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판전의 기둥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대장경이야기 - 성안┃팔만대장경 보존국장
2013년 06월 376호
우리가 새로운 곳을 방문하기 전에 충분한 정보와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표현처럼 배우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나라 건축에서 기둥의 발생은 빗살무늬토기 문화기의 움집에서 비롯되었으며, 삼국시대에 이르러 방주方柱 ·원주圓柱 ·팔각주八角柱가 있었음이 입증되었다. 건물의 기둥은 보통 3개의 부위로 나누어 기둥밑을 기둥뿌리인 주각柱脚, 중간부분을 기둥몸인 주신(柱身), 윗부분을 기둥머리인 주두(柱頭)라고 한다. 조선시대의 기둥양식을 단면에 따라 분류하면 원주 · 방주 · 육각주 · 팔각주의 4종으로 나뉜다. 원주는 궁궐 ·사찰 ·관아 등의 권위적인 건축물에 많이 쓰였으며, 방주는 궁궐의 정전正殿, 중요 내전을 제외한 부속전각, 일반 주택에도 거의 방주가 사용되었다. 육각주는 특수한 경우에나 찾아 볼 수 있는데, 경복궁의 향원정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팔각주는 사찰의 추녀를 받치는 활주에 쓰이는데, 부석사 무량수전의 활주가 좋은 예이고, 해인사에는 우화당의 건물에서 볼수 있다. 둥근 기둥을 더 자세히 분류하면 배흘림기둥, 민흘림기둥과 통기둥이 있다. 배흘림기둥은 기둥 높이의 3분의 1 지점이 제일 굵고 위는 아래보다 더 가늘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기둥에 배흘림을 두는 것은 구조상의 안정과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한 심미적인 착상에서 나온 수법으로 서양건축의 엔타시스(entasis)와 같은 것이다. 배흘림기둥은 그리스 신전 건축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중국이나 일본의 건축에서도 고대에는 흔히 사용하였다. 그러나 배흘림기둥을 꾸준히 사용해 온 것은 한국 건축물이다. 한국에서는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 이미 기둥의 배흘림이 뚜렷이 나타나며 고려시대의 대표적 건물인 부석사 무량수전을 비롯하여 조선시대의 많은 건물, 즉 무위사 극락전, 화엄사 대웅전과 해인사 장경판전에서도 볼수 있다. 우리가 배흘림에 대하여 익숙한 것은 도서출판 학고재에서 출판한 최순우 선생의 유작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민흘림기둥은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기둥을 가늘게 후린 기둥으로, 주로 둥근기둥에 많이 사용하였다. 해인사 응진전, 화엄사 각황전, 수원 장안문에서 볼 수 있다. 사각기둥에서도 민흘림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석탑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정림사지 5층석탑,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이 좋은 예이다. 통기둥은 아래위를 같게 세운 것으로 서산 개심사 대웅보전이 좋은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