8시, 큰 강당에 모여 명상을 한 후 저녁 9시부터는 숙소에서도
묵언을 하며 취침에 든다. 플럼빌리지에서 보낸 일과이다. 이와 같은 생활이 이곳 상가공동체 대중의 생활이라고 한다. 겨울 시즌에는 우기(Rains Season)라 하여 3개월간 출타하지 않고 좀 더 깊은 공부와 수행을 한다고 한다. 역시 이 기간에도 외부 수행 참여자들에게 문은 열려있다고 한다.

둘째 날, 새벽 5시 45분. 아침 정진을 위해 대중이 모두 큰 강당에 모여든다. 불단에 향을 올린 후 간단한 삼배의 예로써 아침 예불을 마치고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불교적인 특색을 과감히 많이 없앤 예불인데 그 맥락만은 놓치지 않고 면면히 흐른다. 정말 불교가 거부감 없이 서양인들에게 흡수되도록 만들었다. 새벽 예불을 기다리는 동안 부산의 공동체 가족들이 떠올랐다. 겨울이 되면 새로운 공동체 집이 완성되어 입주하게 된다. 새벽 정진을 이분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 그렇게 상가공동체가 만들어져가는구나. 이곳도 그랬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러한 수행 공동체의 삶을 온 세상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스님들의 자비심에서 이곳 플럼빌리지 상가공동체의 생활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함께 경험하고 전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가슴 울컥하게 감사했다. 이러한 상가의 전법을 통해 나를 포함하여 얼마나 많은 중생이 행복해졌던가. 조화롭고 깨어있는 플럼빌리지 상가공동체에 대한 소식은 다음 호에 연속하여 전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