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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사대부와 선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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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선과 그림이야기 - 김현정 2013년 05월 375호

김홍도 <염불서승(念佛西昇; 삼매에 들어 서방정토에 오르다)>
모시에 담채, 28.7×20.8㎝, 간송미술관 소장.

조선 후기 영조시대는 조선의 성리학은 최고의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중국에서 명明이 사라진 이후 중화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학문적 적통을 조선이 계승하였다는 자신감이 당시 문인들에게 충만했던 시기였다. 학자와 정치가가 따로 구분되지 않았던 시절, 정치와 학문은 소론과 노론으로 크게 나뉘어 있어 끊임없이 경쟁하였고, 다시 노론은 시파, 벽파 등으로 갈라졌다. 당파黨派는 이후 조선의 비극적 사건들을 가져온 소모적인 정치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하였지만 학문적인 견지에서 보자면 이 또한 확장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였다.
그런 시절이었다. 영조 12년 1736년 11월 17일 강연講筵에서 임금은 당시 이조참판인 이덕수(李德壽, 1673~1744)에게 학문됨을 물었다. 그의 답변의 대략은 이와 같다. “신은 스무살 이전 당송唐宋의 문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포부에 과거의 문장에는 마음을 두지 않아 어른들로부터 꾸지람을 듣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봄꽃과 가을 열매의 비유에 느낀 바가 있은 다음부터 옛 사람들의 문장은 모두 근본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로부터 불가佛家의 여러 책들을 널리 읽으며 그 오묘한 진리에 빠져 거의 10여 년 동안 마음을 쏟았습니다. 이후 30년 뒤에야 다시 사서삼경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불서佛書를 가까이 하고, 불교에 심취하였으며, 선승들과 교류한 사대부는 이덕수 하나 뿐이 아니다. 조선의 유가儒家들이 공식적으로 불교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18세기는 유가와 불가의 넓은 교류가 있었다. 이미 조선 전기 왕실에서는 불교를 드러내고 믿었으며, 중종 이후 사림파가 득세한 후에도 왕실과 사대부가에서는 조용히 불교를 후원하였다. 유학들은 조용한 산사를 찾아가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고, 두 차례의 전란을 겪은 뒤부터는 불교가 다시 사회 전면에 등장하면서 선승들과 선비들의 교유가 활발해졌다. 조선 이전 이미 천년 동안 국교였던 불교는 우리 민족의 체질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호 현재 심사정의 달마도에 대하여 쓰면서 18세기 문인들의 불교취향에 대한 의구심을 언급하고 맺었는데, 때마침 《불교학보》에 게재된 이승수의 〈18세기 전반 사대부의 불교 이해〉를 읽게 되었다(요즘 발등에 떨어진 연구과제 때문이다). 이 논문을 통해 영, 정조 시대 문인들의 불교의 심취와 교류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여러 면(!)에서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소소하게 선화禪畵를 남긴 것은 현재 심사정 뿐이 아니다. 정조가 아꼈던 조선 최고의 화원인 단원 김홍도(壇垣 金弘道, 1745~1806 이전)의 선화도 몇 점 전해지고 있다.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염불서승도(念佛西昇, 삼매에 들어 서방정토에 오르다)>가 그 중 하나인데, 그림은 염불삼매念佛三昧에 깊이 빠져있는 고승의 뒷모습이다. 나의 시선으로 볼 때, 이 그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삭발한 뒷모습이다. 먹을 가볍게 바림하여 표현하였는데,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정갈한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세운 목과 등으로 이어지는 뒷태는 억지스러움이 없고, 흐트러진 곳 하나 찾아 낼 수 없어 고승의 경지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스님의 삼매는 이미 극락세계에 이른 듯, 머리에는 두광이 빛나고 앉은 자리엔 상서로운 구름과 연꽃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심사정의 달마와 유해섬 그림이 거칠고 빠른 필선으로 선의 단순하고 즉각적인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하고 있다면, 김홍도의 이 그림은 부드럽고 세련된 필선을 통해 염불공덕을 통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극락세계에 왕생하는 피안彼岸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관장은 단원이 표현한 구름과 연꽃, 연잎, 옷주름의 부드럽고 우아한 필선을 두고 ‘단원이 노경老境에 터득해 낸 외유내강의 유운선법流雲線法’이라고 정의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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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님은 상명대학교에서 한국 미술사를 공부하였으며 석가여래 설법도상 연구로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한국미술사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