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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단의 잔인한 3월과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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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3년 04월 374호

꽃샘추위가 꽤 길다. 제주도에선 유채꽃, 경상도 전라도 남녘에선 산수유꽃 피었다는 소식이 향기롭다. 이렇게 하여 긴 겨울을 보낸다. 저 꽃들은 겨울을 고이 보내는 환송의 갈채이다. 찬 바람 속에 흔들리는 꽃들로 인하여 겨울은 어느 날 훌쩍 흔적도 없이, 추웠던 기억을 남긴 채 자취를 감춘다.
우리 종단도 3월을 보내고 4월을 맞이한다. 조계종의 봄은 뜨겁다. 정치바람이 출렁이기 때문이다. 설 지나고 안거도 해제했다. 조계사 주변 거리엔 만행 나온 스님들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3월엔 임시종회가 열렸다. 종단의 중요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법을 만들고 바꾼다. 새 인물을 여러 위원으로 선출했다. 오랜 기간 묵혀왔던 법인법도 제정했다. 이 법은 법인을 만들어 중앙종무기관으로부터 벗어나는, 즉 탈종단화하는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장치이다. 종단의 유무형의 재산의 유실을 막는 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선학원은 종단으로부터의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선학원에 대해서는 이 법 공포 후 6개월 동안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갈등을 완충하고 협의기간을 갖자는 것이다.

3, 4월은 조계종으로서는 공교롭게도 몇 년간 종단을 뒤흔든 대형사건이 있는 때이기도 하다. 도선사와 봉은사를 총무원 직영사찰로 전환하고 직영사찰인 경산 선본사(갓바위)를 특별분담금사찰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된 때도 3년 전인 2010년이었고 3월이었다. 이른바 ‘봉은사 사태’라고 불린 내홍이 시작됐다. 당시 주지였던 명진 스님은 “신도들과의 소통 없이 결정된 직영사찰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 주까지 총무원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과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전국 사찰과 신도들을 대상으로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폐지 운동을 전개하겠다”면서 반발했다. 결국 봉은사는 직영사찰로 지정됐고, 새 주지로 진화 스님이 임명되면서 일단락됐지만, 정치권 외압설 등이 제기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봉은사 사태는 그해 가을이 되어서야 일단락되었다.

2011년 4월은 영축총림 통도사가 새 주지 선출을 둘러싸고 5월까지 종단을 긴장시켰다. 1개 교구본사의 내홍이었으나, 영축총림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방장과 임회 측이 갈등하는 형국이어서 종단 관계자들은 물론 많은 불자들이 가슴을 졸였다. 또 교구본사 주지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이후 총무원장 선출에서 선거인단 확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갈등이 커지면 총무원도 맞물려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폭발력이 큰 상황이었다. 그해 부처님오신날을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지난해 3, 4월은 긴 악몽과 같은 시기였다. 이른바 ‘도박사건’이 터진 것은 3월 23, 24일. 언론에 보도돼 세간의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한 때는 4월 초였다. 부처님오신날을 한 달 정도 앞둔 때였다. 당시 도박하던 장면이 TV에 보도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더욱이 백양사 방장 수산 스님의 49재를 모시기 위해 모인 스님들이 밤을 새워 판돈을 걸고 카드를 했다니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종정예하가 참회하는 초유의 사태였다. 진제 종정예하는 “스님들이 못난 짓을 했는데 내가 대신 참회하겠다\"라고 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국민과 불자 여러분께 참회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대국민 참회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참담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총무원 소임자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도박행위를 감싸는 듯한 발언을 해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이 사건은 종단 주요소임자의 비도덕적 행위까지 폭로하는 상황으로 전개됐다. 총무원장 퇴진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 승가가 들끓는 가운데 자성과 쇄신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향이 잡히면서 그 해 가을에 들어서야 잦아들었다.
지난 6월 조계종은 쇄신안을 발표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 수십년간 사찰과 종단운영과정에서 빚어진 부작용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근대적인 사찰운영제도를 고치겠다고 밝혔다. 사찰재정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전문 종무원이 재정을 담당하도록 하고, 승려들은 수행과 포교에만 전념하도록 했다. 종단 주요 사찰의 재정 공개를 확대하는 한편, 국고 보조금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 나간다는 점도 약속했다. 선거공영제를 실시하고, 승려법을 개정해 도덕성과 품위를 해치는 승풍 실추에 대한 법 집행을 엄정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쇄신안들이 그동안 얼마나 지켜졌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앙종회를 비롯한 종단기구는 물론 교계언론 어디에서도 쇄신안의 진행 정도를 아직까지 살피지 못하고 있다. 총무원도 쇄신안의 진척 상황을 종도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일부에서는 자성과 쇄신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에도 종단은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도박사건으로 종단의 징계를 받아 조계사 부주지와 중앙종회의원에서 물러난 스님이 당시 도박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불교닷컴 대표 이모 씨를 폭행하는 사건이 터졌다. 도박을 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성찰보다는 보도에 불만을 담은 보복성 폭행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사건이다. 피해자의 상해 정도도 상당하다. 이를 4개 뽑아냈고, 몇 년 전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폭행당한 이후 혈뇨가 나타났다고 한다.
폭행사건은 3월 18일 오후 7시께 일어났는데, 중앙종회 임시회를 앞두고 종회 계파모임 중 하나인 무차회에 속한 20명 가까운 스님들이 저녁식사를 위해 모인 인사동의 한 식당이었다. 이곳을 찾은 이 씨에게 스님이 느닷없이 폭력을 행사했다. 놀라운 것은 많은 스님들이 있었음에도, 그 중에는 중앙종회의장을 지낸 스님과 총무원 부장 소임자 스님도 계셨다. 이런 스님들이 계신 곳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폭력에 대한 무딘 감각이다.
불교단체들이 잇달아 성명을 내며 엄정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정의평화불교연대, 민중불교동지모임 등이 참여하고 있는 사부대중연대회의는 “자성과 쇄신 결사를 약속하고 실천하지 않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 이하 모든 지도부 스님들은 공개 참회하고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보시거부, 삼배거부 등 승풍 진작을 위한 대대적인 제2의 정화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혀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폭력 행사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은 당연하다. 총무원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조계종에 대한 폭력 이미지가 덧씌워졌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은 우리 종단의 94년 종단개혁과 98년 사태 당시 벌어졌던 폭력의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개인의 단순한 폭력사건으로 규정해 서둘러 마무리하기보다는 폭력의 이미지를 벗겨내어 ‘청정 조계종’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