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사아속 공동체 (3)자급자족과
나눔의
불교 공동체
소박하지만 깨끗한 꾸띠라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자다 문득 일어나 보니 옆 침대에 촌장님께서 주무시고 계셨다.
‘자신의 공간조차도 없이 사시는가?’ 하는 의문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다음날 일정은 새벽 4시, 강당에서 법문을 듣는 시간으로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오전 일을 하기 전에 한 시간 동안 공부를 한다. 이후 5시부터는 모두가 일하는 시간이다. 어른들은 밭으로 일하러 나가고, 마을 곳곳에 학생들이 나와서 청소를 하는 등 각자 맡은 일을 한다. 스님들은 마을을 다니며 탁발을 하신다.
아침 식사 전 노이라는 여성이 우리를 아속공동체와 조금 떨어져 있는 농장으로 안내를 했다. 노이는 농대를 졸업했고, 태국 전통의학 의사이면서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고등학교 때 이곳으로 들어와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우리에게 안내해준 농장은 그즈음에 공동체에서 인수했다고 한다. 매우 척박한 땅을 스님과 마을구성원들, 학생들이 힘을 합쳐 일구고 개간하여 지금처럼 비옥한 농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특이한 모양의 과실수를 가리키며 오메가 3, 6, 9라고 외친다. 아속공동체는 철저한 채식을 한다. 아속공동체를 일으키신 보디락 스님께서는 채식인에게 보충되어야 할 영양소를 가진 전 세계의 채소, 과일수를 모두 들여와 키우셨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두리안인데, 여러 시행착오 끝에 재배에 성공하여
이 농장에는 20년 된 커다란 두리안 나무가 잘 자라고 있었다. 불살생의 계율을 지키고,
완벽한 채식을 위한 이들의 강력한 의지와 노력이 놀라웠다. 농장은 무척 비옥했다. 다양한 과실수, 야채, 허브 등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규모가 무척 컸다. 모두 유기농으로 경작한다고 한다. 이러한 농장이 시사아속에는 4개가 있다고 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것 중 필요한 만큼만 공동체가 소비하고 나머지는 전부 사회에 환원한다고 한다.
오전 9시. 아침 공양을 위해 돌아왔다. 이곳은 오전 9시와 오후 6시, 하루 두 끼만 공양한다. 적게 소비하고 많이 나누고자 하는 뜻에서다. 대부분의 식재는 이곳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들이다. 다양한 채소와 함께 맛있는 아침 공양이 제공되었다. 식사 후 마을 내에 있는 공장을 견학하였다. 허브비누와 샴푸, 허브차 및 건강식품들을 생산하는 곳이다. 시설은 집보다도 공장이 더 좋다. 유기농으로 재배되는 허브와 약재로 이곳에서 다양한 건강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밖으로 배송되는 택배 박스도 한 가득이다. 이 제품들 역시 공동체에 필요한 양을 제외하고는 정가 또는 원가로 판매하거나 손실판매 또는 무료로 제공하며 세상에 환원한다. 시사아속 사업의 목적은 소비자를 돕는 데 있지 이윤을 추구하는 데 있지 않다고 한다. 새해 첫날이나 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기간인 ‘아리야’ 동안에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열어 그들이 생산한 쌀과 채소, 비누 및 허브약초 등을 이윤을 남기지 않고 판매한다고 한다. ‘주는 것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아속공동체의 핵심 가르침이라고 한다.
시사아속의 기본 수입의 원천은 유기농 비료이며, 이는 태국의 전역 소매점을 통해 가장
잘 팔리는 물품이다. 불교적 가르침을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고, 그것을 또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실현하고 사는 것이 놀라웠다.
마을에서는 좌선하거나 염불 또는 독경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식사가 명상이고, 가르치는 것이 명상이고, 일이 명상이다”라며 시사아속의 불교 수행의 가장 핵심은 오계를 지키는 것이며, 열심히 일하고 적게 소비하여 나누는 삶이 수행이라고 얘기한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오계를 지키며, 팔정도를 따르는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공동체는 너무나 윤택했다. ‘어떻게 이런 공동체를 실현해냈을까’ 하며 놀랄 따름이었다.
