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는 ‘모연의 성공 요령’ 중 세 가지(1. 시스템을 설계하라. 2. 보시할 기회를 만들어라. 3. 필요가 아닌 가치를 알려라)를 소개했다. 이번 호에는 나머지 요령을 살펴본다.
계획을 세우라
한 스님께서 불사 모연을 한다고 자문을 요청하셨다. 찾아가보니 막연하게 절집 하나를
지어야 한다는 큰 그림만 그려놓았을 뿐 흔한 모연 계획서도 없었다. “적은 돈이 아니니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씀드리니 웃으시며 “절 집안 일은 절로 절로 되게 되어 있다”라고 여유롭게 대답하셨다. 하지만 그 일의 실무를 맡고 있는 분들의 사정은 달랐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르고 계셨고,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라서 매우 힘들어 하셨다. 스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를 정확히 모르고 계셨기에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지 모르겠다. 답답하다”라고만 하셨다.
그 분들과 짧게나마 모금 계획을 수립하는 시간을 가지고 난 뒤의 반응은 “말씀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왜 해야 하고, 뭘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는 알겠다”고 하셨다. 몇몇 열성적인 분들은 자신의 역할을 말씀하시며 “이제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겠네”라고 하셨다.
계획은 쓸데없이 복잡한 ‘사무 작업’이 아니다. 서로간의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을 통해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지고,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보여 졌던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또한 만들어진 계획서는 모연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모연의 전 과정과 목표를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된다.
모연 계획은 ‘모연의 대상(불사, 복지금, 시설운영비 등)과 그 자금의 필요성’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다음은 모연의 대상을 잘 분류해서 모연에 돈을 크게 또는 작게 내주실 분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와 그들의 성향과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기부자 분석) 이들에게 누가 어떻게 다가서고, 뭐라 말하며,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돈을 낼까를 구상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 외에 큰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파트너십 대상 물색, 모연 조직 구성, 필요한 자원 활용 등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다. 물론 관련 예산의 확보와 함께 어느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인력이 동원 되어야 하는 지도 계획의 일부이다. 또한, 모금의 윤리를 고민하고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계획 수립은 기획력 있는 신도들이 맡고, 모연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서 추진하면 더욱 좋다.
보시 예정자들을 이해하라
어느 대형사찰에서 ‘모연 워크숍’을 진행할 때이다. 동지기도 담당자가 ‘신도들이 기도 동참을 잘 안 한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신도들이 왜 동지기도를 안할까요?”라고 물으니 담당자는 “첫째, 동지기도의 의미를 잘 모르는 거 같다. 둘째, 다른 절보다 동지기도비가 좀 비싸다”라고 답했다. 워크숍에는 신도님들도 계셨다. 그 분들께 여쭤보니 몇 분은 동지기도를 하셨고, 몇 분은 안하셨다. 동참 안하신 신도님들이 꼽은 이유는 담당자가 얘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른 사찰보다 비싸다는 것을 아는 이도 별로 없었고, 동지기도의 의미도 초심자가 아닌 이상 거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참 하신 분들이 꼽은 이유 1번은 ‘옆에서 하라고 하니까’였다. 여러분이 그 담당자라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권유의 횟수를 늘린다’가 정답일 것이다. 신도님들 중에 우수한 권유자를 선발하고 교육시켜서 권유 횟수를 10배 이상 늘린다면 동참자도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해당 담당자는 동지기도 의미를 알리는 ‘홍보 전단지’ 제작과 ‘동지기도비 할인’을 계획 중이었다.
대부분의 모연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모연의 대상자를 제대로 정하지 않고 그 대상자들이 어떤 기부저항(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과 기부동기(기부를 하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모연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모연을 시작하기 전에 보시대상자를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모연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하라
대부분의 사찰에서 모연의 업무는 자원봉사를 하는 신도들이 진행한다. 큰 금액이나 주요 인사에 대한 권유나 면담은 스님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다른 모연은 신도들의 몫이다. 하지만 그 모연의 주체인 신도들에 대한 교육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떻게 해야 부처님의 법을 지키면서도 효과적인 모연이 가능할지, 일종의 수행 과정으로 모연을 이해하고 마음을 챙기면서 성과도 올릴 수 있을 지에 대한 사찰의 교육 프로그램은 아직 빈약하기만 하다. 그들에게 모연의 참된 의미를 일깨워주고, 제안의 비법들을 전수해줄 수 있어야 한다. 선배 신도들에서 후배 신도들에게 그 요령과 기법이 이어질 때 하나의 전통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자원봉사로 한다 하지만 모연은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이다. 잘못된 모연 방식과 요청으로 인해 사찰에 묘한 긴장감과 분란을 일으키고, 신도들이 도리어 떨어져 나가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모연의 실제적 권유 비법은 다음 호부터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