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과 돈벌이. 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제는 낯설지 않게 되었는데, 현실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수익사업을 통해 안정적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과 수익사업이 결국 불교의 본래 가치를 해치고 종단에 금전을 둘러싼 추잡한 일들이 더 벌어지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이미 불교의 재정사업 진출과 운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고, 그간 몇 가지가 추진되어 어떤 것은 가능성으로 어떤 것은 반면교사로 그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공금횡령 사건으로 끝내 폐업한 신협(1996)이나 단순한 수수료 떼기 구조를 가졌기에 한계가 있었던 통신통합사업(2005)과 위드쌍용 보험사업(2009), 그리고 불교적 가치에 맞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는 생수와 상조 사업(2010~현재) 등이 그간 진행되었던 굵직한 종단 재정사업이었고, 성공과 실패의 사례가 공존하는 사찰음식 사업과 무수히 많이 논의되었으나 제대로 통합 시행되지 못한 불사와 사찰용품 사업 등이 있었다. 종단개혁 이전에도 유리공장, 버스회사, 방앗간 등 일제의 적산 재산을 활용한 사업도 있었으나 관리가 부실해 대부분 남의 손으로 넘어갔다.
타 종교는 수익사업에 대해 불교보다 더 관대하고, 사례 역시 많다. 불교계 수익사업을 추진하는 이들이 모범사례로 꼽는 천주교의 (주)평화드림의 수익 사업은 2천억 원 이상의 매출(2015)을 올리고 있으며, 통일교의 경우 20여 개 중견기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복잡한 출자를 통해 식품, 건설, 미디어, 스포츠, 기계, 리조트, 관광 사업 등을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다. 이는 숫제 종교단체가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종교를 운영 중인 것으로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원불교 역시 교단 초기 진행한 간척사업을 기반으로 한약, 제약, 식품, 부동산, 상조, 금융, 보험사 등의 사업에 뛰어들어 수익을 창출, 재정에 보태고 있다.
해외의 경우도 비슷하다. 재정사업을 하지 않는 종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미국 구세군의 경우 전체 1조 원 정도 되는 수입 중에서 재활용품 상점의 수입이 약 1천 5백억 원 정도이며 이 돈을 복지사업인 ARC센터(성인재활치료-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치료 등)에 사용하고 있다. 많이 알려진 대만의 자재공덕회 역시 백장청규의 정신에 따라 비구니 스님들의 노동을 통해 재화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본구조로 되어 있으며, 신도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채식식품 및 사찰용품 판매, 병원 및 학교 운영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중국의 소림사는 그 상업화가 절정에 달하여 세간의 입방앗거리가 되기도 했다. 해외 MBA(경영학 석사) 출신 방장이 주도하여 9개의 자회사를 두고, 무술쇼, 영화 촬영, 기념품 판매,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이는 것은 물론 해외에 대규모 오락 및 쇼핑 타운을 건립하려다가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불교는 근본적으로 신도들의 기부에 재정 기반을 가지는 종교이다. 초기 승가에서는 원칙적으로 생산, 투자, 이익에 관련된 어떤 일도 수행생활과는 함께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으며 생활비를 버는 사문(외도)들을 비판했다. 부처님께서도 승가의 자산 소유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허락하셨지만 재정적 운영은 철저히 재가자의 몫으로 한정하셨다. 하지만 수행 및 생활환경이 다른 중국 선불교를 거치면서 승려들의 노동활동(타 종교의 비판을 수용한 부분이 있음)이나 승가의 상업활동이 허용되었고, 특히 숭유억불 국가인 조선조에서 생계와 존재의 방편으로 상업활동이 일반화되고, 일제강점기 시절 대처승들의 영향으로 더 강화된 면이 있다.
불교의 재정사업. 이는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시류인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불교의 본질을 왜곡하고, ‘마음의 도량, 청정한 공동체’로서의 사찰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으며, 사회의 일반기업들과 경합함으로써 민원을 발생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즉, 소탐대실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양날의 칼인 것이다. 중차대한 일이지만 불교계에서의 공식적 논의는 몇 번에 그쳤으며, 분명한 관점이나 원칙, 방향성이 정해진 바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내외적 명분의 제정과 소통 역시 부족함을 느낀다. 필자는 불교의 수익사업이 합당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가 논의되고 정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1. 재정사업은 왜 필요한가. 꼭 필요한가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쓰는지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공감과 합의가 필요하다. ‘돈이야 벌어두면 다 쓸 데가 있다.’ 정도로는 부족하다. 현재 재정사업의 이유로 사찰 및 교단 운영비 보충, 승려복지, 각종 대형 숙원사업의 진행 등을 들고 있다. 과연 이런 내용들을 꼭 수익사업을 통해서 메워야 하는지에 대한 반발이 있는 것을 보면 재정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공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부분에 대한 논리적, 합리적인 설명과 기준, 담대한 비전이 제시되지 못하면 향후 반드시 내부 분란의 사유가 될 것이다.
2. 수익사업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
재정의 문제라면 과연 세속적 돈벌이를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안은 없는가. 기독교의 경우 십일조 등의 충분한 성금 덕인지 상업적 시도가 종교의 규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불교의 전통을 살리면서 재정을 확보할 방안은 없는가에 대해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
3. 수익사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돈 벌기 위해서 사업을 영위하는 영리기업과 달리 종교인 불교에서는 수익사업 자체에 대한 정의나 이해가 달라야 한다. 수익사업이라는 개념과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하여 대중과 소통할 것인가.
4. 어떤 수익사업을 추진할 것인가
돈 되는 거라면 무엇이든 하는 국내의 대기업처럼 문어발식 확장이 불교계 재정사업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불교에서 해야 할 사업과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은 무엇이며, 이를 구분하는 원칙과 그 원칙을 정하기 위해 참고할 가르침(경, 율, 논)은 어떤 것인가.
5. 불교의 수익사업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기업의 윤리적 책임 등을 강조한 ISO26000 등이 선진국의 기업들로부터 점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은 하나의 복잡한 운영 체계인데 과연 이 기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불교계가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세간의 모든 기준보다 앞서고, 하나의 모델로 존경받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부분을 논의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6. 어떻게 하면 수익사업이 성공할 것인가
돈 버는 장사는 산중 사찰 경영과 다르다. 원하지 않더라도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되고,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왕 하고자 하는 수익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과 운영 체계, 인력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준비가 거의 없다면 무기도 없이 전쟁에 나가는 것과 같다.
7. 스님들의 참여와 역할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말할 나위 없이 불교에서 스님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수행·법문 전문성이나 사찰 운영 전문성과 수익사업 경영 전문성은 좀 다른 영역이다. 스님들의 수익사업 참여에 대한 기준과 방식을 정해놓지 않으면 큰 혼란을 가져오고, 사업은 사업대로 한계를 보일 수가 있다.
율장을 보면 부처님께서는 승단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과 비구, 비구니, 사부대중의 시시콜콜한 궁금증과 논의 점에 대해 명쾌한 판단을 내려주시고 계신다. 만약 현재 상황에서 재정사업에 대해 부처님께 여쭙는다면 과연 어떤 말씀을 해주실까. 팔정도의 ‘정명(正命)’이 꼭 신도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승가에도 ‘바른 삶의 영위’가 필요하다. 승가에서의 수익사업 논의는 바로 ‘정명’과 관련이 있는 주제라고 본다. ‘정명’에 대한 인식과 이해, 논의와 토론은 수익사업의 방향성 설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다음 호부터는 위의 6가지 논의 점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과 대안을 피력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