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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심사정의 달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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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선과 그림이야기 - 김현정 2013년 04월 374호

심사정, <달마도해(達磨渡海)>, 종이에 수묵, 27.6×35.9㎝, 간송미술관 소장.

지난 호 심사정의 <하마선인도>를 감상한 참에 현재玄齋의 그림 하나 더 소개할까 한다. 간송미술관에 소장하고 있는 <달마도해達磨渡海圖>. 갈대 잎 하나에 몸을 실은 달마스님이 파도 치는 바다를 건너고 있는 그림이다. 그림은 하마선인도 보다는 조금 크지만 내용은 역시 매우 간결하다. 머리부터 뒤집어 쓴 큰 가사 속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종아리를 내놓은 채 갈대 줄기 위에 맨발로 서 있는 달마스님을 그렸다. 눈에 띄는 점으로 보자면 일반적으로 달마도의 특징은 그 험상궂은 인상파(!) 얼굴에서 드러나기 마련으로 조선 중기 김명국의 대표적인 달마도와는 다르게 희화적이고 유(柔)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어찌 보면 대강 건너 뛴 듯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달마스님의 얼굴과 풍모는 저 멀리 서역으로부터 왔기 때문에 대부분 괴팍하게 묘사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심사정이 이렇게 대강 그린 것도 이유가 있겠지 싶다.
많은 달마도가 그렇듯이 안광이 빛나는 얼굴이 특징이긴 하다. 하지만 그에 보태서 거칠고 빠른 붓놀림으로 분방하게 그린 옷의 묘사에서 달마도의 특징이 더 많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것은 그동안 선화에서 많이 보던 묘사법이긴 한데, 그것이 옷의 주름이나 실루엣 표현이라는 단순 의미에서 더 나아가 어느 부분을 그렸던지 겉모양보다는 필선에 공력으로 담아 그 선 하나에서 이데아(idea) 즉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관념을 표현하자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에서도 먹이 좀 부족한 듯 거친 감각과 빠른 손놀림이 특징적으로 드러나 있다. 몇 번 안 되는 붓질로 표현해 낸 달마스님의 가사 주름은 그림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어 대강 그린 듯 유하고 희미한 달마의 얼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동양의 초상화가 추구했던 터럭하나라도 다르면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한 엄격한 사실주의하고는 전혀 다른 방향이다.
좀 더 감상해보자. 머리에 두건처럼 뒤집어 쓴 가사의 굵은 선을 따라 시선을 내려오면 바로 바다 위에 떠 있는, 달마가 올라 탄 갈대에 눈길이 머문다. 갈대는 넘실대는 파도 위에 아주 용케 잘 떠 있다. 그 위로 흩어지는 파도를 보건데 바다는 잔잔하지 않다. 비단 같은 파도 위에 떠 있는 갈대와 파도의 포말, 구름 낀 듯한 하늘은 묘한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다.
현재 심사정(1707∼1769)은 사대부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이 역모 사건으로 몰락한 후 그림으로 심사를 달래며 살아온 화가이다. 사대부가 화업에 종사하는 것이 흉이 되지 않기 시작한 시대여서 그랬는지 당대에도 화가로서의 그의 이름은 높게 평가 되었다. 이 그림이 현재 심사정의 대표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또 이것이 그의 내면세계를 드러냈다고 하기에도 억지스러운 점이 있지만, 당대 사대부 문인이 그린 선화라는 점에서 감상할 부분이 있다. 이후 김홍도를 비롯한 문인화가들이 달마나 고승을 그린 선화를 간혹 그렸기 때문이다. 선화는 뜻을 드러내고자 한 사의화(寫意畵)라는 점에서는 문인화와 같지만 그 방식이 직관적이냐 혹은 비유적이냐에 따라

감상의 관점이 달라지므로 18세기 조선의 화가들이 선화를 남겼던 동기와 배경에 대해서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사족, 그림 속 달마 스님의 벗은 발은 지난 호 하마선인도 유해섬의 맨발을 떠올리게 한다. 입고 있는 웃옷의 기장도 그렇고 발의 모습이 참 비슷해서 선사와 신선의 발은 모름직이 저래야하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