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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심는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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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향기 - 최정숙┃대구 2013년 10월 380호

22평 아파트 전세를 살 때다.
가게 일을 마치고 늦은 퇴근을 해오면 몸은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고 애들 재우고 이런저런 집안일을 끝내 놓고 나면 잠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그날도… 먼저 씻으러 들어간 남편이 나오길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한시간이 넘도록 기척이 없어 여러 차례 독촉 끝에 쏟아지는 잠을 버티다가 드디어 씻으러 들어갔는데‘아뿔싸!’ 그만 안경을 낀 채로 세수를 해버린 것이었다. 안경 나사가 남긴 두 줄이 미간 위로 길게 나버렸고 다음번 이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화장실이 2개인 집으로 가야겠다는 큰 다짐을 하게 한 사건이었다.
그렇게 두 마음이 하나 되어 열심히 일한 덕분인지 그때의 바람대로 화장실이 두 개인 것은 물론이요 볕이 잘 드는 아주 넓은 집을 사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마도 20살 때였지… 연극을 처음 본 때가. 배우들의 표정도 잘 안 보이는 비록 후미진 곳이었으나 꽤나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아 그 이후로 연극을 자주 접하는 계기가 되었더랬다. 연극을 보고 있노라면 배우들의 열정이 느껴지고 그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 같아 참 열심히 보러 다녔다. 그때 연극을 보고 나면 원하는 회원란에 표기를 하라는 종이를 나눠주곤 했는데 경제적 능력이 없는 학생이었던지라 관람 후 소감을 적어내는 관극회원 란에 표기를 하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다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후원회원이 되어야지 하는 다짐을 하곤 했었다.
그렇게 10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것을 좋아한 인연 덕분인지 대학가에 조그마한 음식점을 내게 되었다. 일이 서툴러 우왕좌왕 좌충우돌의 시간들을 보내고 조금씩 안정을 찾아갈 무렵…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사람들이 손님으로 왔는데 가만히 보니 한때 공연을 많이 보러갔던 극단의 연극인들이었다. 한 극단을 이끌어 가는 대표가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다.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 인사를 나누고 옛 인연을 이어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연극인들이 한곳에 모여야지 한목소리를 낼수 있고 보다 질 높은 연극을 만들수 있다는 이 대표님의 제안으로 많은 극단들이 인근으로 이사를 오게 되어 좋아하는 연극을 연중 수시로 볼 수 있는 환경을 덤으로 얻게 되었다. 물질적인 후원은 아직 요원하고 마음으로 늘 응원하는 입장이지만 가까이서 그들을 응원할 수 있고 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처럼 마음에 어떤 씨앗을 심는가는 무척 중요하다.
시간이 비록 오래 걸릴지라도 방향을 바르게 잡아준 씨앗은 반드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화려한 꽃일수록 기다림이라는 자양분은 반드시 필요하고 아울러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쓰고 살아야 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