이곳의 공동체는 마을주민들을 위하여 ‘건강관리 종합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아속공동체 구성원에게 건강이란 몸과 마음의 균형 잡힌 관계이다. 건강한 마음과 감정 갖기, 정직하고 의미 있는 일 하기, 깨끗한 자연환경, 채식, 운동, 병을 치유하기보다는 예방하는 차원에서의 독소 제거를 통한 깨끗한 몸 유지하기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아속사람들은 육체적으로 열심히 일하여 사람들에게 보시를 실천하고, 그로 인해 복을 지어 정신적으로 행복하다. 이는 결국 자가면역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뜻이다. 시사아속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독소를 제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내장과 간 속에 있는 독소를 제거하는 것으로 체내에 쌓여있는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해준다. 예방 차원의 치료법이다. 아팠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건강이 회복됨을 느끼고 돌아간다고 한다.
아속은 외부인들을 대상으로 유기농법, 쓰레기 재활용 및 재사용법, 건강관리법에 대한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약품과 전문지식과 기술을 태국전역에 보급하고자 한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 아속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자급자족 경제를 마을 단위로부터 이루어낸 경제 혁명의 아이콘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아속공동체는 태국 전역으로 나가는 자체 방송채널을 가지고 있고 이곳 시사아속에도 스튜디오와 영상 편집시설을 갖춘 곳이 있어 4개의 방송을 녹음한다고 한다. 방송은 부처님의 가르침, 건강관리, 의약품, 허브음식 및 기타 생활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한다고 한다. 정말 대단했다. 공동체의 성공으로 인해 현재 태국 전역에 9개의 아속 불교 수행 공동체가 있으며, 더 작은 규모로 아속을 따르는 회원들의 공동체가 있다고 한다.
돌아오는 날, 시사아속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아속공동체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커다란 아속공동체를 잠시 들렀다. 설립된 지 20년 정도 되었으며 매우 큰 규모였다. 그 안에도 역시 사원과 마을(수상가옥들도 많았다)과 학교가 있었는데,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커다란 병원도 있고, 대학교까지 갖추고 있었다. 현재 한 참 불사 중이었는데 추가 이주자를 위해 100채 이상의 집을 짓고 있었으며 세상에 환원하는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커다란 마켓을 만들기 위해 넓은 부지를 닦는 중이었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새롭고 현대적 재미를 가진 건물들도 눈에 띄었다. 매우 커다란 규모에 아속공동체의 번영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했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불교수행공동체가 세상으로의 나눔을 펼치는 모습에 감동과 더불어 한국의 불교와 우리들의 모습을 많이 돌아보게 했다.
내가 몸담은 곳에서도 진정한 사부대중공동체 조성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시사아속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척 컸다. 많은 용기와 힘을 준다. 공동체 건설은 꿈이 아니고 실현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어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공동체에는 무엇이 중심이어야 하는지 더 확실히 알게 해주었다.
이곳에 얼마간 머물다 간 한국인 방문객이 그곳을 떠나며 내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직도 믿기지 않고 어리둥절합니다. 시사아속은 완벽한 하나의 가족, 하나의 집이었습니다. 여기서 너무너무 많이 배우고 얻고 갑니다.” 불교가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 움직여서 다가온 인연들에게 이렇게 큰 감동을 준다. 아속인들의 따뜻하고 친절한 미소는 내 마음속에도 깊이 자리 잡았다. 지금도 내 마음이 일그러질 때 그들의 미소를 떠올리면 일그러진 마음이 금세 환해진다.
시사아속공동체는 불교적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픈 방문객들을 누구라도 환영한다. 단지 그들이 오계를 지키고 채식을 한다는 약속만 하면 말이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적게 먹는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모든 것은 무료이다. 불교적 가치관에 입각해서 풍요로움과 건강함을 추구하며 ‘행함으로 배우는’ 장소인 아속공동체는 여러분 모두를 환영한다.
이상으로 태국 시사아속공동체 탐방 글을 마무리한다. 이제 다음으로 스님과 여러 불자님들이 함께 탐방할 곳은 스리랑카 사르보다야 공동체와 불교유적지이다. 내전을 종식시킨 자비의 힘, 모두의 깨달음을 지향하는 사르보다야 운동은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가르침을 선사할 것이다. 인연 있는 분들의 많은 동참으로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누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