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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동안거 반결제(半結制) 법어(法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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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5 - 해인총림 방장 벽산원각 스님 2016년 02월 408호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主杖子)를 세 번 치시고]
운거운래태허하손하익(雲去雲來太虛何損何益)이며
구생구멸거해무흠무여(.生.滅巨海無欠無餘)로다.
구름이 가고 구름이 오더라도
하늘은 더하고 덜하는 것이 없고
파도가 일고 파도가 꺼지더라도
바다는 더하고 덜하는 것이 없음이로다.

고려 때 진각 국사께서 설날 아침 법당에 올라 설법하시기를 “오늘 아침에 그대들을 위해 시절인연을 들어 말하리라”. 어린이에게는 한 살이 보태지고 늙은이에게는 한 살이
줄어들며, 늙고 어림에 관계없는 이에게는 줄지도 않고 보태지지도 않으리라.
보태지거나 줄어들거나, 보태지거나 줄어들지도 않는다는
것도 모두 놓아두고 말해보라. 놓은 뒤에는 어떠한가? 하고
한참 있다가 “누가 이 세상에 신선이 없다고 하던가? 모름지기 항아리 속에 딴 천지가 있음을 믿어라” 하고 주장자를
세웠다.

춘풍원무고하(春風元無高下)하고
화지자유장단(花技自有長短)이라.
봄바람은 높고 낮은 등차가 없지만
꽃가지가 저 홀로 길고 짧고 하더라.

하루는 부처님께서 마니주(摩尼珠)를 가지고 오방(五方) 천왕(天王)들에게 “이 구슬은 어떤 빛깔을 가졌는가?” 하고 물었다. 그들은 제각기 이러쿵저러쿵 말하였다. 부처님은 다시 그 구슬을 감추고 물으셨다. “이것은 무슨 빛깔인가?” 그들은 말하였다. “구슬이 없는데 무슨 빛깔이 있겠습니까?”
부처님은 탄식하며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세상 구슬만 알고 참 구슬은 모르는구나.” 이 때에 다섯 천왕은 모두 도를
깨우쳤다.

진각 국사께서 게송을 짓기를,
경출원명일과주(擎出圓明一顆珠)하니
사명무랑월륜고(四溟無浪月輪孤)라.
천왕오거하지둔(天王悟去何遲鈍)가
별보환수벽안호(別寶還須碧眼胡)로다.

둥글고 밝은 한 개 구슬 들어 보이매
사해에는 물결이 없고 달만 홀로 밝았네.
천왕들의 깨우침은 어이 그리 더디던가
딴 보배를 벽안호에 들어서 비로소 알았구나.

운문(雲門) 선사는 처음 율(律)을 공부했다. 아무래도 만족이 되지 않아 황벽 스님의 제자 목주 화상(睦舟和尙)을 찾아갔다. 문언(文偃)이 처음 목주 화상을 방문하였을 때 화상은
소문과 같이 토굴 주위에 담을 쌓고 대문을 굳게 잠그고 있었다. 문언은 하는 수 없이 다른 이들처럼 토굴 대문을 두들겨 화상을 찾았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화상이 나왔다. “누구냐? 무엇하러 왔느냐?” 도도한 기세로 묻는 것이었다.
“네, 생사일대사(生死一大事)를 밝히러 왔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비호같이 달려들어서 문언의 멱살을 움켜잡고
“무엇이야! 이놈의 똥자루가!” 산골짜기가 울리도록 쩌렁쩌렁 고함을 치면서 휙 떠밀고는 대문을 덜컥 잠그고 들어가버렸다. 문언은 너무나 돌발적인 일이라 얼떨떨하여 말 한마디 못 하고 쫓겨났다. 그는 창피스럽고 분통이 복받쳐 그
후 마음을 굳게 다잡고 용맹정진한 다음 또다시 찾아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말 한마디 못 하고 쫓겨났다. 그는 하도 기가 막혀서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정진하여 자신만만한
경지(境地)를 이룬 다음 세 번째로 화상을 찾아가서 문을 두들겼다.
화상이 문을 열자마자 재빨리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목주는 이렇게 되자 틈을 주지 않고 운문의 멱살을 잡고 “일러라, 일러라” 하고 윽박지르니 꽉 막혀 아무 말도 못 했다. 목주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하고 문밖으로 밀쳐버리고 다시 문을 콱 닫아버렸다. 그때
운문의 발 한쪽이 아직 문 안에 있었다. 문에 치여 저도 모르게 “아야!” 하고 외마디의 비명을 질렀다. 하나 그때 그
순간에 깨달았다. 그야말로 부모미생전본래면목(父母未生
前本來面目)을 대오(大悟)하였던 것이다. 그 후 목주는 운문을 설봉(雪峰)에게 보내어 설봉의 법을 잇게 했다.

체로당당엽이조(體露堂堂葉已凋)
일번소우전소소(一番疎雨轉蕭蕭)
내년갱유신조재(來年更有新條在)
뇌란춘풍졸미휴(腦亂春風卒未休)

본체가 드러남에 잎가지 다 말랐네
한줄기 성근 빗발 차갑게 꽂히는 곳
오는 해엔 다시 어린 가지 돋아와
봄바람에 흔들려 끊임없으리.

해인총림 산중은 내일 초하루 새벽부터 납월 8일 새벽까지 일주일간 용맹정진을 합니다. 1967년도 성철 방장스님께서 총림을 시작할 때부터 일주일간 용맹정진을 해오고 있습니다. 선원 대중과, 율원·강원에서 자원하는 스님들이 함께 정진하고, 산내 비구니 스님 선원과 원당암 재가자 선원 대중이 각기 함께 정진합니다. 사실 일주일간 잠을 안 자고 정진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중이 함께 정진하면 운김에 할 수가 있습니다.

이번 용맹정진 기간에 한 사람도 낙오가 없이 모두 잘 마칠
수 있도록 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일주일간만 제대로 정진을 잘하면 이 공부를 마칠 수가 있다고 옛날 스님들께서 말씀하십니다.

용맹정진을 잘하도록 합시다.

진로형탈사비상(塵勞逈脫事非常)이라
긴파승두주일장(緊把繩頭做一場)이어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飜寒徹骨)이면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가.

진로에 멀리 벗어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니
긴히 식심머리를 잡아 한마당 지을지어다.
이 한번 뒤쳐 차가운 것이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매화의 향기가 코에 다침을 얻으리오.
[주장자를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