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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장선거와 종도들의 깊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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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3년 09월 379호

제34대 총무원장선거가 다음 달 치러진다. 종단의 4년을 앞장서 이끌 지도자가 탄생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가라는 기대감이 충만해야 할 시기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걱정이 더 크다.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종도들의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는 일찍이 있었다. 다수 종도들의 뜻이 모아지는 가운데 뽑히는 총무원장이어야 종도들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고, 대외적으로도 강한 조계종이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논의만 무성했을 뿐 한치의 나아감도 없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선거도 중앙종회의원 81명과 교구에서 뽑힌 240명을 합쳐 321명이 새 총무원장을 선출한다. 종도들이 소외되는 총무원장선거가 또 치러지다보니 일찌감치 기대감이 형성되지 않았다.

지난 7월 불교광장의 출범은 기대의 싹마저 틔우지 못하는 불모의 상황임을 웅변한 것과 다름 없었다. 불교광장은 경선에 따른 혼란을 막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 단일후보 추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명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종도들은 불교광장을 외면했을까. 그동안 여러 폐해를 보였던 계파의 연합체라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계파라는 용어 자체가 종도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끼리끼리 파당 짓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인식되었다. 주요 사찰의 주지 자리의 분배, 중앙종무기관 소임자의 임명 배경에는 계파가 늘 작용했다. 적재적소라는 인사의 원칙은 늘 뒷전이었다는 비판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계파 간 불협화음이 없는 것을 종단의 화합으로 여겼다. 비위 행위를 저지른 스님의 징계도 계파에 속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있다는 ‘무법’의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계파들이 모여 총무원장 후보를 추대하겠다고 나서니 어느 종도가 기쁜 마음을 낼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 백양사 도박사건을 겪으면서 계파를 해체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계파들은 해체를 선언했는데, 지난 3월쯤이었다. 그러나 불과 석 달 만에 화엄광장으로 다시 등장했고, 화엄광장은 세를 더 불려 불교광장으로 다시 모였다. 계파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시늉도 할 새가 없었다. 총무원장이라는 권력을 거머쥐려는 의도 앞에 민망함도 팽개쳤다. 이런 계파들이 모여 총무원장을 뽑는 것이 지금 조계종의 모습이다.

조계종의 권력을 좌우하는 계파들이 모여 불교광장을 만드니 계파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스님들은 아예 후보로 나올 꿈도 꾸지 못한다. 과감하게 계파의 해체 또는 계파의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미미하다. 계파의 위세에 눌린 탓이다. 역사를 보건대, 당위성이 주장이 새 역사의 서장을 늘 장식해왔다. 그렇다면 지금 조계종은 새 역사를 열어제칠 조짐이 없는 것일까. 아쉽게도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정은 말아야 한다. 꿈적도 않을 것 같던 흐름을 바꾼 것은 아주 작은 사건이 단초가 되어 도도한 물결을 이루었음을 역사는 또한 보여주고 있다.

총무원장은 종단 권력의 정점인 만큼 총무원장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후보들, 그리고 당선자일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선거를 치르면서 종도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후 어떤 종단을 만들어갈 것인가다. 물론 후보가 종단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후보도 가시적이지 않을뿐더러 거론되고 있는 분들의 색깔 차이, 즉 개혁형이라든가, 화합형이라든가,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종단의 선결 과제가 무엇이고, 이 과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도 짐작하기 어렵다. 이런 것들은 선거운동 기간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예비후보들의 평가 속에서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런 것들이 뚜렷하지 않다. 예비후보들의 이력이 특색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 종도들의 대표가 되겠다는 분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총무원장이 되겠다는 스님들은 지금이라도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은 한에서 자신의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미리 당선 여부에 주눅 들어 좌우를 살피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원력과 청사진이 있음을 밝힐 수 있는 스님이어야 직위에 관계없이 종단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불교광장과 불교광장 내에 구성된 후보추대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논란도 종도들의 관심을 싸늘하게 식히는 데 작용했다. 불교광장이 그 세를 바탕으로 여타의 후보 출마를 가로막으므로 종도들의 선거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고,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종무원들이 후보추대위에 참여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법은 지켜져야 한다. 그럴 때 법으로서의 가치가 구현된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 종단에서는 다시금 강조되어야 할 명제다. 그동안 종단은 총무원장선거를 치를 때마다 홍역을 치렀다. 98, 99년 종단사태를 불러온 원인 중의 하나가 법이 정한 절차를 가벼이 여겼기 때문이다. 32대 총무원장선거 때는 후보들의 사설사암 미등록, 법인 정관에 ‘종단 관장 하’에 있음음 명기하지 않아 후보자격이 논란이 됐고, 선거 후에는 후보자격 미달이므로 총무원장 직무를 정지시켜달라는 소송이 제기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불교광장과 후보보추대위원회의 선거법 논란에 대해 지난 20일 회의를 열어 종무원의 후보추대위원회 참여에 대해 선거운동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자제를 권고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호한 결론이지만, 불교광장이 해체됨으로써 선거법 논란은 해소됐다. 그러나 이후 후보 결정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종무원의 참여는 계속 논란이 될 것임이 예상된다. 현 선거법은 종무원의 선거 중립을 규정하고 있다. “중앙종무기관이나 교구본사 소속 교역직 및 일반직 종무원 및 선거관리위원, 호계위원, 법규위원, 소청심사위원, 종정예경실장은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면서 “호법부는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신속·공정하게 조사를 하여야 한다.”[선거법 제 7조]

문제는 선거에 관여하는 스님이 거의 종무원이라는 것이다. 중앙종무기관은 물론 본사의 소임자, 말사주지도 종무원이다. 위 선거법 규정 중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보느냐, 소극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종무원의 선거 참여가 선거법 위반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포괄적으로 본다면 어떤 소임도 맡지 않는 스님들이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에 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임을 맡지 않은 스님들이 나서서 선거운동 등을 할 소지는 많지 않다. 누군가는 선거운동을 해야 할 텐데, 선거법 위반이 예정될 것은 뻔한 노릇이다. 따라서 중앙선관위가 행위의 범위를 정했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무더기 선거법 위반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선거 후 종단 혼란의 진원이 되기 때문이다.

종도들의 기대가 적을지라도 선거는 치러야 한다. 그리고 선거 후유증을 다시 겪지 않아야 한다는 종도들의 바라만큼은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