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의은 스님은 85년에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다. 동국대학교에서 공부를 마치고 대만으로 돌아갔으나 98년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불광산사를 개원하고 국제불광회 서울지회를 창립했다. “처음엔 한국에 대해 잘 몰랐어요. 대만 불광산사의 대운 큰스님께서 한국으로 가라고 해서 왔지요. 불교의 국제화를 위해서. 인연인 것 같아요.”
불광산사는 전 세계에 300여 곳의 분원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한국 분원을 의은 스님이 개원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의은 스님은 20대 초반에 대만 불광산사의 강원에 들어가 공부했다. 그곳의 강원은 한국과는 달리 재가자들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공부하다가 출가를 결심했다.
“저희 집이 불교 집안이에요. 어머니는 불광산사에서 불교 잡지 만드는 일을 하셨고 동생도 출가했어요. 저는 올해로 출가한 지 40년이 되었습니다.”
‘인간불교’를 표방하는 불광산사는 불광(佛光)을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비추게 하고 법수(法水)를 오대주에 항상 흐르게 함으로써 이 사바세계에 불국토를 건설하겠다는 뜻을 품고 국제포교에 전념하고 있다. 햇빛이 있고 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부처님 법이 다 전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대운 큰스님의 뜻이다. 큰스님은 대만에 있지만 제자들을 통해 전 세계에서 포교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것만 좋다고 집착할 것이 아니라 서로 좋은 것을 전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집착하면 사사로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집착하면 배울 수도 발전할 수도 없어요. 부분이 아닌 전체를 봐야지요. 세계일화니까.”
등불이 하나일 때보다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면 더 환해지고 수천수만 개가 되면 세상이
훨씬 더 환해지지 않겠나 하신다. 그러니 부처님 말씀을 전하려면 국경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각 나라에 살고 있지만 결국엔 모두 지구촌 사람이니.
불광산사엔 사대종지(四大宗旨)가 있다. 첫째, 문화로 불법을 널리 알린다. 둘째, 교육으로 인재를 양성한다. 셋째, 자선사업으로 사회복지를 증진한다. 넷째, 수행으로 마음을 정화시킨다.
“불교는 시대에 따라 움직여야 해요. 전통사상을 가지고 그 시대에 맞는 문화로 현대화된
포교를 해야 해요. 중요한 핵심은 물론 지켜야지요. 시계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해야 시곗바늘이 잘 돌아가는 것이니까.”
불광산사는 방송을 통한 포교를 대만에서 제일 먼저 시도했다. 그것도 스님이 방송에 나와 어려운 법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 드라마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각국 불광산사의 분원은 모두 그 나라의 특색에 맞는 포교를 하고 있다. 브라질의 불광산사는 그곳의 특색에 맞게 축구팀을 만들었다. 축구 인재를 양성해서 그들의 인생을 바꾸었을 뿐 아니라 축구 경기를 통해서 큰 포교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선 그들의 전통춤을 추는 공연을 만들고 노래를 좋아하는 필리핀에선 합창단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인재를 양성해서 그들의 인생도 바꾸고 여러 나라가 서로의 문화를 주고받고 그 문화로 불법을 전하고 있는 것이지요.”
의은 스님은 한국에선 어떤 것을 특화해 포교할 수 있을지 내내 고민 중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국제불광회를 통한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불광산사는 전 세계에 말사가 있어서 어디든 갈 수 있어요. 그리고 친구가 되어 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요.”
교육을 강조하는 불광산사는 스님을 양성하는 강원뿐 아니라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설립했다. 대만, 미국, 호주, 필리핀에 대학이 있고, 일반인들이 공부할 수 있는 학교 또한 전 세계의 도시에 있어서 누구든지 가서 공부할 수 있다.
“스님을 양성하고 불자를 키우는 것이지만, 더 크게 봤을 땐 나라의 인재를 양성해 지구촌의 발전 위한 것이지요.”
살아 있는 불교, 생활 불교를 말하는 불광산사는 해마다 단기 출가를 통해 많은 인재를 양성하기도 한다. 단기 출가를 통해 배운 불교를 집에 돌아가 생활 속에서도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만이 아니라 일반 재가자들도 생활 속에서 계를 지키며 살기도 한다. 그리고 공부를 많이 한 재가자들은 법상에 올라 법문을 할 수 있기도 하다.
“불광산사에선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게 해줘요. 그리고 불광산사에서 제작하는 방송, 신문, 잡지, 그리고 전 세계에 나가서 문화를 통해 포교하는 등 여러 길을 만들어서 각자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해주지요.”
미래를 내다보는 법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통에만 머물러 있는 불교가 아닌 현시대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불교다. 앉아서 하는 참선만이 선은 아니다. 일상생활 속의 수행이 중요시되는 대목이다. 정중선(靜中禪)과 동중선(動中禪), 정과 동이 결코 둘이 아닌 하나이니 함께 어우러져야 함을 일깨운다.
“강을 건넜으면 배는 버려야지요. 그래야 더 멀리 갈 수 있지요.”
그리고 너와 내가 어우러져야 함을 일깨운다.
“비구와 비구니는 새의 두 날개이고 사부대중은 집을 지탱하는 네 기둥이에요. 모두의 힘이 합쳐져 가능해진 거예요.”
50년 전 대운 큰 스님이 현대화된 세계적 포교를 위해 첫걸음을 내디딜 땐 힘들었단다.
많은 이들이 비방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이뤄나가는 것을 본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수많은 이들이 함께 걸어가고 있다.
“그것은 모두가 평등하기에 가능해요. 그리고 서로 존중하기 때문에 가능해요. 큰스님은 ‘동체공생(同體共生)’을 말씀하셨어요. ‘동체’는 평등하다는 것이고, ‘공생’은 자비로써 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모두가 융화할 수 있어요.”
그것이 불광산사가 말하는 ‘인간불교’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필요한 진선미를 전하고 그것으로 마음을 정화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
“불교는 전 세계 사람들 모두의 것이에요. 특정한 누구의 것도 스님의 것도 아니에요. 스님도 대중의 한 사람일 뿐이에요. 큰스님께선, 내가 불교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가 날 의지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불교가 나를 통해 포교하고 결국 그것이 내 수행인 것이지요.”
의은 스님은 대운 큰스님의 사상을 한국에 많이 알리고 싶다. 그리고 한국의 불교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그렇게 한국 불교가 세계와 교류할 방법을 더 많이 찾으려고 애쓴다. 그렇게 해서 한국 불교의 위상이 높아졌으면 한다. 그러나 현재 서울 불광산사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실정은 아니다. 그런데도 의은 스님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란다. 지금 힘들다고 문을 닫으면 영영 그 문을 다시 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교류할 방법을 내내 찾을 것이란다.
“대만과 한국의 징검다리가 되려고 해요.”
현재 서울 불광산사에선 대운 큰스님의 붓글씨를 전시 중이다. 의은 스님은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그 글씨 앞에 오래도록 머물며 하나하나 그 뜻을 헤아려 주신다. 그러나 마침내는 그 자리를 뜨며 큰스님의 말씀을 전하신다.
“그 글씨 보지 마라. 그 마음을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