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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정치와 도박…우울에 빠진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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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3년 08월 378호

조계종에서 총무원은 무엇인가. 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은 중앙종무기관이며, 총무원장은 본종을 대표하고 종무행정을 통리한다. 종법 제안, 주지 임면, 사찰 재산의 감독과 처분, 징계의 사면 · 경감 · 복권 · 포상 품신 등의 권한이 있다. 총무원장의 권한과 책임을 종법에서 보면 역동적인 면을 살펴보기에 한계가 있다.

앞에 나열한 총무원장의 권한은 거의 모든 경우에 조정을 필요로 한다. 주지 임면의 경우만 보더라도 간단치 않다. 주지를 하려는 스님과 추천하는 그룹이 여럿 있다. 조정이 불가피하다. 때론 권력투쟁으로 번진다. 본사주지는 해당 교구의 산중총회에서 추천하지만, 총무원장선거인단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거가 있는 해가 아니라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종법 제안도 마찬가지다. 불교교단의 법이라고 해서 이해관계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지 않다. 종회의원의 자격요건 중 승랍을 상향하느냐, 하향하느냐에 따라 교구와 중앙의 정치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치공학적 타산 아래 우리 그룹에 작용하는 유불리에 따라 치열한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정치에 대한 개념 정의는 정치학자마다 다르다.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정치를 본다면, 권력의 획득과 유지, 정적에 대한 제압과 여론조작적 측면이 부각된다. 정치를 한정된 자원의 분배와 관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권력은 중재자 또는 재판관과 같은 성격을 지니게 된다.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정치를 보려는 입장도 있는데, 서로 다른 가치와 지향을 조정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한 집단을 이끈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는 개념정의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권력투쟁과 중재, 새로운 가지의 제시와 구현의 움직임이 뒤섞여 나타난다. 시기에 따라, 현안이 무엇이냐에 따라 권력투쟁의 측면이 강하게 표출되거나 조정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경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치를 권력이라는 용어로 바꿔 써도 무방하다. 정치행위의 정점은 권력에 의한 집행이기 때문이다. 총무원장은 종법에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고, 이 과정에서 권력투쟁과 조정, 화합이 나타나는 것인 만큼 총무원장의 행위는 정치이고, 이를 배타적으로 행사한다는 점에서 권력이다. 또 집단에서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나타나므로 정치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계종 총무원을 둘러싼 요즘의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총무원장선거를 두 달 남짓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총무원장이라는 권력을 획득하려는 계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7월 11일 화엄회, 무량회, 무소속이 합쳐 ‘불교광장’이라는 거대 계파를 창립했다. 총무원장 후보를 추대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조계종에서 종단정치를 하는 계파는 앞에 든 3개 그룹 외에 무량회, 보림회 등 5개가 있다. 5개 중 3개가 불교광장에 모였으니, 여기서 단일 총무원장후보를 내세우면 당선은 확실하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야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선택받기 위해 종도들의 기대가 무엇인지 알아보려 하겠지만, 애초에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으니 종책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그렇게 시급하지 않다.

불교광장의 출범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종단정치행위가 3개 계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존재할 조건이 없어졌는데, 이는 다양성의 사회에 부적응하는 종단을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아직 미미하다.
법응스님이 <계파 척결만이 쇄신과 중흥의 길>이라는 소책자를 통해 “도당의 형성이 아니고 무엇인가?…결국 종단은 몇몇 권승들에 의해 끌려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법응 스님은 이 책자에서 ‘불교광장’을 ‘종헌․종법 위배’ ‘불교의 파벌 세력화’ ‘불교중흥 걸림돌’ 등 매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불교포커스, ‘불교광장, 도당 형성이 아니고 무엇인가?, 7월 9일자]

법응 스님은 “거대 정치조직을 만들어서 후보 단일화라는 합의추대 방식으로 특정 승려에 대한 집단 지지를 유도한다면, 이는 종단이 종법으로 규정한 기본적인 선거마저 청정하게 치러낼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인을 종단의 수장으로 합의 추대하고자 하는 의도라면, 이것이 도당의 형성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정치적 야합에 의해 합의 추대된 총무원장은 결국 그들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법응 스님은 “1만2천여 종도 여러분의 답을 구한다. 총무원장 선거는 출가승려 모두의 일이며, 출가자의 인생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이며, 불일증휘 법륜상전에 직접 관계된 일이기 때문”이라며 종도들의 관심을 호소했지만 반향은 미미하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고위급 스님 도박’ 의혹이 제기됐다. 장주스님이 지난 6월 8일 포항지청에 자신을 포함한 17명의 스님들이 상습적으로 도박을 했다고 자수하고, 이 같은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폭로했다. 17명의 이름은 제방에 떠돌고 있다. 거명한 스님들이 너무 고위급이어서 감히 입 밖에 내기 조심스러울 정도다. 지금은 폭풍 전야의 고요인가.

총무원은 장주스님의 ‘4차원 정치’ 등의 행적을 부각시키고, 오어사 주지를 내놓게 된 것에 대한 앙심으로 종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폭로를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호법부는 장주 스님을 징계하겠다면서 등원공고를 냈다. 도박 의혹으로 고발된 세 명의 스님이 장주스님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황도 연출됐다. 장주 스님의 자수하고, 장주 스님을 고소함에 따라 고위급 스님들의 도박 의혹 사건은 검찰의 손에 넘어갔다. 조계종의 운명이 검찰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는 참담한 상황이 되었다.

스님들의 도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 강남의 한정식집 도박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은 스님이 총무원 소임자로 임명됐다가 재가단체의 거센 항의로 임명 한 달만에 물러난 일도 있었다. 98년에는 당시 종정 월하 스님께서 도박승 척결을 유시한 적도 있었는데, 스님들 사이에 만연한 도박 실태의 심각성을 알려주기에 충분한 사례이다. 월하 스님의 유시는 결국 소위 98, 99년 종단사태의 도화선이 되어 한 걸음의 진전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백양사 도박사건은 영상이 뉴스화면으로 온 국민의 안방에 보여지면서 충격과 실망을 안겼다. 더욱 난감한 것은, 그럼에도 도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님들의 ‘유희문화’로 치부되는 상황이다. 중병이 들어도 중병인 줄을 모른다. 그러면 치료될 수 없는 고질이 될 것은 뻔한 이치다.

조계종 총무원을 둘러싼 종단의 계파정치와 도박만 놓고 보면, 세상은 변하는데 조계종은 다람쥐 쳇바퀴에서 지금도 돌고 있는 모양새다. 총무원과 한 발짝의 거리만 놓고 보아도 중병인 줄을 누가 모르겠는가. 지금이 하안거 결제 중이고, 불교 현안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고, 발언하는 출가 · 재가 단체, 불교언론의 미력함이 원인이다. 이러다 집단적인 우울과 무기력증이 만연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