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행자실에서 삭발을 배운 나로서는 그때 익힌 삭발의식이 지금까지도 기억속에 남아있다. 삭발해주는 사람이 삭불기를 잡고 “삭발하겠습니다”라고 외치면 삭발받는 사람은 “성불하십시오”라고 외친다. 삭발해주는 스님이 삭발을 다 마치고 나면 “삭발을 마치겠습니다”라고 한다. 무명초를 깎아주었다는 고마움과 늘 수행의 도반으로 함께해서 감사하다는 마음의 표현인 것이다.
2000년도 김천 수도암살 때 일이다. 수도암 선원은 삭발일이 되면 하판스님들은 삭발준비를 한다. 큰방에 수건을 10개정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따뜻한 물을 담은 세숫대야를 차례로 놓는다. 어른스님들부터 세숫대야에 앉으면 하판스님들이 어른스님의 머리를 삭발한다. 그때 나는 가장어른이신 선덕스님을 삭발하게 됐다. 해인사 행자실에서 배운대로 “삭발하겠습니다”외치고 삭발을 시작했다. 어른스님의 머리라 잘못하면 큰일이다 싶어 긴장하면서 삭발을 시작했다. 다행히 상처 없이 삭발을 무사히 마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삭발을 마치겠습니다!”
점심공양을 마치고 내가 삭발해드렸던 선덕스님께서 한말씀 하셨다. “요즘 젊은 스님들은 내려오는 전통을 무시하는것 같아요! 어른스님 삭발을 해 드릴 때 마치고 나면 ‘잘못했습니다’라고 했는데 요즘스님들은 그것을 잘 안 지켜!\"
나는 해인사 행자실에서 배운 대로 했는데…그것은 해인사만의 전통이었다.
어른스님들에게 내려온 전통은 “잘못했습니다”였다.
삭발을 잘못해 “잘못했습니다.” 어른스님 머리를 잡고 해 “잘못했습니다.” 삭발염의하고 아직도 어리석음에서 헤매어 “잘못했습니다.”
선덕스님 전통을 잘 알지못해 “잘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