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의 입김이 가장 강렬했던 1930년대를 돌아보면 서양인의 눈에 비치는 상하이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의 대표 영어 사전인 ‘웹스터사전(Webster\'s Living Dictionary)’에 ‘상하이 하다(To Shanghai)’는 ‘아편으로 마비되어, 인력을 구하는 배에 팔려버리다’라는 의미로 쓰였을 정도다. 하지만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홍콩상하이은행 香港上海銀行, 1865년)과 세계에서 가장 긴 바(상하이클럽 上海总会, 1861년)가 건설되는 등 세계의 선진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급속도 성장하면서 상하이는 새로운 메트로폴리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황푸 강변에 늘어선 조계지 건물을 마주하면 먼저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 양식에 놀라게 된다. 외관은 대부분 그리스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서양열강의 힘을 과시하듯 오히려 현지 건축물보다 규모나 장식 면에서 훨씬 웅장하게 지어졌다. 1920년대까지는 당시 영국에서 유행하던 ‘신고전주의 양식’에 따라 신축된 건물이 많았지만, 1930년대 미국의 경제적 힘이 강해지면서 미국의 근대적 스타일의 고층 건물들이 건축되기 시작했다. 그 경쟁의 결과가 와이탄이다. 그리스 신전을 떠올리는 널찍한 계단과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한 외관, 아르데코 양식의 내부 장식 등 상하이의 와이탄은 시간이 멈춘 도시처럼 당시의 화려했던 거리를 다시 재현한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개최하면서 도시는 테마공원처럼 재정비되고 침묵하던 과거의 건축물이 재탄생했다. 150년 전 황푸 강의 문이 열린 것이다. 열강의 세력을 과시하듯 강변 위에 세워진 건물들은 자국의 건물보다 웅장하고 화려했다. 1.7km의 강변에는 당시의 건축물이 용도만 변경된 채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중국인의 출입마저 경계했던 오만한 세력은 사라지고,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관광지가 됐다.
상하이는 진화중이다. 상하이 엑스포 이후 상하이는 더욱 높아지고, 화려해지고, 웅장해졌다. 1930년대 와이탄에 지어졌던 서양식 건축물에는 고급 레스토랑과 명품숍이 들어섰고, 황푸 강변을 찾은 사람들은 푸둥의 거대한 마천루를 배경 삼아 정신없이 셔터를 누른다. 대륙의 과밀함을 대변하는 건축의 조합은 조계지의 화려함과 뒤섞여 미래 도시를 연상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빛을 발하는 것은 중국적 아름다움이다. 중국 전통 가옥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관광지로 탈바꿈했고, 음악이 흐르는 재즈바는 1930년대 상하이의 살롱을 재현한다.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로 성장한 ‘상하이’의 문화유산은 그렇게 여전히 진화중이다.
(자리가 더 있다면 황푸 강변 조계지 건축물 몇 개를 소개해도 될 듯요)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황푸 강변의 조계지 건축물을 몇 개를 소개한다.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상하이가 새로 창조한 문화유산이다.
발도르프 아스토리아 호텔 앤드 리조트 Wladorf Astoria Hotel&Resort
1910년에 완공된 영국 네오클래식 양식의 건축물로 과거 영국인의 사교 클럽이었다. 현재 힐튼 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호텔인 발도르프 아스토리아 호텔로 탈바꿈했지만, 과거의 명성이 이어져 여전히 ‘상하이 클럽(Shanghai Club) 빌딩’이라고 불린다. 시칠리아에서 공수해 온 대리석을 1층 로비와 계단에 사용했을 만큼 화려하고 호사로운 장식과 규모로 사교계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2층에 있는 ‘롱바(Long Bar)’는 건축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바(Bar)로도 30m가 훌쩍 넘었다. 마호가니 목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까지 갖췄다.
더 스리 온더 번드 The Three on the Bund
스리 온 더 번드는 스쿠먼 건축물이 와이탄 강변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아름답고 호화롭기로 유명한 와이탄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이 포스트 르네상스 스타일의 7층 건물은 1916년 건립 당시 강철 프레임의 구조(쿠폴라)를 활용한 최초의 건축물이었다. 현재는 아르마니 플래그십 스토어(Armani Flagship Store), 에비앙 스파(The Evian Spa by Three), 상하이 갤러리 오브 아트(The Shanghai Gallery of Art) 그리고 4개의 최고급 레스토랑인 래리스(Laris), 왐포아클럽(Whampoa Club), 장조지(Jean Georges), 뉴하이츠(New Heights)가 자리한 복합 부티크 건물로 탈바꿈했다.
상하이푸둥 발전은행 Shanghai Pudong Development Bank
1923년에 설립된 건축물로 황푸 강변의 네오 클래시즘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완공 당시의 용도는 홍콩상하이은행(The HSBC Building)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은행 건물이었다.
페어몬트 피스 호텔 Fairmont Peace Hotel
1929년 8월 ‘캐세이 호텔(Cathay Hotel)’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6400만 달러를 투자해 레노베이션을 마쳐 와이탄의 랜드마크가 됐다. 상하이의 황금기라 불렸던 1930년대의 분위기를 150% 재현한 구조와 객실 인테리어는 상하이에 여행자들이 왜 열광하는지 짐작하게 한다. 지상 층에 늘어선 명품 부티크 숍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품 셰프의 레스토랑이 있는 와이탄은 지극히 매혹적이고 유혹적이다.
더 하우스 오브 루즈벨트 The House of Roosevelt
이름에서 연상되듯 미국 제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가족 재단(President of Theodore Roosevelt Association)이 운영하는 건물이다. 1920년 설립 당시 영국계 대기업인 자딘매디슨 건물이었으나,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증손자인 트위드 루스벨트(Tweed Roosevelt)가 인수했다. 현재 상하이에서 가장 많은 와인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와인 셀러와 환상적인 전망의 루프톱바,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