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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암큰스님과 함꼐 맞이하는 병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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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방담 - 혜암 1996년 02월 168호
스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이렇게 저희 「해인」지를 위하여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을해년 한 해를 보내시고 희망찬 병자년 새해를 맞이하는 감회를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나이 많을수록 세월이 빠른 것 같고 고인들 말씀은 한 말씀도 버릴 말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새해를 맞는다고 달라질 것 겅ㅂㅅ고 언제나 안으로 중생들을 위하여 용맹정진하고 밖으로 남을 위하여 여러 모로 도와 줄 일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서울 한복판의 백화점이 붕괴되는 등 유례가 없는 한 해였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부강한 미국도 부도덕한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난 적이 있었고 다리가 무너져 인명이 살상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보통 서민들이 부정부패를 저질렀으면 바람이 스쳐가듯 지나쳤을 텐데 일국의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의 부정이 드러난데 대해 모든 국민이 경감심을 갖게 된데 대해서는 얻은 것도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지도자는 슬기롭게 대처할 사고와 철학이 있어야 하겠고 국민들은 국가가 부실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철저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겠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 한 해였는데, 그 많은 일들 중에서 잊을 수 없는 일은 무엇인지요.
종단개혁입니다. 마음대로 십분 되지는 않았지만 이만큼이라도 된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세부적인 면에서는 많은 실천과 기획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포교면에서 어린이, 청소년, 장년, 노년층에 맞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회복지도 물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물질을 부여하고 물질은 많으나 정신이 공허한 사람에게는 정신 복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직능화, 다양화된 만큼 우리도 늘 그늘진 곳을 살펴야 하는 마음 자세를 지녀야 하겠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나 자신의 의미와 나를 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이 세상에 올 떄부터 중생 제도하려 왔고 선풍을 진작시킴으로써 제도 방법을 삼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재물에 쉽게 현혹되고 거기에 목적을 두고 살아가니 시간적 여유도 없고 늘 바쁩니다. 나쁜 가운데에도 본 마음을 찾으려고 애를 써야 합니다. 이렇게 움직이는 내가 누구인고 하고 늘 참구해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수시로 부딪히게 되는 외부의 여러 조건이나 도전에 대해서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
무유정법으로 일정한 법은 없으나 개인 일에는 양보하고 대중일에는 극복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만 부딪히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면 육체와 정신이 부딪히는데 자신의 몸과 마음만 잘 다스린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데 있어 인생관을 어떻게 가져야 바람직할까요.
사람몸 받기가 어려운데 좋은 계기를 맞이하여 본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나의 참 모습을 찾는 일이 세상법으로는 옳은 일이니 공부하다 죽어야 되는 것입니다.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 요체가 무엇입니까.
이해와 협력 그리고 화합과 단결로 평화를 유지해야 합니다.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면 문제가 필요없습니다.

교계 일각에서 점점 크게 부각되고 있는 스님과 신도의 관계에 있어 스님과 신도의 역할은 무엇이며 또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스님은 승보에 분을 준수하며 방편으로 포교하여 교화할 일이고 신도는 분을 지키어 교사와 스님들을 받들며 정진해야 됩니다. 우수한 재가 신자들을 조직화하여 그들에게도 직능별로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의료인, 교수, 법조인, 언론인, 문화 예술인, 체육인 등 다양한 세력을 그들이 능률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공간과 체계적인 조직이 필요합니다.

옛날과 달리 어떻게 보면 그 가치가 차츰 얕아지고 있는 오늘날 수행의 현대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강원, 율원을 거쳐서 선원에 입방하여야 옳습니다. 과학 문명이 발달할수록 불교의 전통적 수행법은 더욱더 존중되어야 하고 수행자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꺠달음은 기능적으로 발달하고 하지 않고가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수행자는 강원, 율원을 거쳐서 대중처소인 선원에서 일정 기간 피 나는 정진이 있어야 합니다.

불교의 현실 진단과 내일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기강이 확립되고 단결 화합하여 종풍이 선양되야 하는데 현실이 부족하니 노력, 실천해야 됩니다. 전통 교육 기관을 강화해서 양질의 수행자를 배출하고 각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전문성을 갖도록 해야겠습니다.

종교가 이 사회에서 할일 곧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면서 오히려 종교적 독선과 갈등으로 때로는 무리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에 대해서도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어려운 일 아닙니다. 남의 시비 보지 말고 나만 잘 하면 만사가 해결됩니다.

어느 시대나 있기 마련인 계층의 문제이지만 요즈음 들어 더욱 심각해지는 것 같은데 그에 대한 해석과 또 어떻게 극복해야 된다고 보시는지요.
첫발이 바르면 만리가 바른 것과 같이 부처님 법대로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가정도 마찬가가지지만 재산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꼭 욕심을 부립니다. 없는 사람을 무능력하다고 업신 여기는 마음을 갖지 말고 내가 가난한 저 사람들로 인해 부자가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면 저절로 해결됩니다. 가진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마음을 권하고 싶습니다.

