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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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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해인삼매 - 법장 1996년 02월 168호
곤궁한 살림살이라
겨울긴긴밤내 설빔을 어머니는
깁고 있었어도 새물내나는 옷이
내차지로 돌아올리는 없었다.

그런 꼴에도
아이의 섣달그믐은 멋몰라도 분주하고 신나는 날이었으니.

막 쳐낸 가래떡은 떡국 끓이고
인절미 시루떡 솔찮히 차린 화려한
새뱃상대신 뉘집이곤 할것없이
조청 한 야재가 쑥떡몇개 안겨주는
폭폭한 설이었어도, 부풀린 마음을
터치지않고 올설에는 대접이 영판
다를거야 안그럴거야 하며

깡통 잘라만든 목욕통에 차례로
앉아 묵은때를 아프게 밀고
열몇살누님은 지머리보다도 큰
지푸라기똬리를 얹고 서투르게 인
물동이가 반남아넘쳐서 버려놓은
저고리를 걸래처럼 뭉쳐놓고도 좋아라했다.

아이는 즐겁고 멋모르게 분주한
섣달그믐에, 그런날도 어른들은 이상하였다.
일련치 새경받아 무엇인가 몰라도
한짐이나 등에지고 방앗간집 아재가
대문을 모지락스럽게 두들기다 눈물바람하고 떠나간

저녁, 그아재 보내고 아버지는 돌아와
까끌까끌한 수염을 연한얼굴에다 비벼대며
눈물방울 감추려고 괜히 깎아논 밤한움큼 쥐어주고는,
제ㅅ상에 놓일것을 먼저 손댄다고 고시랑거리는 어머니를
말없는 눈으로 그윽히 보기만하던 섣달그믐밤,
아버지.

돌아선 아버지등어리는 아직 늙는나이도 아니건만
유난히도 허망하게 젖어보였고,
맞을설이 고단한가 솔내나는 가슴팍도 차디차게 시려오던
아버지의 그믐밤,
아버지의 섣달그믐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