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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여행사 대표 도곡道谷 구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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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People - 최현태(울산mbc 전 아나운서 2016년 08월 414호
8월은 휴가철입니다. 누군가는 템플스테이로 하안거에 들어설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책과 함께 독서 여행을 떠나겠지요.
마치 인디언들처럼 영혼이 몸을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여행 아닐까요? 다들 떠나고 싶은 이 계절에,

늘 떠나는 여행전문가의 일상을 들여다봤습니다.

불교성지순례전문 아제여행사 구광국 대표가 차 한 잔 건네며 던진 첫마디는 ‘오늘도 순례자’이다. 책상 옆에 세워둔 여행용 가방에 시선을 두었더니 중국에서 전날 돌아왔단다.
그동안 수차례 천태산 성지를 다녀왔지만 이번 순례는 특별했다며 환희 가득한 얼굴이다. 공부하는 스님과 학자들을 모신 인연이었다니 일이 공부이며 공부가 일이 되는 불이의 경지를 만난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조계사가 건너다보이는 종로구 견지동 사무실에서 전해주는 그의 불교입문이야기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말뚝 신심을 떠올리게 한다.

“저의 할머니가 잊을만하면 이르셨지요. ‘구광국 네 이름이 그 절 범종에 새겨져 있으니 명심해라\'라고요. 어릴 적 일이고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 절이 어느 절인 지도 알 수 없지만 절 아닌 다른 종교에 눈 돌리면 할머니를 배신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는 입시학원 다니면서 늘 조계사를 지나쳤는데 우연히 여행사직원 뽑는다는 전단지 한 장이 저를 불교에, 그리고 여행업계에 발들이게 했습니다.”

여행사에 근무하면 힘들지 않고 재미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함으로 성지순례전문여행사에 지원했고 부처님의 나라 인도는 오늘의 아제여행사를 있게 한 인로왕보살이다.

“이 일을 시작한 지 금년이 꼭 20년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자축과 상품개발, 그리고 온갖 의미를 붙여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로 여행을 떠났어요. 혼자! 라는 것에 방점을 찍은 거죠. 얼마나 자유롭고 신날까를 상상하며 떠난 혼자 여행은 나를 성숙하게도 했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에 눈 뜨게 했습니다.”

평소 인솔하는 여행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만족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난 혼자 여행… 그의 마음이 읽혔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벗어남으로써 부재를 경험하고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을 지켜보며 자신의 가치를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사회적 구성원으로의 기쁨을 누린다. 이것이 여행이 주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구광국 대표에게 여행은 떠나고 돌아옴의 반복이고 한 장소를 수십 번씩 찾아가는 고단함도 있겠으나 그래도 마음속에 저장된 곳은 어디냐고 물었다.

“성불사 보우 스님과 신도님들이 함께한 인도 보드가야에서의 일정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대탑사원 가까이 숙소를 정하고 7일간 3천 배 석가모니불 정진을 하셨죠. 저는 그저
공양 준비하고 숙소 관리하며 어정거렸더니, 보우 스님께서 제게 하루 1천 배씩 하라는 거예요. 거부할 수도 물러설 수도 없어 하루 1천 배씩 5일간을 했습니다. 아마 해냈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하하… 고성염불과 절 삼매에 든 우리 일행을 지켜보던 각국의 순례자들이 엄지를 치켜올리더군요. 그 5일간의 정진이 제 삶의 큰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성도 재일에 공양 올리고 보리수 아래 철야 정진 경험이 있는 필자는 이 대목에서 문득 대탑사원의 풍경이 포개졌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인도로 떠나고 싶은 욕망이 스멀거렸다. 여행이나 성지순례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는 이즈음 여행사는 새로운 상품개발에도 주력해야 한다. 지난해 조계종 교육원의 동티벳 순례는 아제여행사 구광국 대표의 사전조사와 순례길 개척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동티벳 불교는 평생 맨발로 전법의 길을 나섰던 부처님처럼, 순례단은 심장이 먹먹한 고산지대에서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점검했다는 후문이다. 가기도 살기도 힘든 곳이지만 그곳 수행자들의 만개한 불심은 구 대표와 순례단을 올해 또다시 찾게 만들었다. 일반여행객이 아닌 스님들과 불자님들을 인솔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도 하련만 답변이 시원스럽다.

“마냥 좋아 시작한 순례가 사업체가 되었고 제게 여행은 이제 삶이며 수행입니다. 제 일이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또 매력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성지는 공부한 만큼의 깨달음을 주거든요. 특히 공부가 깊은 스님을 모실 때면 그 가르침에 선재 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 길 떠나는 것 같은 기쁨이 있지요.”

이쯤에서 많은 이들은 여행이 직업인 구 대표가 부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취미생활은 즐거움이지만 프로는 눈물겹다는 말이 괜히 있을까.

“어려움이야 많았지요. 그런데 희한하게 도와주는 사람이 그때그때 나타나요. 관세음보살님처럼. 야칭스 같은 곳은 말도 안 통하고 사는 모습이 달라도 진실한 눈빛으로 다가가면 손을 내밀어 주었구요. 언젠가 티베트 순례길에는 비자 문제로 절반만 입국하는 사태가 발생했어요. 어쩔 도리가 없어 남은 일행 모두가 현지 사찰로 갔고 우리의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입국비자가 나왔어요. 비행기 표가 잘못되어 귀국이 어려울 때도 기도했습니다. 제 능력이 미치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은 그냥 기도해요. 여행 중 에피소드는 엄청나지요. 부탄공화국에 갔을 때는 지진을 만났습니다. 일행들과 식사하던 중 흔들림에 본능적으로 밖으로 뛰쳐나갔죠. 한참 달리다가 정신 차려보니 이게 아닌 거예요. 죽어도 일행들과 같이 죽어야지 나만 혼자 살아남는다면 평생 짐이 될 것 같아서 호텔로 돌아갔어요. 다행히 피해 없이 무사 귀국했는데 부처님의 가피라 생각합니다.”

소설 <서유기>는 말썽꾸러기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삼장법사를 따라 천축까지 가는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법을 구하러 떠난 삼장법사의 여정에 동참하는 손오공이 여의봉을 휘두르며 온갖 요괴를 물리쳤듯이 구광국 대표는 마이크를 여의봉 삼아 성지순례프로젝트를 완성한다. 삼장법사께서 ‘멀리로는 석가여래의 뜻을 이어나가고 가까이로는 부처님께서 남기신 법을 빛내고자 했던’ 구법(求法) 여행이 이 시대 불자들의 성지순례와 비견되지 않을까. 이제 20년 차 성인이 된 아제여행사의 활약이 기대된다. 평소 가까이하는 경전 혹은 가르침이 있느냐 물었다.

“금강경입니다. 비행기 옆자리 보살님이 독송하던 경전에 흑심을 품고 자꾸 눈길을 주었더니 결국은 제게 주셨어요. 처음 접한 한글 금강경을 하늘에서 읽은 셈이죠. 금강경 독송 후에 다시 찾은 기원정사는 감동이었습니다.”

두어 시간 인터뷰하는 동안 여러 사람이 아제여행사를 찾았다.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구광국 대표의 프로다운 모습이 보기 좋다. 순례는 신심으로 시작해 발심하고 보리를 이루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는 오늘도 순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