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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서래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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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해인총림 방장 법전 스님 2013년 06월 376호
2013년 하안거 결제 소임자와 함께
한송진야무허뢰寒松盡夜無虛籟하고
노학이서공월소老鶴移棲空月巢로다
소나무에서는 밤이 새도록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고
늙은 학은 둥지를 옮겨 빈하늘의 달에 보금자리를 틀었구나.

보응복우寶應福遇 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달마 대사가 중국에 전한 종지의 분명한 뜻은 어떤 것입니까?”
이에 선사는 말했습니다.
“바람은 샘물소리를 침상寢牀으로 실어보내고, 달은 꽃그림자를 창窓 앞에 옮겨 놓았구나.”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묻는 화두는 선가禪家의 시작인 동시에 종문宗門의 끝입니다. 일천칠백개의 모든 공안이 이로부터 시작되었고 또 이것으로써 끝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출가의 시작도 이것이요 열반의 끝도 이것입니다. 총림대중의 하안거 결제 역시 이것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며, 하안거의 마지막 날도 이것으로 끝을 맺어야 할 것입니다.

보응서래의寶應西來意 공안의 주인공은 송나라 조동종의 보응복우 선사입니다. 그는 소실산少室山에서 문태文泰 선사를 친견했을 때 “결코 남들을 따라 현묘한 이치를 찾지 말라. 현묘한 경지도 나에게는 공허한 말에 불과하다”는 그 말끝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달마 대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자리이기 때문에 오직 화두를 들고 있는 본분납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입니다.

그래서 성공性空 선사는 조사서래의를 묻는 납자에게 “천길이나 깊은 우물 속에 사람이 빠져있는데 한 치의 새끼줄도 사용하지 않고서 그 사람을 건져낼 수 있다면 그대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일러 주리라”고 했던 것입니다.

남악회양 선사가 조사서래의를 물어오자 이에 혜안慧安 선사는 매몰차게 말했습니다.
“자기생각은 말하지 않고 남의 생각을 물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질문을 백번 해봐야 한 번도 절대로 내 것이 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질문하는 시간까지도 공부시간으로 돌리는 것이 훨씬 더 수지맞는 일입니다.

알고 보면 진실한 불법은 전할 법도 없고 구할 법도 없는 법입니다. 그래서 현사사비 선사의“달마 대사는 중국 땅으로 온 적도 없고 제2조 혜가도 인도로 가지 않았습니다”라는 답변에 설봉의존 선사는 기꺼이 인가를 했던 것입니다.

이번 하안거에 보응복우 선사의 서래의西來意 귀착점을 알아차린 납자는 비로소 부처님께서 성도하신 뒤 일주일 동안 방문을 닫아걸고 아무도 만나주지 않았던 일과 유마거사가 불이법不二法에 대하여 입을 다물고서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던 선인의 그 살림살이를 제대로 알게 될 것입니다.

올 하안거에도 ‘조사서래의’화두를 성성적적하게 들고 정진한다면 해젯날 서쪽을 향해 빙그레 웃게 될 것입니다.

점석화위금옥이點石化爲金玉易거니
권인제각시비난勸人除却是非難이로다
돌에 점을 찍어 금과 옥으로 바꾸는 연금술은 쉬운 일이지만
사람들에게 시비를 떠나라고 권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구나.

2557(2013)년 계사년 하안거 결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