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카우치서핑을 하게 된 이유는 외국인들을 만나며 그네들의 삶에 조금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이를 체험해보고자 함이었습니다. 이런 한편으로 중요했던 것은 바로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며 또 그들이 궁금해하는 불교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자 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인도를 만행하며 이렇게 불교를 관심있는 ‘외국인’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보류하게 되었습니다. 인도를 여행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인도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은 한국인이랄 수 있을 정도로 인도 도처에서 한국인들이 많습니다. 갖가지 배경과 여행 동기를 가진 한국 여행자들은 삿갓을 쓰고 두루막 입고 돌아다니는 젊은 스님인 저와 대화 나누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불교에 대해서도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분들을 만나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며 알게 된 사실은 비록 한국인이라고 해도 불교를 접할 기회, 혹은 스님을 직접적으로 만나서 불교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의 절에 가면 스님들은 각자의 소임에 바빠 보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도 겸연쩍은 마음에 그럴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입니다. 이런 차에 인도에서 스님을 만난 것은 한국인들에게도 불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인도에서 카우치서핑을 당분간 쉬고 한국인들과의 만남과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인도에서 몇차례 카우치서핑을 해봐야겠단 생각으로 호스트를 알아보던 차에 만나게 된 친구가 바로 뱅갈로르에 사는 마니쉬였습니다. 뱅갈로르에 서핑 메시지를 남기고 대여섯 개의 초대 메시지를 받았지만 마니쉬를 최우선적으로 만난 이유는 그가 출가를 준비하고 있는 스물 여덟의 인도 청년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된 바로 그가 조만간 출가할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IT 산업으로 유명한 뱅갈로르에서 그가 하는 일은 마찬가지로 IT 관련한 프로그램 구축에 관한 것이었는데 앞으로도 7년 뒤인 서른 다섯 살까지 일을 해서 부모님을 봉양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돈을 벌어 놓은 다음에 출가할 요량이었습니다. 출가에 대한 결심이 굳으면 주위 상황에 아랑곳 않고 선뜻 출가를 하는 풍토가 강한 한국과 달라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마니쉬는 자신이 자란 뭄바이 근처의 어느 조그만 시골에서 고엔카 위빠나사 수행을 몇차례 경험해 봤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출가를 할 결심을 했다 합니다. 지금도 틈틈이 수행을 해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바쁜 일상 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바로 마니쉬는 스님들의 사회적 역할과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인도에 살며 경험한 인도 내 불교 종단의 스님들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스님들이 지켜야 할 계율로써는 청정치 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고 또한 위의(威儀)로도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경박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인도 내 스님들의 모습이 실제 그러한지를 따지기 전에 불교에 귀의하기 전에 이렇듯 스님들에 대해 안좋은 인상을 가지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인도 내 종단이 아닌 남방 불교의 한 맥이라 할 수 있는 고엔카 수행센터를 출가 사찰로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마니쉬의 말에 따르자면 스님들은 청정한 삶을 유지하고 스스로도 수행에 매진하면서도 사람들의 고통을 들어주고 이에 조언을 해주는 정신적 스승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스님들의 위상이나 역할 측면에서 당연한 요건일 터입니다. 스님들은 당연히 사람들에게 그러한 모범이 되는 정신적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마니쉬의 그런 생각이 조금은 아쉬운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스님이 되기 전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두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스님이 어떠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그런 자칫 옳아보이는 ‘선입견’마저도 그가 수행을 해나가며 많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절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런 선입견을 근거로 해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 명약관화하고 그는 이로부터 많은 고뇌를 겪게 될 것입니다.
출가는 한 사람에 있어서 삶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키는 중대한 결단입니다. 바람직한 견해를 가지고 출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이보다 더 긴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태도를 비우는 것입니다. 출가자의 삶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의 삶과 사뭇 다릅니다. 승가에서는 이전의 삶과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 습관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해나가는 중요한 과정에서 자신이 바깥에서 만들어 온 제 아무리 옳은 선입견이라고 해도 이것은 견해 없이 자신을 승가에서의 새로운 삶의 방식에 맞추어 가는 것만 못합니다. 실제로 승가에 지내면서 세속에서 자신이 갖추어온 믿음이나 열망이 상(想)으로 작용하여 본인의 심적 갈등이나 구성원과의 불화를 초래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 왔기에 비어있음이 더 큰 미덕으로 자리잡는지도 모릅니다.
그와 그의 친구 헤먼트가 같이 머무는 집의 이름인 목샤 Moksha는 깨달음을 통해서 생사와 윤회로부터 벗어나는 궁극적인 경지를 뜻하는 산스크리트 단어입니다. 이 목샤에 머물며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출가수행에 대한 다부진 열의와 사명감을 가진 인도의 청년 마니쉬가 과연 실제 출가를 하게 될지는 사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7년은 그만큼 긴 시간이어서 사람의 생각이나 결심쯤은 여러번 뒤바꿀 수 있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만일 그가 출가를 하고 난 뒤라도 그는 여러 가지 번민에 주저할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그 스스로가 직접 부딪치고 해결해나가야 할 일임을 알기에 저는 출가 선배로서의 조언도 많은 부분 조용히 접어두었습니다. 진정한 목샤가 되기 위해 목샤를 뛰쳐나가는 일이 마니쉬에게 일어날지, 7년 뒤까지 조용히 지켜볼 일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