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사부대중공동체(2)불광산사 주지 심보 스님과 도감원 원장 혜전스님, 불타기념관 관장 여상 스님과의 인터뷰가 각각 예정되어 있었다. 인터뷰 장소는 시설 좋고 넓은 접견실이었다. 월간 《해인》 편집장이신 은산 스님께서 불광산사 주지 스님께 대장경판과 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에서 제작한 기념품을
전달하며 취재에 응해주심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셨다. 불광산사의 주지소임은 우리나라에서는 방장 스님의 역할과 비슷하고 도감원 원장 소임은 불광산사의 전체 도량을 총괄하는 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주지 소임과 비슷하다고 한다. 통역은 불광산사에 계신 한국인 혜호 스님께서 맡아주셨다. 한국어, 중국어가 능통하고 불광산사의 종문과 사정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분이라 너무 감사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먼저 ‘승가와 재가의 평등을 지향하고 실현하는 사부대중공동체 탐방’을 위해 오게 되었음을 말씀 드리고 여러 내용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 승가와 재가의 평등을 지향하는 불광산사의 면모들을 정리해 보았다.
불광산사는 50년 동안 성운대사의 지도아래 ‘인간불교’라는 공통된 이념을 가지고 사부대중이 노력해 왔다. 공통된 이념은 사부대중이 하나의 목표, 방향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화합하는 사부대중이 되었고, 지금의 불광산사가 과거 부처님 시대의 화합 승단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자부한다.
성운대사는 ‘불법의 깨달음에는 승속의 차이가 없다’고 말씀하시며 승속의 평등을 매우 중요시했다. 불광산사는 출가자의 승단이고 불광회는 신도대중의 교단이다. 불광산사와 불광회는 마치 사람의 두 발과 같고, 새의 두 날개와 같아서 상호 간의 관계는 평등하다. 따라서 승속의 평등을 통해 불법의 평등을 실천하고 있다. 불광산사는 출재가자의 공동교단임을 표명하며 사찰에 신도가 없으면 국가에 국민이 없는 것과 같은 것으로, 승가와 재가가 단결해야 불교가 역량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며 승속의 화합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제도적인 보호 아래 재가자들도 포교 일선에서 불교에 공헌할 기회를 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불광회 내부에서는 재가자들이 포교할 수 있는 단강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단강사 외에도 텔레비전 방송, 교도소 포교, 정부와의 관계 등에서 재가 신도들에게 역할을 주어 불교 안에 더 많은 포교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승가와 신도의 평등 및 재가신도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재가 사고, 교사제도가 있다. 그들은 비록 출가는 하지 않았지만 사찰에 살면서 스님들과 함께 수행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남자는 교사 또는 정사라 부르고 여자는 사고라 부른다. 불광산사의 불학원(강원) 제도에서도 이와 같은 면모를 볼 수 있는데, 강원 설립 시부터 지금까지 출가인과 재가인이 함께 공부하며 지낸다.
불광산사에는 서급이라는 등급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스님의 수행, 포교, 학업의 삼업을 평가하여 등급을 나누는 것인데 ‘불문 안에 남녀 형상의 분별은 있어도, 발심과 성불에는 남녀의 구별이 없다’고 강조하며 남녀 평등하게 등급을 심사한다. 불광산사 제도상에도 비구, 비구니 스님 간에 평등을 보장하고 있다. 그래서 불광산사에서는 비구니 스님이 교육, 문화, 자선, 전등회, 국제 불광회, 출판, 신문, 방송 등의 단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한 놀라운 사례로 불타기념관에 세워진 18나한상에는 세 분의 비구니나한상이 있다. 정말로 남녀의 차별, 재가와 승가의 차별도 두지 않고 있었다.
불광산사에서 종무위원회는 최고 의결 기구인데, 종무위원회는 9명의 종무위원으로 구성되며 그 중 한자리는 재가 불자에게 보장하고 있다. 불광산사 출, 재가자들은 일정한 서급에 이르면 누구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의 기회를 가지게 된다. 투표에 의한 민주적인 선출방식으로 9명의 종무위원이 선출되고, 다시 그 중에서 우두머리를 한 명 선출하는데, 그 사람이 불광산사의 종장 즉 주지가 된다.
불광산사에는 재가인들의 발심과 후원을 인정하기 위한 공덕주 제도가 있다. 공덕주는 일 년에 한 번 각 말사에서 재가불자들이 크게 발심한 내용을 정리하여 본사로 보고하고, 종무위원회에 추천하여 심사 및 인증을 받고 공덕주로 모시게 된다. 실질적으로 그 분의 행적이 불교에 공덕이 있음이 인정될 때 공덕주라는 품계를 드리게 된다. 아미타경의 9품 연화세계처럼 9품의 공덕주 등급으로 관리하고 있다. 불광산사의 공덕주의 지위는 매우 높은데, 1, 2품의 공덕주에게는 이후 만수당(불광산사 본산 내 납골당 시설)에 모셔지는 혜택을, 3, 4, 5, 6품의 공덕주는 만수당에 모셔지는 혜택 외에 법회나 행사가 있을 때 신도 대중을 대표해 향을 올리게 해준다. 7품 이상의 공덕주는 앞의 혜택뿐 아니라 말년을 불광산사에서 보낼 수 있게 해주거나 매월 생활비를 제공하는 등의 보답을 한다. 공덕주라는 호칭은 재가자에게는 큰 명예이다. 공덕주의 제도를 통해 재가자들은 발심의 단계가 한 단계 더 높아질 것이며 불교발전에 있어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공덕주 제도는 그분들의 노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라고 말씀하신다.
