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1학기를 마치며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학사대 - 청원靑原┃해인사 승가대학 1학 2013년 10월 380호
노구승천암老龜昇天巖에서 바라본 가야산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이 어느덧 끝나고 새벽녘엔 쌀쌀하다고 느낄 만큼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서늘한 가을이 와서인지 1학기 동안의 강원생활을 돌이켜 볼 때가 많다. 봄 산철에 처음 입방해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펐다.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서 오히려 허둥지둥하는 일이 많았던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없고 하기 싫은 일은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여서 불평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야 함을 배웠다. 특히나 1학년(치문반)이란 시간은 그 동안의 사회생활에서 묻은 때를 벗기고 승가생활에 적합할 수 있도록 모든 필요한 습의를 익히는 기간이다. 개인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내려놓고 대중과 늘 화합하며 함께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공양할 때부터 해우소에 다녀오는 것까지 늘 도반들과 함께 행동했다. 출가 전 조용히 혼자 있고, 행동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그리 쉬운 과정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습의를 빨리 익혀서 승가생활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 ‘나’란 생각을 내려놓으려 많이 노력했다. 이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마 승려로 사는 평생 동안, ‘나’란 생각을 내려놓으며 대중을 먼저 생각하고 대중과 화합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또한 수행의 한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하안거란 기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던 것 같다. 윗반스님들로부터 치문반 하안거가 가장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어와서 잔뜩 긴장한 채 지냈다. 하지만 긴장만으로 지낸 것은 아니다. 처음 겪어보는 과정인 만큼 무엇이라도 더 경험해보고 얻어 보려고 노력했다. 더운 날씨에 빡빡한 생활 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현재 이 순간 이곳에서 수행생활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했다. 힘든 시간을 통해서 나의 모난 점을 깎아내며 여러 사람과 둥글둥글하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힘썼다. 혼자서 라면 힘든 일도, 같이 생활하는 도반들의 도움으로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같이 먹고 자며 모든 강원생활을 같이 하는 ‘도반’이란 존재가 이렇게 소중하고 힘이 될 줄은 몰랐다. 늘 도반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돌이켜본다. 하안거 마지막에 용맹정진에 참가해 본 것도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체험이었다. 화두를 얻기 위해 삼천배를 하며 끝없이 하심下心하려 노력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말로만 들었던 ‘참선’을 일주일이란 짧은 기간이나마 실참할 수 있었던 점이 참으로 좋았다. 사중의 어른 스님들은 물론 선원, 율원스님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이 너무나도 좋았고 인상 깊었다. 어른스님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 것 같다.

어느덧 하안거를 끝내고 해제방학을 맞았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막상 끝나고 나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도 가물하고 아득할 뿐이다. 윗반스님께서 ‘그때 당시는 힘들고 못 견딜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니란 것을 알 것이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새삼 실감이 났다. 나에게 맞지 않는 상황에 처해서도 피하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헤쳐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함을 배웠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비우고 낮추어서 외부의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잘 잡는 법을 배워나가야 함을 느꼈다. 이제 4년이란 강원생활 중 겨우 1/8을 생활해 봤을 뿐이다. 앞으로 경험해 볼 새로운 나날들에 대해 희망 반 걱정 반이지만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수행, 정진할 것이다. 윗반 스님들께서 나의 모난 점을 잡아주시려고 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같이 생활하는 도반스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 글을 마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