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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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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의 글씨를 찾아서 - 조수현 1996년 02월 168호
천은사天隱寺는 전라남도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대한불교 조계종 제19교구의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이다. 지리산 삼대 사찰 가운데 하나로서 828(흥덕왕 3년) 인도 승려 덕운德雲이 창건하고 앞뜰에 있는 샘물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하여 감로사甘露寺라 하였다. 그 뒤 875(헌강왕 1년)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중건하였고 고려 충렬왕 때에 남방 제일 선찰로 승격되었으며, 임진왜란의 전화로 완전히 소진되었으나 1678(숙종4년)에 중건하여 천은사라 하였다. 중건 당시 감로사의 샘가에는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 한 승려가 이를 죽였더니 그 뒤로부터 샘이 솟아나지 않았고, 따라서 샘이 숨었다해서 천은사로 절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절 이름을 바꾼 뒤 이상하게도 이 사찰에는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 일어나서 절에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재화가 끊이지 않자 주민들은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 주는 뱀을 죽였기 때문이라며 두려워하였다. 그 때 조선시대 4대 명필의 한 사람인 이광사가 수체水體로 물 흐르듯 \"지리산 천은사智異山 泉隱寺\"를 글씨를 써서 수기를 불어 넣은 현판을 일주문에 건 뒤로는 다시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새벽녘의 고요한 시간에 일주문에 귀를 기울이면 현판 글씨에서 신운神韻의 물소리가 연연히 들린다고 전하여 내려온다.

천은사는 조선 후기로부터 근세 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액과 주련이 있어 친근감을 주는 명찰이다.

*사진아래글: 조선의 명필 이광사가 물 흐르는 듯한 수체로 쓴, 천은사의 일주문 현판

조선 후기의 명필가인 원교 이광사의 \"극락보전極樂寶殿\", 추사 김정희의 \"일로향실一爐香室\", 창암 이삼만의 \"보제루普濟樓\" 현액이 있고, 근세 작가인 염제공의 \"열선당說禪堂\", \"수홍루垂虹樓\"와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나 \"명부전冥府殿\"과 \"팔상전八相殿\"이 활달한 초서와 행서풍으로 걸려 있음도 돋보인다. 이밖에도 \"첨성각瞻星閣\", \"삼성전三聖殿\", \"응진당應眞堂\" 등의 현액과 함께 대웅보전大雄寶殿에 걸린 주련 글씨는 일제시대 명필로 유명한 성당 김돈희의 중후한 예서풍의 작품도 특이하다.

극락당 앞 창가에 달빛 가득하고, 옥필금색이 허공을 비추네.
어느 사람이 한 생각으로 명호라 이를까.
경각에 뚜렷한 무량공을 이루리.
응진당應眞堂 주련 글씨 또한 세련된 왕희지풍의 행서로 조화롭다.
極樂堂前滿月窓
玉毫金色照虛空
若人一念稱名號
頃刻圓成無量功
모든 큰 성인 무리로 현풍 진동케 하니 교화하는 뭇 중생 일체가 하나이다. 통찰 인간 손바닥 뒤집기와 같으니 재액 소멸하고 복을 내리어 모두 이에 따르길 원하옵네.
諸大聖衆振玄風
敎化群生一體同
洞察人間如反掌
消災降福願皆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