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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미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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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임옥상 2013년 08월 378호

본래 미술은 보이는 것을 본대로 그리는 것과 보이는 것을 그것과는 다르게 그리거나
안보이지만 본 것처럼 그리는 크게 세 개의 부류가 있다.
나는 셋째의 부류에 속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즉, 나는 있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자연주의자도 아니고 있는 것을 생략하거나 특정 부분을 강조 혹은 왜곡하는 데포르마숑을 별로 즐기지도 않고, 한 때는 현실주의자로 리얼리스트였으나, 그것만으로는 너무나 협소함을 느껴 근래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 눈으로 보는 세상과는 다른 그 어떤 것들을 찾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시간, 죽음, 진리(말씀), 초자연, 사이(間) 등등, 내가 이런 것을 주제로 삼게 된 것은 아마도 삶의 한계와 무상함을 느끼게 되면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끔 불러내는 기쁨은 그 어떤 것보다도 크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자를 가지고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 부터이다. 말씀은 문자로 드러나고 문자를 세운다는 것은 뜻을 세우는 것이다. 세워진 문자는 뜻의 육신(몸)이다. 글자는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인 것이고, 논리적 사고의 체계요, 세상의 기록이다.
그러나 나는 문자를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환기시키고 싶은 것이지, 문자 자체가 그 목표인 것은 아니다. 불립문자不立文字!
어떻게 저 장엄한 불가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다만 코끼리 다리 더듬거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너와 나 사이, 들숨과 날숨 사이, 이승과 저승 사이, 삶과 죽음 사이, 이도 아닌, 저도 아닌, 아니 그도 아닌, 부처는 내가 모르는 경계의 어디에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있기나 할까…!?
비단의 감촉, 바람, 빛, 그림과 말씀-문자 그 어디엔가 부처가 있다면 있을까?
그는 말씀으로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아예 감지되지 않는 것도 아니어야 할 것이다. 이는 모든 진리가 다 그러하다는 나의 ‘억지’의 소산으로 이해해 주면 될 것이다.
210분의 치성으로 이룩된 이 작품이 옷깃 한 번 스침의 인연으로 성불케 하는 기적이 될 수 있다면, 이 험난한 세상에 자비로 중생을 어루만져 주실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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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 님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전주대 교수, 민미협 대표등을 역임했다. 14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실과 발언’동인활동을 했다. 민중미술 15년전(국립현대미술관, 1994)를 비롯하여 2004북경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등 다수의 기획전을 출품했으며, 가나미술상(1992), 토탈미술상(1993)등을 수상했다. “미술은 자연의 부름, 역사의 소리, 윤리의 외침에 귀기울이는 작업이다”라는 소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왕성한 작품황동을 하고 있으며 2013년해인아트프로젝트에 초청되어 해인사 성보박물관에서 작품을 전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