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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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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이성욱┃경기도 부천 상동고등학 2013년 12월 382호

드디어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능을 마친 날 바로 24시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중학생 때 폭죽에 빠진 적이 있었다. 가족이 부안으로 여름휴가를 갔다가 우연히 만난 불꽃축제에 매료되어서 그 불꽃놀이를 연출했던 연구소를 찾아 주말마다 대전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배운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인터넷 카페에 폭죽동아리를 개설하고 밤을 새우며 자료를 올리고 상담을 했다. 친구들 앞에서 불꽃놀이를 보여주고 관심있는 친구들을 모아 폭죽연구회를 만들었다. 그때는 연화(불꽃놀이)연출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순간적으로 화려하게 피었다 지는 불꽃의 일생처럼 나의 꿈도 화려한 잔상만 남긴 채 멀어져갔다.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때 우연히 청소년영화아카데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나의 관심은 영화로 바뀌었다. 스스로의 힘으로 영화 한 편 만들어 보겠다고 시나리오를 쓰고 친구들을 모아 스텝과 배우 역할을 맡기고 폐교를 찾아 며칠간 매서운 추위와 싸우면서 촬영을 했다. 그렇게 겨울방학을 통째로 태우며 만들어 영화제에 제출한 영화는 끝내 아무런 소식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남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교과서와 씨름하는 동안 나는 영화에 매달려 3년을 보냈다.
학교시험을 앞두고 밤새 영화편집에 몰두하는 나에게 부모님은 ‘대학에 가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라’하시며 달래기도 하고, 대학에 가야하는 이유를 나열하기도 하고, 그게 안 통하면 화를 내기도 하셨다.
그럴 때 나는 속으로 물어본다. 부모님이 젊으셨을 때 꿈은 무엇이었어요?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었나요? 지금 그 꿈에 얼마나 가까이 가 있나요? 나는 다음에 내가 원하는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유혹에는 빠지지 않을 거예요. 마시멜로는 지금 먹을 거예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고 싶다구요, 지금 영화를 만들면서 나는 너무 행복하다구요. 일주일 밤을 새워도 힘들지가 않다구요.
몇 편의 영화와 이십 여 편의 ucc 영상에 묻혀 고등학교 3년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드디어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능을 마친 날 바로 24시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다. 주민등록증까지 나온 시기에 친구들과의 외식에서 내 영화제작비까지 부모님의 지원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설레게 했다.
세상이 고요해지고 남들이 일상의 활동을 마치고 충전을 하는 시간, 나의 새로운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는 내게 세상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조그만 구멍을 열어주기도 한다. 사업에 실패해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분이 소주 한 병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기도 하고 때로 욕을 하거나 침을 뱉고 가는 분도 있다. 어느 날은 어떤 분이 급히 뛰어 들어와서 택시비가 없다고 돈 좀 빌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내가 2만원을 빌려드렸더니 그 다음 날 그 분은 돈과 함께 쵸콜릿 한 박스를 얹어 주기도 했다.(그런데 그 얘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잘했다는 얘기보다는 앞으로 절대 모르는 사람에게 돈 빌려 주면 안 된다고 했다.) 어느 노인이 조심스레 매장에 들어오셔서 너무 배가 고픈데 돈이 없다고 해서 내 돈을 가지고 빵과 우유를 사드리기도 했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침에 퇴근하면 학교에 가기 바쁘다. 또 학교에서 돌아오면 잠자기 바쁘고… 그러다 보니 내 개인적인 약속은 근무가 없는 주말에 집중된다. 그러면서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된다. 오히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지방으로 이사 간 친구를 찾아 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화 제작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말았다. 내가 맡은 일을 하느라 하루하루 잠 잘 시간도 부족하게 너무 힘들어졌다. 부탁받은 일을 잘 하는 것 못지않게 잘 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영화가 그렇듯이 우연처럼 시작된 일이 필연으로 가는 첫걸음이었음을 알게 되는 건 시간이 한참 지난 뒤의 깨달음이다. 인생은 어떤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영화에서 나는 남이 지정해주는 역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역을 하고 싶다.
이제 수시도 끝났고 수능도 끝났다. 이 글이 인쇄되어 나올 무렵 나는 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일이 어떤 것이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