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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던 바다 그러나 꿈꾸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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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해인삼매 - 법장 1996년 03월 169호
눈도 분위기 없이 내리고
하도 심심한 날이라서
바다를 보려고 나섰다네.

바다를 향하여 가며 알지못하니
길은 멀고, 길은 험하였네
산굽이 에워돌고, 가파라진산길 구불거리고
넘어가, 가시덤불 골짜기를 비틀대며 올라온 조도鳥道의 끝에
가쁜 숨 몰아쉬며 서니

그 아래 정말 펼쳐졌었네. 창망滄茫한 대해大海가
그 곳에서 역력히 보았네. 낡은 목조의 빛바랜 단청색깔처럼
고색이 창연하게 비추어지던 바다를,
말은 감추게 바다는 아름다웠네.

그 큰 바다에 나무ㅅ잎만한 고깃배
한척,
두척,
세척만이, 저마다 그물을 드리우고 안개같은게
눈앞을 막는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었네.

땅거미가 몰려와 어둠에 잠길녘
바다를 보기만하며 그냥 왔는데,
바다로 빠져드는 해의 색깔로
바다는 온통 황금색이어서

환성을 지르고 싶을만큼
환희에 차 바다를 보았으면서도
아, 하며 환성만 지를 뿐
환희로움에 감탄만할 뿐
그렇게나 오래도록 바다를 그렸는데
모래사장을 핥는 파도소리만
듣고, 바다에도 배에도 발도 들이지 못하였네.

잠에 취하고 꿈에서 못깨인 탓인가
그래도 나의 바다는 말이 전연 없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