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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환경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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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광장 - 동일 1996년 02월 168호
환경은 곧 생명이다.
요즈음에 들어 다양한 정보 채널을 통하여 접하는 낯익은 구호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사실 환경에 대한 문제만큼 애매모호(?)한 문제도 없다. 다시 말하면 환경 오염에 관한 것은 얼마쯤은 다들 알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직접 피해를 당하기 전까지는 무관심하게 보아 넘기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지난 한해 해인사에서 겪었던 사례만 보아도 이를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경북 도청으로부터 골프장 건립 허가가 나고, 수십만 평에 이르는 광대한 면적의 가야 산자락 하나가 온통 포크레인에 의해서 파뒤집히기 직전에 와서야 해인사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결국 지난 한해는 모든 대중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면서까지 가야산 골프장 건설 저지 활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환경 오염이나 생태계 파괴 문제 들에 대하여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환경 문제는 넓게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문명사적인 문제요, 좁게는 이 시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떻게든 풀어가야 할 절박한 현안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제는 옛날과 달리 급속하게 변화해 가는 사찰 주변의 환경으로부터 수행 도량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현실이다. 이와 같은 관심에서 지금 해인사가 안고 있는 환경과 관련된 몇 가지 문제점을 점검해 본다.
첫째, 가야산 국립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해인사의 지리상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하여 종합수행도량으로서의 성격과 방향을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해인사의 종합적인 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 감으로써 앞으로 제기될 수도 있는 갖가지 주변 환경 관련 문제들에 대하여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응해 나가야만 한다. 앞으로는 가야산에 골프장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형태로든지 개발과 관련한 환경 문제로 인하여 해인사의 수행 도량이 위협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해인사 주변의 자연 환경을 어떤 모습으로 보존하고 관리해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효율적인 마스터 플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덧붙여서 일반 신도 조직을 활성화시켜야 된다는 전제가 따르기는 하지만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일종의 \'사찰환경보존회\' 등과 같은 정기적이고도 조직적인 형태의 대응책 모색을 이제는 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둘째, 일 년이면 수십만 명을 헤아리는 관람객에 의한 수행 분위기 파괴가 심각한 문제이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찰 환경과 관련하여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것은 그만두고라도 신성한 법당 앞에서 온갖 소란과 고함을 지르는 따위의 관람객들의 관광 자세는 또 다른 형태의 환경 오염이다. 수행과 관련하여 최상의 환경을 찾아서 산으로 들어온 것이 바로 \'선禪\' 이었다면 오늘날은 반대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떠들며 북적대는 곳이 바로 사찰이 되어 버렸다. 결국 사찰의 관광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원적인 접근을 통한 본질의 파악과 그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 가능한 방안도 함게 모색해야 한다.
먼저 구광루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그 곳에서 조용하게 선禪음악 등을 들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여 모처럼 만에 찾은 산사에서 들뜬 마음과 정서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로 삼도록 유도한다.
또 불교 케이블 텔레비전을 설치하여 방영함으로써 포교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좀더 적극적으로는 매주 일요일이면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설법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구체적으로 불교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경내의 소음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 수 있다. 그리고 인원에 대한 통제도 필요하다. 곧 비원처럼 입장객의 인원 수에 안내인을 붙여 이들을 인솔하여 참배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셋째, 일주문 앞에 있는 영지影池의 오염 문제이다. 이는 단순히 영지라는 하나의 연못의 오염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해인사에 몸 담고 있는 대중 스님들에 의해서 발생되는 생활 하수에 의한 홍류동 계곡의 오염 문제이기도 하다.
먼저, 일주문 바로 곁 영지의 물이 썩어감으로써 여기서 풍기는 악취는 해인사를 참배하는 이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법보종찰 해인사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세속의 사람들도 요즈음은 환경 오염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마당에 중생을 제도하려고 수행하는 스님들의 절에서 썩고 오염된 생활 하수를 그대로 방류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있을 수 없느 ㄴ자기 모순에 해당한다. 반대로 한번 생각해 보자. 모처럼 만에 찾은 천 년 고찰 해인사 일주문 앞 영지에서 맑은 물에 살랑대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고, 더욱이 한여름이면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화사한 연꽃을 볼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신심 나고 아름다운 경관이겠는가.
다행히도 오염된 영지를 되살리는 문제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한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영지로 흘려드는 하수로 중간쯤에 정화조 탱크를 두 개쯤 묻어 설치함으로써 생활 하수를 정화시켜 흘려 보내면 해결되는 것이다. 여기에 드는 경비 문제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영지를 되살리고자 하는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아니 는가. 근본적으로야 생활 하수의 오염치를 최대한 줄이려는 지혜와 관심이 반드시 뒤따라야만 하겠지만 말이다.
이상과 같은 사례들 외에도 환경과 관련된 문제들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수세식 화장실 설치의 지양과 재래식 통풍형 화장실로의 환원의 문제, 삭발하고 난 뒤의 머리카락 처리 문제, 쓰레기 분리 수거 문제, 가야산 등산로 오염의 문제 등등, 말 그대로 곳곳에 문제들은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가야산 골프장 건설 저지 대책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환경 문제에 대해서 눈을 뜨고 접근해 가는 가운데, 많은 분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 그 가운데 특히 작가 김지하씨와의 대화였다. 그는 우리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 두고 인간을 둘러싼 외부적 조건으로서의 \'자연\' 이라는 의미로서 \'환경\'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접근하는 한 문제 해결은 결코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곧 인간과 자연 환경을 분리해서 받아 들여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동감이 가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불교 경전 속에는 오늘날의 환경 문제들을 풀어 나갈 수 있는 상당한 부분의 해결책들이 벌써 제시되어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우리들의 삶 속으로 되살려 내느냐 하는 데에 있다. 그에 앞서 우리 스님들의 의식은 과연 환경 문제에 대하여 얼마만큼 현실적인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 가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온전한 수행을 위해서라도 환경 문제를 도외시 할 수만은 없는 시대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지금 당장 해인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겨울 가뭄으로 인한 생활 용수 부족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원각경」보안보살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한 마음이 청정하면 모두의 마음이 청정하고,
한 세계가 청정하면 온갖 세계가 청정하다.

2002년이면 개산開山, 1,200년을 맞이하는 해인사도 이제는 환경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건 아닐까. 온전한 수행과 제대로 된 수행 공간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제 환경은 결코 도외시 할 수 없는 우리들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