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라면 모연을 어떻게 하셨을까? 시주금을 내라고 신도들에게 권유하셨을까? 부처님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불교계의 모연 방법과 그 안에 숨어있는 가르침, 기복을 넘어선 불사금 모으기의 비밀을 2회에 걸쳐 살펴보았다. 이번호부터는 더욱 구체적인 모연 방법을 알아본다.불교에서의 보시와 모연은 일반 세속이나 타 종교와는 많이 다르다.(달라야 한다.) 공덕이 한량없고 바라밀 수행의 기초가 되는 보시는 상에 집착한다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無主相布施). 욕심을 버리고 올바른 수행에 드는 인연을 만드는 모연(募緣)은 돈 자체를 모으는 모금(募金)과는 수준이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이러한 바른 이해를 가지고 모연을 하면 과연 정한 금액이 모여질까? 라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늘 그렇듯 우리가 조금만 궁리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의 불교역사 속에서 그 가능성은 늘 증명되었다.
세속의 모금 방식
적극적 권유(광고 포함)
상업적 마케팅 기법 사용
필요에 대한 노골적 제시
기부액에 따른 차별적 보상
기부 이익 등의 강조
불교의 모연 방식
소극적 권유(공지)
신도들의 인지에 따른 자발적 참여
필요와 참여에 대한 가르침 법문
가시적, 공개적인 보상 기피
대가성 불인정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한 불교 모연이 성공하기 위한 몇 가지 요령을 적어본다.
시스템을 설계하라
현대의 절 살림은 매우 다양한 수입원을 가진다. 불전함, 삼보수호, 초파일, 기도, 연등, 불사 등 많은 보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신도들은 너무 자주 돈을 내야 해 ‘기부 피로감’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의 경우를 보자. 그들은 십일조의 전통을 만들어 매주 정기적으로 기부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해냈다. 얼마를 내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 역시 수입의 10%로 정리해 둠으로써 신도들의 고민을 덜어줬다. 이것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매우 크다. 정기적으로 교회에 돈을 내야 하는 것은 의무와 관습이 되었고, 이는 교회 살림을 뒷받침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절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찰마다 신도들을 연령별, 참여도별, 특성별(결혼, 입시, 사업 등)로 구분한 후 각각의 계층에 어떤 날, 어떤 명분의 보시금을 요청하고 있는지 살펴보라. 분명 어떤 계층에는 과도하게 권유가 되고 있을 것이고, 어떤 계층이나 일자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되어 있을 것이다.
이를 기초로 ‘신도별 보시 요청 일람’을 만들어보자. 또한 특정 계층(예를 들어 불교대학생)에는 일종의 ‘보시 일정표’를 짜주어 몇 몇 보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상이 되게 해보라.
정토회에서는 불교대학 졸업을 위해서는 몇 번의 자원봉사와 보시가 의무사항이다.
보시할 기회를 만들어라
사찰에서는 초파일에 가장 많은 보시금이 들어온다. 기독교는 크리스마스와 주일이 그럴 것이다. 왜 그럴까. 절 입장에서는 ‘보시할 기회’를 주는 날이고, 신도 입장에서는 ‘보시해야 하는 날’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그다지 기부에 생각이 없던 사람들도 특정 사건이 생기거나 특정일이 되면 선뜻 돈을 내어놓는다. 이러한 계기와 기회를 만들 수 있어야 보시금의 총액이 올라간다. 일종의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거다.
오래전부터 필자가 주창하던 보시 행사가 하나 있다. 초파일이 봄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을에는 큰 보시의 기회가 없다. 가을쯤에 초파일에 버금가는 대대적 행사를 하나 해보자는 것이다. 이름하여 ‘자비의 금화’. 부처님께 최초의 사원인 기원정사를 기부하셨던 수닷타 장자의 일화를 기리는 행사이다. 승가를 위하여 제타 태자의 동산을 황금으로 채우려 했던 수닷타 장자의 행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불교에서의 불사(佛舍)와 보시를 다시 생각해보고, ‘불사에 대한 기부’를 하는 날로 정해보는 것이다. 신도들은 당일 절에 준비된 작은 황금색 플라스틱 통에 500원짜리 동전을 채워서 사찰 경내를 빼곡히 채워나가는 보시를 하게 된다. 당일은 보시와
불사에 대한 법문이 진행되고 수닷타 장자라는 불교 최초의 고액기부자를 기리며, 그 정신을 직접 실천해보는 행사들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필요가 아닌 가치를 알려라
모금의 핵심은 공감이다. 기부하려면 어떤 곳에 어떤 돈이 쓰일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꺼이 같이하려는 마음이 일어야 한다. 그러기에 모금가들은 논리적, 사상적, 실제적 근거를 들면서 기부자들에게 그 필요성을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신도들이 ‘그것은 절 사정, 스님 사정이고’ 즉 ‘나하고는 관계없다’라고 생각한다면 모연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미국 오리건주 윌슨빌의 리빙인리치먼트센터 교회를 짓기 위해 메리 매닌 모리시 목사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신도들과 소통하며 ‘여러분들은 교회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가’라는 비전 스토리보드를 같이 만들고 공유한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교회 신축을 위한 모금은 목사의 일이 아닌 신도들 본인의 일이 되었고, 영적 보금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힘을 성공적으로 모을 수 있었다. 모연 과정에서 스님이 해야 할 일은 ‘이 일에 얼마가 필요하고 모연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의 중요성에 대해 신도들이 깊이 공감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도들이 ‘우리가 나서서 이 일을 해야겠다. 스님을 도와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궁벽한 울산 산골 마을에 꽤 큰 규모의 호스피스병원을 만들어낸 능행 스님의 일화도 결국 큰 원을 세운 스님과 스님의 비전을 돕고자 했던 신도들의 정성이 모여 만든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