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척박한 제3세계에서 취재를 하다보면 안타까운 일이 많이 발생한다. 어이없는 일로 중병에 빠지기도 하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특히 의료관련 취재를 많이 하다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간단히 치료되거나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부질없이 이 세상을 떠나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그런 나라 국민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 정도. 물론 5세 이하 영아사망률도 높은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런 고통의 현장에서 취재를 할 때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감정이 폭발할 때는 나도 모르게 울 때도 있고, 그래서 사진을 못 찍을 때도 많다. 어쩔 때는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나’하고 회의가 들기도 한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시에라리온에 있는 산부인과 병동에서 취재할 때의 일이었다. 중환자들이 몰려있는 제2병동에서 나는 산모와 환자들과 함께 거의 매일 밤 같이 자며 무더위와 악취, 모기 등과 싸우며 지냈다. 모기가 무서워서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했고, 화장실도 너무나 비위생적이었다(무엇보다 화장실에 물이 안 나온다). 중간 중간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기거나 샤워를 하러, 또는 약간의 고기 섭취를 하러 호텔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깐. 곧 다시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돌아왔다. 병원이 아예 숙소가 된 셈이다.
처음에는 너무 덥고 힘들어서 죽을 지경이었는데 2주가 지나니 아침에 날씨만 선선해지면 밤에 더웠던 기억이 사라져 다시 병원 침대로 기어 올라간다. 하지만 항상 후회는 막심하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사진작업. 나는 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는가. 하루에도 수백 번 머릿속에 되내인다.
하루는 17세 환자가 발작 증세를 일으켜 제2병동으로 왔다. 그녀는 계속 발작을 일으키며 고함을 질렀고, 간호사들은 그녀의 팔과 다리를 헝겊을 이용, 침대에 묶어놓았다.
이틀 후, 그녀는 계속 진통을 했고, 조산원인 ‘시스터 콜’과 간호사들이 억지로 출산을 유도했다. 그녀의 아이는 이미 자궁에서 사망한 상태였으며, 태아 사망이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계속 입에 거품을 물며 괴로워하던 그녀는 출산 후 12시간 만에 병원 침대에서 숨을 거두었다.
간호사들은 한 밤중 사산한 아이를 꺼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나는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우느라고 제대로 취재도 못했다. 이번 일 뿐만 아니라 병원에 있을 때 한 서너 번은 울었던 것 같다. 왜 같은 인간인데 이 사람들은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나. 아프리카의 현실이 너무나 마음 아팠다. 전 세계에서 산모 사망률이 가장 높은 시에라리온.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출산을 이유로 목숨을 잃어야하는 현실, 그것이 아프리카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카메라를 들고 제2병동의 한 침대 위에 앉아있었을 때였다. 간호사 중 ‘시스터 마가렛트’라는 분이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사람들한테서 들었는데, 당신이 매번 운다면서? 여기 병원에서는 다 알려졌어.”
“아, 그래요?” 그분이 나를 핀잔을 주시는 걸까? 나는 무슨 말을 이을 지 잘 몰랐다.
시스터 마가렛트는 이어 말했다. “울지 마. 용감해 져야지. 당신이 울고 그러면 우리도 힘들어져. 그러니까 앞으로는 울지 마. 알았지?”
나는 말했다. “네, 안 울도록 할게요.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나는 이곳에 취재를 하러 온 사람이고, 나의 행동거지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나의 자세가 의연해야 이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을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아마도 그 분은 다른 간호사들을 대표해 나에게 메시지를 전해주시려는 것 같았다.
환자를 다루는 간호사는 간호사의 의무가 있고 나에게는 기자로서의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인간이기 때문에 그 경계가 모호해 질 때가 있고 기자이기전에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해야 할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내가 힘들게 그곳에 가서 기록하고자 하는 것들, 현지인들이 나에게 취재를 허용한 만큼, 나에게는 그들의 아픔을 세상에 알려야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시스터 마가렛트의 충고 한마디는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울지 말고 용기를 가져야지!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의 간호사들일지라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면서 항상 울기만 하는 사진기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세상 어느 곳이라도 다 같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