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사르보다야 불교공동체 (2)스리랑카 탐방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부산에서 공동체 만들기를 추진 중인 네 가족이 드디어 만장일치로 함께 모여 살 곳을 정하고, 매매 계약을 했다. 네 가족 중 일부는 하던 일을 그만 두고 공동체 자립경제를 위한 일터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고, 보수도 최소한의 금액을 정해 그 이상 수입이 발생할 경우에는 사회에 환원하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들은 요즘 무사히 적응을 마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을 성취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물음을 던지며, 지난 호에 이어 스리랑카 사르보다야 마을 탐방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모로투와에 있는 사르보다야 운동본부 주변에는 명상센터인 비쉬바 니케탄, 고아원·양로원·장애인 직업훈련센터 등을 고루 갖춘 수화센터, 마을금고 본부인 경제사업개발서비스 등 대규모 사르보다야 공동체가 있다. 아리 박사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우리는 비쉬바 니케탄 명상센터를 방문했다. 명상에 참여하러 오신 분들은 모두 하얀 옷을 입고 고요한 시간을 누리고 계셨다. 이곳에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다음 순례 길에 올랐다.
다음날 아침, 우리의 첫 번째 일정의 목적지인 폴론나루와 지역에 있는 쿠숨포쿠나 사르보다야 공동체 마을로 향했다. 사르보다야 운동은 단순히 서구적인 풍요로움을 지향하는 농촌개발운동이 아니다.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공생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참여자들의 영적 각성을 중요시한다. 깨달음을 통해 빈곤 없고, 풍요도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나’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일과 생각 그리고 에너지를 나눔으로써 깨달음을 얻고, 행복한 공동체를 이뤄가는 것이다. 이 운동은 스리랑카 전통마을에서 자발적으로 마을을 개발하고, 자활해나가도록 돕는다. 사르보다야는 빈곤지역을 개발할 때 주민들이 자치조직을 형성하고 스스로 깨달으며, 마을 발전을 위해 스스로 참가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둔다. 다음의 5단계로 마을 개발을 실현한다.
1단계 슈라마다나 캠프를 만들어 공동체 정신에 공감하게 한다.
2단계 주부, 청소년, 노인, 어린이, 농부 등 참여하는 사람들 스스로 알맞은 프로그램을 짠다.
3단계 마을 단위의 사르보다야공동체를 출범시켜 시급한 일부터 함께 처리한다.
4단계 수입을 올리기 위한 직업훈련을 하고, 마을신용금고를 만들어 자활을 도모한다.
5단계 마을 단위에서 벗어나 다른 마을과 협력하며 지역사회 운동을 벌이도록 이끈다.
한편 사르보다야운동은 가정과 공동체적인 각성(깨달음)을 위해 충족해야 할 인간의 기본 욕구를 기본과제 10가지로 정했다. 1. 깨끗하고 아름다운환경 2. 깨끗하고 적정한 용수 공급 3. 최소한의 필요의복 4. 적당한 음식의 공급 5. 기본이 갖춰진 보건 6. 적절한 주택 7. 필요한 에너지 8. 기본적인 의사소통 9. 전인(全人) 교육 10. 영적, 문화적 욕구이다.
