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죄와 벌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3년 06월 376호

지금도 그렇겠지만 6년 전 아프가니스탄은 무법지대 그 자체였다. 수도 카불에서만도 일주일에 두 번꼴로 납치소식이 들려왔었다. 대상은 외국인뿐만이 아니라 현지인도, 여성도, 어린 아이도 예외가 없었다. 카불의 한 음식점에서는 미국인 부부가 식사를 하다가 부인이 괴한에 납치당하는 사건도 일어났었다. 아침 출근길 폭발테러 사건도 항상 일어났었고, 정치인과 여교사 대상 암살 사건, 각종 총기사고도 거의 매일 발생했었다. 내 목숨을 하루하루 신께 맡겨야하는 곳이 아프가니스탄이었다. 하루에서 수십 번씩 “인샤알라 (신의 뜻)”를 외쳐야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어서,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은 곳이었다.
그러면 아프간에는 경찰력이 없느냐, 그것도 아니다. 경찰이 도처에 깔려있으며, 주요 교차로에는 항상 차량검사를 했었다. 아프간 경찰들 참 불쌍했다. 밤낮으로 테러에 각종 범죄에 시달리다 못해 본인들 자신도 테러표적이 되기도 했다. 어떤 날에는 테러범이 카불 경찰국 인근에 I.E.D.(사제폭발물)를 설치, 경찰 기동대가 타고 있던 버스 한 대를 날려 보낸 적이 있었다. 미국 보스턴이나 영국 런던에서 일어나는 테러사건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곳이 바로 아프가니스탄인 것이다.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목숨을 담보로 얼마나 초조한 나날을 보내겠는가.
이런 아프가니스탄도 범죄 없이 ‘안전’한 적이 있었다면 믿기겠는가. 바로 강경이슬람집단인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을 때였다고 한다. 당시 내가 만난 아프간인들 상당수도 “탈레반 때에는 오히려 치안이 안정됐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무법이 판치는 아프간에서 치안을 안정시킬 수가 있었을까?
아시다시피 탈레반은 이슬람의 ‘학생들’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법을 집행할 때도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법’을 철저히 따르려고 했다. 샤리아 법 중 가장 유명한 처벌은 도적행위에 손과 발을 절단하는 것과 간통행위에 돌을 투척해 죽이는 형벌이 있었다. 탈레반은 이 형 집행을 어김없이 실행에 옮겼으며, 게다가 공개집행 및 처형을 했다. 공개집행은 카불의 축구 경기장인 <가지 Ghazi 스타디움>에서 거행됐다.
형이 집행되는 날이면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에 시민들이 격투사의 경기를 보러오는 것처럼 사람들이 동원되고, 또 모이기도 했다. 경기장의 골대 부분에는 두 개의 구덩이가 파여지고, 그곳에 간통혐의로 기소된 남녀가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면 투석 형에 처해져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탈레반 정권은 또한 남편을 죽인 여자도 운동장에서 공개처형을 했다. 아프간여성인권단체인 RAWA 회원이 몰래 촬영한 사진을 보면, 탈레반 요원들이 도요타 트럭에 올라타 칼라슈니코프 소총으로 땅바닥에 앉아있던 푸른색 부르카 (몸 전체를 덮는 이슬람 여성 의상) 를 입은 여성의 머리에 총부리를 대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
탈레반의 행적을 추가로 기술하자면, 1996년 그들이 카불로 입성했을 때 구소련 공산정부의 꼭두각시 대통령이었던 나지불라의 시신을 카불 한복판에 전시했던 것이 있으며, 시도 때도 없이 하자라 족 (이슬람의 시아파를 믿는 몽골군대의 후예이자 소수민족)을 총살한다던지, 예술 및 덕목국에서 회초리를 들고 다니며 부르카의 길이가 짧은 여성들을 후려쳤다던 지 하는, 악행에 가까운 치안유지 방법을 썼었다.
이는 한마디로 공포정치였던 것이다. 이런 공포정치로 주민을 통제했었고, 나름대로 치안을 유지한 것이 탈레반 정권이었던 것. 하긴 잠재적 범죄자보다 더 무섭게 하면 범죄를 하려는 마음을 차단하는 것, 그것이 죄와 벌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나라도 아프가니스탄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같이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면 성폭행, 점심때는 성추행, 저녁에는 묻지마 폭행으로 마감을 하니, 위험해서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법집행이 솜방망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나도 물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성폭행 범죄는 100년 이상을 구형해도 모자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탈레반 같은 극단적 형벌은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탈레반 집권 5년간 강력범죄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지도층 자체가 인권유린을 자행, 범죄 집단화 됐다. 탈레반이 몰락한 후 사람들은 고삐 풀린 말처럼 변해갔으며, 무법과 혼동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과연 인간의 악행은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을까? 종교의 힘으로는 안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