불광산사의 경영 및 관리는 마음과 인과관리로 한다고 말씀하신다. 불광산사는 제도상 돈을 관리하는 사람은 권력을 잡을 수 없게 하고, 권력을 쥔 사람은 돈을 관리할 수 없게 했다. 그래서 주지에게 사찰관리에 대한 권리를 주지만, 금전은 재산관리인이 관리하게 하여 서로 견제하게 하였다. 이런 제도를 통해 권력 남용의 문제를 방지하였으며, 삼보정재가 포교사업에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하였다. 재무 관리는 인과에 대한 관념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례로 강원 내 매점을 무인방식으로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수행인의 기초덕목 중 하나인 인과에 대한 관념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불광산사의 4대 업무 신조는 사람에게 신심을 주고, 환희를 주고, 희망을 주고, 편리함을 주는 것이다. 불교에 대해 신심을 갖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불교가 사회 대중들에게서 신뢰를 얻으려면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 불광산사의 불타기념관은 5년 전 완공된 이후 매년 관람객 숫자가 천만 명에 이른다. 설날 연휴 기간 중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간다. 이 때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번뇌를 덜고 마음을 깨끗하게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포교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잠시라도 번뇌를 잊고 환희심이 나는 경험이 있었다면 사찰을 또 방문하게 될 것이다. 수많은 방법을 시도하면서 방문한 사람들에게 신심을 가지게 하고 신심이 환희로 연결, 희망을 가지게 하고 있다. 방문하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 휠체어, 유모차 등을 대여하고 다양한 식당운영, 화장실 사용 등에서 많은 편리함을 제공하려 힘쓰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방편이 된다. 4가지 업무신조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하고 연구하는 것들이었다. 이 신조를 바탕으로 수많은 행사, 법회 등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일반적으로 사찰에는 객실이나 접견실이 많지 않으나 이곳에는 많다. 사람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는 사례이다. 과거에는 불상에 기도하며 요구했던 것을 이제는 사람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으로 탈바꿈하였다. 우리는 아미타부처님을 대신하여 보은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많은 책임을 부처님께 미루고 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하고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하는 이것이 인간불교라고 말씀하신다. 감동이 진하게 느껴지는 말씀이었다.
불광산사에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즐거움’이 불광산의 가장 큰 특색이라고 말한다. 불광산사에서 불광회까지 승속 사부대중이 평등하게 홍법하는 인간불교는 바로 이고득락의 기쁨을 세상에 널리 펼치고 누구나 자원봉사자가 되어서 삼호(좋은 말, 좋은 행동, 좋은 마음)를 실천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성운대사와 불광산사는 전 세계에 승속 사부대중이 보살의 봉사정신으로 인간불교를 지구 상에 널리 펼쳐서 인간정토를 건설하도록 몸소 앞장섰음을 볼 수 있었다.
여러 제도와 실천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불교의 면모들이 무척 인상 깊었다. 우리나라 불교와 포교 현장들을 돌아보게 했다. 나의 포교현장에서의 모습도 깊이 반성하게 된다. 순간순간에 마음을 다하고 환희심과 신심이 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승가와 재가의 평등을
지향하는 여러 제도는 불자들의 발심을 정말 크게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어 오늘날의 불광산사를 만들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불교에 벤치마킹하면 좋을 제도들이 많은 듯 하다. 우리 한국 불교에서도 평등한 승가를 위한 대중들의 열망도 큰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사찰에서 대만 불광산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는 경우, 불광산사의 여러 면모를 좀 더 자세히 살피고 오시기를 권해드리며 대만 불광산사 탐방 글을 이것으로 마치고자 한다.
다음으로 탐방할 곳은 스리랑카 \'사르보다야 공동체\'이다.
내전을 종식시킨 자비의 힘, 모두의 깨달음을 지향하는 사르보다야 운동은 우리들에게 많은 감동과 가르침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탐방지는 프랑스에 있는 깨어있는 삶을 위한 사부대중공동체 \'플럼빌리지\'다. 틱낫한 스님을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인들이 많이 찾는 명상수행공동체이다. 독신의 삶으로 노후가 걱정되시는 분들, 은퇴 후의 삶을 고민하시는 분들, 공동체의 삶에 관심 있는 분들, 완벽한 복지의 삶이 궁금하신 분들의 해결책은 불교공동체에 있다. 세계의 사부대중공동체 탐방을 통해 함께 확인하길 바라며 인연 있는 분들의 많은 동참을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