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륵나(鶴勒那) 존자는 제23대 조사이다. 그는 부처님께서 가섭 존자에게 전하여 주신 이심전심의 묘법을 계승한 22대 조사인 마나라 존자로부터 법맥을 이어받았다.
학륵나 존자가 숲 속에서 홀로 수행할 때에는 언제나 오백 마리의 학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를 궁금하게 여겨 스승인 마나라 존자를 찾아가서 물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무슨 까닭으로 오백 마리의 학이 제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인지요?”
“그대는 과거에 부처님의 회상.에서 오백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수행하였다. 그때 용궁의 용왕으로부터 공양의 초청이 오자, 그대의 제자들이 모두 함께 따라가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대가 살펴보니 용궁의 공양을 받을만한 제자가 한 사람도 없기에, 제자들이 혹시 복을 감할까 염려하여 혼자 가려 하였다. 그러자 오백 명의 제자들은 서로 다투어 말하였다. ‘스님께서 저희에게 늘 말씀하시기를 공양은 평등하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먹는 것에 평등해야 법에 평등하다 설법하셨으면서도 지금은 그리하지 않으십니다. 어찌 말씀과 행동이 다르십니까? 그러면서 어떻게 성인이라 하겠습니까?’ 이와 같은 제자들의 간청에 못 이겨 용궁의 공양을 허락하고 모든 제자와 함께 공양을 받았다. 수행이 부족하고 복덕이 얇았던 그대의 제자들은 그 일로 말미암아 복이 감하여져, 오랜 세월 동안 나고 죽는 윤회를 거듭하다가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다시 해탈 인연을 맺으려고 학의 무리가 되어 그대의 주위를 맴도는 것이다.”
학의 무리와 자신에게 얽힌 전생의 이야기를 들은 학륵나 존자는 마나라 존자에게 간청하였다.
“저 많은 학의 여러 겁에 걸친 업보를 풀어줄 방법이 없을까요? 저들이 자유로운 몸으로 해탈할 수 있도록 저들에게 법을 설해 주십시오.”
마나라 존자는 학의 무리를 향하여 “너희들은 자신에게 위없는 진리의 보배가 있으니 마땅히 이 게송을 들어 윤회를 벗어나거라” 하고 게송을 읊었다.
마음은 대상을 떠나 이리저리 움직이나
이르는 곳마다 그윽한 뜻이 있네.
흐름에 맞추어 바른 성품을 깨달으면
기쁨과 슬픔에 속지 않으리.
心隨萬境轉(심수만경전)
轉處悉能幽(전처다실유)
隨流認得性(수류인득성)
無喜亦無憂(무희역무우)
게송을 마친 마나라 존자는 바위 위에 고요히 앉아 가부좌를 한 채로 열반에 들었고, 법문을 들은 학떼는 멀리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