마을에 도착해, 주민들의 환대를 받으며 마을금고 건물 이층으로 올라갔다. 마을 회장인 피얀타 씨가 환영 인사를 발표했다. 이 마을의 총 가구 수인 500 가구가 사르보다야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작은 모임 여럿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마을에는 유치원과 마을금고가 있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필요한 돈을 대출 받아 생업을 유지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자급자족하는 프로그램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간단한 다과 후 마을 투어에 나섰다. 마을 안에는 사원과 유치원, 벽돌을 만드는 곳, 벌꿀을 만드는 사업장, 대출을 받아 시작한 사업체들이 있지만, 거리가 멀어 몇몇 곳만 가보았다. 우리를 계속 호의하며 따라오는 이 마을 부녀회원들은 시종일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일정상 간단하게 마을 견학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순례 길에 올랐다. 폴론나루와에서 여러 유적들을, 담불라의 석굴군에서 초기 승가의 모습과 생활상 그리고 불교사상의 흐름을, 최초의 고대 왕국 도시인 아누라다푸라에서는 부다가야보다 오래된 보리수 스리마하보디트리와 최초로 포교하신 마힌드라 스님의 기거 사찰 아수루무니야, 아바야기리 대탑을 순례했다. 오랜 불교 유적지에서 발견한 흔적들에는 엄숙함과 고요가 깃들어 있었고, 모든 것을 잊게 했다. 순례와 탐방을 함께 진행한 일정이라 피곤하였음에도, 우리는 밤마다 스님과 차를 마시며 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아름다운 스리랑카의 밤 풍경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는 감동은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세계 8대 불가사의 시기리아락 바위궁전과 부처님의 치아사리가 모셔진 불치사를 방문한 후 우리는 캔디에 있는 히팔라 사르보다야 공동체마을을 견학했다. 이 마을에는 370 가구가 있고 590명이 살고 있다고 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마을 회장 필라와라 씨가 환영 인사를 하며, 마을에 스님과 함께 불자들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사르보다야 지역 디렉터인 마하게다라 씨가 사르보다야 운동을 설명해 주었다. 이 운동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4가지 미덕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4가지 미덕은 자애(Metta)- 모든 존재의 행복을 위한 차별 없는 마음, 연민(Karuna)- 비참한 존재를 볼 때 마음에 품는 동정과 그들이 하루 빨리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 같이 기뻐함(Mudiatha)- 행복한 존재를 보았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마음, 평정(Upekkha)-마음의 평정 또는 마음의 안정, 모든 존재에 대해 사랑이나 증오가 없는 마음을 말한다.
1958년 아리 박사님이 물도 없이 살기 힘든 시골 마을에 학생들과 함께 찾아와 사는 데 필요한 물, 먹을 것, 집, 마을 도로 만드는 일 등을 도와주면서 이 운동이 시작되었고 마을에 자치 모임이 형성되면서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결해가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간 다른 나라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진행된 일은 마을에 유치원을 만드는 일이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유치원 2,315개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80년대에 소액대출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마을금고를 만들기 시작해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들이 사업 등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다른 상업적 은행과는 달리 대출자 소득에 따라 차등으로 금리를 책정하여 아주 어려운 경우는 무이자로도 빌려준다고 한다. 현재 마을금고가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은 3,000개 정도다. 사르보다야 운동의 특징으로는 유치원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그룹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점이다. 취학 전 아동부터 14세~24세 연령의 젊은이, 어머니, 농부, 노인까지 자치조직이나 모임을 가지면서 양육, 보건, 미래의 리더를 키우는 교육 등의 운동에 함께한다. 그리고 이 마을은 사원의 주지스님, 동네이장, 학교교장 등 일곱 분이 이 마을운동의 리더이며 교육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GDP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스리랑카는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수가 월등히 높고, 기대수명도 인도나 여타 서남아시아 국가보다 월등히 길며,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과 문맹률이 낮은 배경에는 사르보다야 운동이 미친 영향이 매우 컸을 것이다. 다양한 질의응답을 가진 후 이 마을의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물 관리 시설을 보러 갔다.
이 물 공급 장치가 있기 전에는 멀리 호수에 가서 물을 길어와 사용했다고 한다. 높은 산에서 나오는 물을 필터로 정수한 후 물 탱크에 저장하여 마을로 공급한다. 이 프로젝트는 1993년도에 시작되었으며 사르보다야에서 지원한 사업이다. 스리랑카 시골 마을 상황을 눈으로 직접 보며, 물 관리 프로젝트가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여정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마지막 순례지는 부처님이 3번 방문하셨다는 캘라니아 사원. 본당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계신 와불 앞에서 우리 모두는 이 세상 모든 이들의 평안과 행복을 두 손 모아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