예전보다는 통일에 대한 논의와 북한측의 태도도 많이 부드러워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는 남북통일의 과제와 할 일에 대해서도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협상 조약하기 전에 우리 일을 잘 하는데 남북통일이 있는 것입니다. 협상 조약도 변하는데 무슨 필요 있느냐 우선적으로 나무 뿌리를 살려야 되는 것입니다. 북한과 대화하기 전에 우리부터 서로 협력하고 대화하는 화합이 필요합니다. 남한이 빈, 부, 동, 서로 갈려 있는데 북한이 무엇이 아쉬워서 우리에게 손짓하겠습니까. 국민에게 손진하겠습니까. 국민이 존경하고 따르는 민심을 동반한 강력한 정부만이 남, 북 통일 문제도 주체적으로 이끌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와 문명진단-21세기에 세계가 나아가야할 길을 좀 일러 주십시오.
사회의 교육제도가 틀렸으니 먼저 사람 노릇하는 교육으로 전환하여야 됩니다. 대학교 가기 전의 십이년 동안의 교육이 온통 대학가기 위한 교육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 풍토에서 인간 중심의 사고가 싹틀 수 없습니다. 모든 교육과 삶의 터전이 인간 중심으로 인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선거를 두고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는 지역간 보수 개혁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이니 공명정대한 정치를 하면 어려울 것 없습니다. 그러나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이니 나를 버리고 나라를 위한다면 안될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들도 주권 행사를 올바르게 해서 삼풍 사고와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비리가 만연된 풍토를 척결하는 것도 우리들의 몫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물산주의와 불신을 이겨내는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사섭법四事攝法을 써야 됩니다. 곧 먼제 제물과 법을 베풀며(布施), 둘째는 부드러운 말을 베풀며(愛語), 셋째는 중생을 이롭게 하는 여러 가지 행위를 하며(利行), 마지막으로 중생을 가까이 하여 중생 속으로 들어가 중생들과 고락을 같이 하고 삶을 같이 하면서 교육 제도를 펴면 됩니다.
잘못된 역사는 분명 청산되어야 하지만 공정해야 합니다. 나 빼고는 모두 더럽다거나 내 잘못을 숨기기 위해 역사에 맡기자던 과거를 논리에 맞지 않게 처신하는 것은 공정성과 객관성에 있어서는 잘못된 역사 청산입니다. 그런 역사 청산은 시간이 지나면 시류와 야합하게 디어 있습니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사명감과 훌륭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실천이 요구됩니다.

지도자는 통치 윤리와 지금까지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세상에 올 떄부터 지도자의 사명감과 역사를 청산하러 왔다는 마음으로 해 나아가면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환경 문제입니다. 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가정 교육과 사회 도덕 교육을 바로 하면 됩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만이 자기 것이고 공기, 산, 물은 내 것이 아니라는 공중의식 결여가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가정과 어렸을 때의 교육 기관에서 공중의식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조계종의 올해 과제에 대해 한마디만 해 주십시오.
기강을 확립하여 실천하여야 합니다.

수도정진 중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공 것 없고 꼭 노력대로 대가가 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수행 정진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반은 누구인지요.
지나간 선지식 스님들이 모두 도반인데 나이가 많아 먼저들 본고향으로 돌아가시고 멀지 않아 만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기억에 남는 종단사의 한 모퉁이를 돌아본다면 어떤 일이 있을까요.
조계종단 정법안장의 정통법맥을 외국 학자들이 알아보면 하자가 있는데 이번 개혁 때 시일이 촉박하여 수정을 못하고 기록부에 후일로 유보했으니 다음 스님들이 인연 따라 수정하여 주기를 바랍니다.

스님의 수행 비법과 화두를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화두는 알 수 없는 의심을 타파하는 일이 생명이요, 화두 결택을 말하자면 재미도 없고 답답하고 알래야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할 수 없는 데도 들어가면 의단을 타파하여 한 물건이 천지를 모두 덮는다.
미혹하면 나고 죽는 번뇌심이요
깨달으니 청전법신이네
미혹도 깨달음을 모두 다 쳐부수니
구름 흩어지고 햇빛이 밝도다
迷則生滅心이요 悟來眞如性이라
迷悟俱打了하니 雲散日光明을

출가 시절 이야기 한 토막만 해 주십시오.
세상만사를 헤아려보니 문자도 허망하고 말도 허망하고 살림살이도 허망하여 세상만사가 꿈입니다. 이 꿈을 깨기 위하여 절에 오던 날부터 장좌불와를 몇 십 년 하였더니 지금도 오래는 눕지 못해요. 잠은 절대 헛 것이며 습관대로 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해인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지요.
스님들에게 부탁할 말은 종정 스님 교시 종풍선양宗風宣揚, 기강확립紀綱確立, 섭중화합攝衆和合을 준수하여 주기를 바라며 독자들에게 부탁할 말을 남북통일南北統一, 단결화합團結和合, 국력배양國力培養입니다. 잘 살고 못 살고 발전하고 실패한 것이 네 탓내 탓이 아니라 본래 마음자리에 있으니 부질없이 일어나는 사견심을 물리치고 남을 돕고 참다운 나를 바로 보아 모두 함께 성불합시다.

새해 법어도 들려 주십시오.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라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아라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중생들이 꿈을 만들어 속는도다
구름을 썰어 떡을 만들고
텅 빈 허공으로써 떡국 쑤어
너도 한 그릇 나도 한 그릇
모두 함께 성불합시다
莫道如終分兩頭하라 冬結春到似年流나 試看長天何二相이냐 浮生自作夢中遊로다.

나고 나도 나지 않음이여
해와 달을 삼키고
죽고 죽어도 죽지 않음이여
우주에 활보하는도다
生生不生 乃여 舌却日月하고
生生不死 乃여 闊步宇宙로다

이 도리를 알겠습니까.

산 모양은 항상 푸르고
달빛은 언제나 밝도다
山色 天秋緣이요 月光乃古明

억

오랜 시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해도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