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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강을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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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3년 01월 371호

매년 1월이 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도시 이름에 ‘1월’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3년 전 1월 바로 그 도시에 갔기 때문이다. 그곳은 바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Rio de Janeiro’이다. 직역을 하자면 ‘1월의 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곳이다.
리우라고 하면 매년 삼바축제가 화려하게 열리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한 코파카바나라던 지, 이파네마 등 해변에는 TV나 패션쇼에서 본 듯한 아름다운 브라질 여성들이 줄지어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런 여자 분들은 다 어디에 숨어계신지 전혀 보이질 않았고, 온통 가족단위의 해변 객들 투성이었다. 또한 브라질로 갔던 이유가 리우데자네이루에 만연해 있는 결핵 취재를 하러 간 것이어서, 병원과 빈민촌 이외에는 거의 관광을 하지 않았다. 코파카바나 해변의 의자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삼바와 보사노바 음악을 들으면서 남미의 정열을 맛본다? 그런 일은 꿈도 꾸지 못했다.
물론 리우에는 마돈나라던 지 톰 크루즈라던 지 지젤 번천 등 유명인사가 와서 머무르는 초특급 호텔들도 있지만, ‘파벨라 favela’라는 빈민촌,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산동네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취약계층으로서, 결핵 등 면역력이 약하면 걸릴 수 있는 후진국형 질병에 쉽게 노출돼있는 사람들이다. 파벨라는 영화 ‘헐크’에서도 나온 유명한 동네로써, 가옥과 가옥이 촘촘히 붙어있어 숨 쉴 공간이 모자란 곳이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으니 호흡기 질병에 걸리기 십상이고, 위생환경이 나쁘다보니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나와 조수인 프레드는 이 중 가장 최대 규모인 ‘허시냐 Rocinha’라고 하는 파벨라로 가서 그곳의 결핵 환자들을 돕는 ‘히타 Rita’라는 담당자를 만나게 됐다. 파벨라는 빈민촌이니만큼 범죄의 온상으로, 각 파벨라에는 그 구역을 접수한 갱단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그 중 특히 허시냐 파벨라는 ‘세 번째 명령 Terceiro Comando\'이라는 갱단이 점령하고 있던 곳으로, 마약 밀매단이 설치고 있어 리우의 경찰과 시도 때도 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다. 밤중에는 AK-47 소총을 들고 다니는 흑인 청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어쨌든 히타는 나를 만나기 전부터 파벨라에서 함부로 사진을 찍지 않을 것을 권유했다. 그녀의 허락이 있어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멀리서 내가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갱단이 화를 낼 수도 있었던 문제였고, 또 현지의 코디 역할을 하던 히타가 외부인을 잘못 데리고 왔다가 곤경에 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 한사람의 욕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막상 프레드와 허시냐 파벨라에 도착해보니 이는 순전히 사진감 투성이였다! 다닥다닥 붙은 집부터 시작해서 자유분방해 보이는 주민들, 뛰어노는 아이들, 파벨라를 휘젓는 오토바이 행렬들, 각종 포스터들과 간판들. 이 모든 것이 좋은 사진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지 못했다!
풍경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결핵환자들 몇몇을 만나볼 수 있었으며, 이들 주변은 촬영할 수 있었다. 특히 히타가 소개해 준 한 환자의 가옥 옥상에서 파벨라 전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겉으로는 웅장하고 아름다워 보였지만, 빈민들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아가는 곳이 파벨라 아니었던가! 히타는 나를 데리고 허시냐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역시나 집들이 너무 함께 붙어있었고, 파벨라의 골목 사이사이에는 구정물이 흐르고 있었다. 또한 햇볕도 제대로 들지 않는 우중충한 곳들이었다.
“저 더러운 물을 보세요. 여기서는 저 물을 먹어야 산답니다.” 히타는 말했다.
히타 자신도 결핵 환자였으나 완치된 케이스로, 허시냐에 있는 결핵 환자들을 위한 서포트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허시냐 빈민촌 내에 있는 결핵환자의 수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으나 한 달 평균 결핵환자 발생 건이 40-50건에 이른다고 했다. 16만 명이나 사는 이 방대한 빈민촌에는 보건소가 한 군데도 없었고, 환자들은 7-15 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는 다른 동네의 보건소를 가야했다. 보건소 가는 일이 귀찮은 환자들은 스스로 병을 키울 수밖에 없고, 결핵균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 결핵’으로 발전하는 일이 시도 때도 없이 벌어진다.
‘1월의 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이렇듯 빈부의 차도 크고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기관도 부족한 상태에 있다. 매년 1월이 되면 리우가 생각나지만,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선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너무나 많이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