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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소통하라 - 내가 소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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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고득용 2013년 06월 376호

저는 대덕연구단지의 한국기계연구원이라는 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수 백여 명의 박사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으며, 모두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지만 외부와는 좀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새는 많이 사라진 듯하지만, 몇 년 전 만 해도 대전 시민들은 연구단지 종사자들은 본인들과는 좀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소통이 부족했던 것 이죠. 이런 소통의 부족은 대전 시민과 연구단지 종사자 뿐 만 아니라 각 연구소 내부의 사람들 간에도, 연구소와 연구소 간에도 항상 존재하고 있던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이런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몇 가지의 생각을 가지고 실천한 것 들이 있습니다.

연구소에서는 제 분야에 관한 연구를 열심히 하면서도 다른 연구원들과 소통하기 위하여, 90년대 후반에 연구발전협의회라는 조직이 각 연구소에서 생기기 시작할 때 우리 연구소에서도 이 조직을 제안하고 구성하여 경영진들과 연구원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연구원들의 권익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내부 종사자들과 많은 소통을 했고, 경영진이 내부 종사자들의 복지 등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연구소 경영진들도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소 직원들의 복지 뿐 만 아니라 외부 예술문화계 저명인사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하여 강연을 하거나 연주를 하여 연구소 직원들이 딱딱한 연구생활에서 벗어나 예술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있어서 연구소 생활이 한층 즐거워졌습니다.

기관과 기관 사이의 소통은 타 연구원과의 협동연구로 해결하였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영하 200℃ 이하의 온도를 발생시키거나 이를 유지하는 극저온 냉각, 냉동 분야인데 이러한 극저온이 제일 많이 필요한 곳은 초전도 분야입니다. 아시다시피 초전도는 전기저항이 0인 상태를 유지하여 많은 분야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영하 200℃ 이하의 상태에서만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극저온 냉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몇 년 전에 마무리 된 “차세대 초전도 응용기술 개발” 이라는 프론티어 사업의 한 분야인 “초전도 케이블 개발” 연구를 하면서 창원에 있는 한국전기연구원, 구미에 있는 LS전선, 대전의 한전 전력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의 많은 연구원들과 10여 년간 하나의 목표, 초전도 케이블 개발을 위하여 모든 열정을 다해 밤을 새워가며 연구를 했습니다. 현재는 LS전선과 한전이 초전도 케이블의 실증시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 년 내에 초전도 케이블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고, 이는 기관과 기관 그리고 그 기관의 종사자들이 서로 소통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연구가 마무리된 후, 현재는 극저온 냉동기를 이용한 초고진공 펌프의 개발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자력연구원, 우성진공과 함께 연구하고 있는데, 이 초고진공 펌프도 조만간 우성진공에서 상용화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연구는 타 기관과 그 기관에 소속된 분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좋은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시민들과의 소통은 봉사활동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2008년도부터 연구소 내에 많은 봉사팀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우리 부서에서도 “에너지사랑봉사팀”을 만들어서 대전의 회덕복지만두레라는 봉사단과 함께 대덕구 소재 독거노인들을 위하여 반찬을 만들어 전달하는 봉사를 두 달에 한 번 하고 있으며, 추석 때는 송편, 연말에는 김장김치를 만들어 전달하고 6월에는 독거어르신들을 모시고 국내의 명승지를 탐방하는 나들이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복지만두레 봉사단의 여러분들과의 소통, 독거어르신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거죠. 이런 봉사를 하면서 두 가지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반찬을 전달하려고 한 할머니 댁을 방문했는데, 이 할머니께서 냉장고에 있던 먹을 것을 죄다 꺼내 놓으시고는 그걸 다 먹기 전에는 절대로 갈 수 없다고 하시는 겁니다. 함께 갔던 다른 봉사팀원과 배가 불러도 억지로 다 먹고 나서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이 분들이 반찬 보다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이야기를 하고 싶고, 매우 외로우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할머니 댁을 방문했을 때는 난데없이 치킨이 배달되었습니다. 복지만두레 봉사자가 반찬을 가지고 간다는 연락을 했더니 미리 치킨을 배달시켜 놓으신 거죠. 여기서도 어쩔 수 없이 치킨을 뼈만 남기고 다 먹은 다음에 할머니 몰래 할머니의 성경책에 치킨 값을 넣어드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잊어먹고 있었는데 그 다음해 나들이 봉사로 안면도 꽃 박람회를 갔을 때 그 할머니께서 그 당시의 치킨 값이라면서 이만원을 제 손에 꼭 쥐어주시는데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지금도 반찬을 만들고 나면 그 할머니 댁에는 항상 제가 반찬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봉사활동을 통한 어려운 분들과의 소통은 제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연과도 소통하고 있습니다. 2006년 10월에 결성된 “대전한마음토요산악회”에 창립멤버로 참여하여 ‘매주 정기적인 산행을 통하여 회원의 자기 계발과 대자연을 통한 친목 도모는 물론 자연을 사랑하고 사회 봉사에 일익을 담당하는데 목적을 둔다’라는 산악회의 모토에 따라 매주 토요일 시간이 될 때는 산을 찾는 것을 통해 건강도 챙기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도 키우고 있습니다. 이 산악회를 통해서 국내 산은 130여 회, 그리고 해외에도 히말라야 트레킹, 차마고도, 황산, 키나발루 등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국내 산행은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으로 가득찬 봄, 야생화가 만발하고 계곡물이 너무 시원한 여름,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은 가을,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 그 어느 때나 그 어느 한 곳이나 사랑스럽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백두산 천지의 감흥도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히말라야 트레킹에서는 하얀 고봉들과 그 속에서 사는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잊을 수 없으며, 국내 산행이나 국외 산행이나 그 곳에서 만나는 자연과 사람들은 제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위에 언급된 모든 소통을 통해서 저는 직장에서나 사회생활에서나 그런대로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만의 방법으로 직장에서 사회에서 또한 자연과 무조건 소통하셔서 풍요로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고득용님은 한국기계연구원의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동경공대 응용물리학과 방문연구원과 에너지관리공단 파견 근무를 지냈다. 스터링 냉동기 개발 (공동개발자)로 대한민국 기술대전 동상 (2006. 11)과 극저온 분야의 연구성과로 국무총리 표창 (2007. 11) 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