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나라의 백난천은 시인으로도 이름났지만 경륜이 뛰어난 정치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본래 학식과 견문이 두루 뛰어난 데에도 벼슬이 자사(刺史)에 까지 오르니 자못 우월감에 충만해 있었다. 그가 항주의 자사로 부임하였을 때의 이야기이다. 항주에서 그리 멀리 않은 사찰에 도림(道林) 선사라는 이름난 고승이 살고 있었다. 도림 선사의 고명을 들은 백난천이 하루는 ‘내가 한번 직접 시험해 보리라’ 작정하고는, 수행원을 거느리고 선사가 머무는 절에 찾아갔다.

도림 선사는 청명한 날이면 경내에 있는 노송 위에 올라가 좌선을 하곤 했다. 백난천이 도림 선사를 찾아간 날도 나무 위에서 좌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님의 좌선하는 모습을 본 백난천은 아슬아슬한 생각이 들었다.

“선사의 거처가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이 말을 들은 선사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말하였다.
“자네가 더 위험하네.”
“나는 벼슬이 이미 자사에 올라 강산을 진압하고, 또 이렇게 안전한 땅을 밟고 있거늘 도대체 무엇이 위험하다는 말이오?”

백난천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꾸하자, 선사는 그가 학문과 벼슬에 대한 자만심이 대단한 것을 알고, 이 기회에 그의 교만함을 깨우쳐 주려고 곧바로 쏘아붙였다.

“티끌 같은 세상의 지식으로 교만한 마음만 늘어, 번뇌가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이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백난천(白欒天), 당나라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이름은 거이(居易,) 자는 낙천(樂天)이며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이다. 불광(佛光) 여만(如滿) 선사의 법을 이었다.

백낙천은 자신의 마음을 환히 꿰뚫어보는 듯한 눈매와 자기가 자사라는 벼슬에 있음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할 말을 다하는 도림 선사의 기개에 그만 눌렸다.

“제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법문을 한 구절 들려주십시오.”

애초에 선사를 시험하고자 했던 불손한 태도를 바꾸어, 공손한 자세로 가르침을 청하였다. 이에 도림 선사는 다음과 같이 설하였다.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
자기의 마음을 맑게 하면
이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諸惡漠作(제악막작)
衆善奉行(중선봉행)
自淨其意(자정기의)
是諸佛敎(시제불교)

대단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백난천은 이 같은 대답에 실망했다.
“그거야 삼척동자라도 다 하는 것 아닙니까?”
백난천이 신통치 않다는 듯이 말하자, 선사는 침착한 어조로 다시 말하였다.
“알기야 심척 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지.”

이 말을 들은 백낙천은 비로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으며 그 가르침을 실천하여 인격화하지 않으면 교만과 번뇌만이 더할 뿐, 진리의 길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함을 깨달은 것이다.

당대의 문장가 백난천은 그 뒤로 도림 선사에게 귀의하여 불법의 수행을 두터이 하였다.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백난천의 명구, 시구들은 이러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