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불교테마 대중음악의 현황과 과제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유마의 방 - 이동순(시인) 2016년 05월 411호
우리나라에서 불교를 신앙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무려 1천 2백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여러 종교들 가운데 가장 으뜸을 차지합니다. 그렇다면 이에 어울리는 불교 관련 대중문화가 활발하고도 다양한 스타일로 생산되어야 마땅합니다만 아쉽게도 현실은 정작 외적인 규모의 신장을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듯합니다.

대중들이 평소 즐기고 향유해 온 가요 문화와 그 역사 속에서 우리는 불교문화와 관련된 구체적 징후와 성과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 가요 100년의 역사 전반을 통하여 불교 테마의 음악 작품이 다수 산출되었는데 대체로 사찰, 불교문화재, 승려, 고대사, 불교 건축, 석가모니, 불교 의식(염불, 탑돌이, 독경) 등의 항목들과 깊은 관련을 맺고 전개가 됩니다.

한국의 불교 테마 대중음악은 우선 유명 사찰이나 불교문화재에 대한 취재(取材)가 일반적입니다. 불국사, 해인사, 수덕사, 송학사 등이 바로 그 사례로, 자세히 확인해보면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작품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 1520~1604) 스님과 같은 고승대덕(高僧大德)들에 대한 테마도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님의 숭고한 삶과 구도(求道)의 발자취를 다룬 작품들도 자주 눈에 띱니다. 이러한 계열의 음악들은 서도잡가(西道雜歌), 해서잡가(海西雜歌), 남도잡가(南道雜歌) 등의 장르명칭을 달고 구한말, 혹은 식민지시대 전반기의 대중들에게 광범하게 향유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은 위기의 시대에서 승려라는 존재와 역할이 세상의 위기를 극복하고 구원의 세계로 나아가게 해주는 인도자로서의 기대 심리를 대중들이 갖고 있었던 듯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걸출했던 몇몇 작품들을 기억합니다. 그 작품들은 한 시대 대중들의 삶에서 감각과 취향, 기호와 방법이란 측면에서 특별한 선호와 사랑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 작품을 손꼽자면 <신라의 달밤>, <수덕사의 여승>, <불국사의 밤>, <해인사 나그네>, <무영탑 사랑>, <송학사> 등을 예시할 수 있습니다. 불교 테마 가요 작품 가운데서 <송학사> 같은 작품은 가요팬들의 뜨겁고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무얼 그리 갈래갈래 깊은 산 속 헤매나
밤벌레의 울음계곡 별빛 곱게 내려앉나니
그리운 맘 님에게로 어서 달려 가보세
밤벌레의 울음계곡 별빛 곱게 내려앉나니
그리운 맘 님에게로 어서 달려 가보세
어서 달려 가보세 어서 달려 가보세
-김태곤의 <송학사> 전문

가사의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송학사의 법당에 정좌해 계신 부처님에 대한 뜨거운 귀의심(歸依心)으로 집중된 표현방식이 일목요연하게 가사를 곧 기억하도록 이끕니다. 후반부는 3, 4행의 반복구조에 불과합니다만 그 반복은 귀의심에 대한 강조와 작품의 잔상을 머릿속에서 고스란히 남아있도록 유도합니다. 가수 김태곤은 이 노래 한 곡으로 자신의 가수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구축했고, 불교 테마 가요의 보급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희준이 1960년대 후반에 불러서 크게 히트했던 <하숙생>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데, 이 노래는 인생을 뜬 구름이나 나그네 길로 표현한 부분이라든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이른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불교철학이 반영된 가요 작품으로 뚜렷하게 각인이 됩니다.

이렇게 훌륭한 불교 테마 가요 작품들이 한국가요사(韓國歌謠史)에서 적지 않게 발표되었던 사례들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불교적 이념과 색채를 어떻게 표현하고 대중적 공감력(共感力)을 확산시켜 갈 수 있는가에 작품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제 불교 테마 대중음악은 불교 경전에 담긴 중요한 교리와 부처님의 설법이 대중적 친화력을 지니고 보다 쉽게 대중들에게 친근히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문화적 도구이자 장치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중요한 도구와 장치가 현대인의 삶에서 한층 보편적 장르로 정착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지속적 관심을 갖고 제작과 활동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불교계의 여러 일꾼들과 불자들이 전력투구로 정진해가는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