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바로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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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오성
1996년 02월 168호
요즈음 한낮에 대지를 밟고 서면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입춘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사람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동안에 자연은 소리없이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대는 최첨단화 되어서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초침보다 더 빠르게 변화게 변화하는 시대이다. 생각보다 행동이 빠른 시대,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몸으로 느끼는 시대, 정의보다 이익이 우선되는 시대, 공동체보다 나의 존재가 강조되는 시대, 앞을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시대, 그래서 자신의 자아를 상실하고 갈망의 존재로서 변화를 쫓지 않으면 불안한 시대이다. 이즈음 마음을 바로 하고 고요히 생각해 보자. 봄을 준비하는 자연처럼 변화를 주체적으로 준비할 때이다. 에고이즘이 아닌 참된 자신을 찾고, 그에 의거하여 혼탁한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고히 하여야 한다. 모든 현상과 변화는 업과 인연의 소산이다.
육 년여에 걸쳐 삼심칠억 킬로미터를 날아 목성 궤도를 선회하고 있는 이 항공 우주국의 우주선 갈릴레오와 직선거리 팔억 킬로미터 저 너머 목성에서 수천 가지의 경이로운 새 사실들을 보내오는 시간 지구 한쪽 끝 한국은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청소년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겨울 밤이다.
정당들은 인사를 영입하여 정당 지도자의 정치적 생존을 위한 수혈이나 선거를 위한 일회용으로 소모한다. 또 색깔론을 들고 나와 민주화의 건강한 몸짓을 왜곡시키고 있다. 더불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의회는 중앙 정당의 선거 하수인으로 낙찰되었다. 뿐만 아니라 정권욕은 국민경제를 파탄으로 이끌고 있다.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계화의 구호는 \'역사 바로잡기\'보다 선거용으로서의 약효가 떨어져 버렸다.
이런 사회의 우리 청소년들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를 학습하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 가치관, 인간관을 확립하는 길을 찾지 못한 이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주체성을 상실한 채 심한 경우 알콜이나 약물을 복용하거나 유행가 가사에 심신을 맡겨 버린다. 배구장이나 농구장에서 울부짖는 그들을 보라. 안스럽기 짝이 없다. 성장의 시기에 자신의 정신을 심하게 상처 받고 있다.
이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신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의 주체의식으로, 구원 받아야 할 존재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가치와 의지적 실천행의 능동성을 정당하게 평가 받는 일이다. 주관과 객관의 대립ㄹ과 다양성이 존재하는 현상은 그릇된 지식으로 말미암아 실제 위에 가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참된 실제는 어떠한 경험에 의해서도 부정되어지지 않는 경험의 내용이다. 이들의 대립된 관계를 어떻게 통일시킬 것인가. 그 출발은 자기 가치 인식에서부터이다. 인간의 가치는 세계에 대해 이성적 평가를 통해 변혁해 나가는 의지의 실천자일 때 올바른 평가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