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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종단의 개혁, 퇴행,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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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12년 11월 369호

어느 사회와 단체이든지 생성과 발전, 소멸의 단계를 거친다. 긴 시간을 지나며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론 시간적으로 급격한 변화의 과정을 겪기도 한다. 인도불교가 대중과 멀어지는가 싶더니 이교도의 훼불로 흔적마저도 미미하게 사라진 사실을 보면, 소멸에 이르는 시간은 ‘어’ 하는 사이일 수도 있다.

조계종은 지금 어느 단계일까. 한국사에서 불교의 외형적 팽창이 극에 달한 고려 중기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고려시대의 불교부흥은 조선의 시작과 함께 그만큼의 침체로 이어졌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조선조 500년은 깊고 깊은 불교의 침체기였다. 스님의 한양 도성 출입을 금지할 정도였으니 명맥을 이어온 것만도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후 일제에 의해 도성 출입금지가 풀렸지만, 곧바로 왜색불교화에 휩쓸렸다. 1945년 해방에 이르러서야 불교는 권력과 제국주의의 억압에서 풀려났다. 실로 수백 년만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한국불교는 소멸의 위기를 넘기고 다시 발전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조계종을 비롯한 수많은 종단의 창종, 폐사된 사찰의 복원, 산중에서 내려와 중생과 함께 하기 위해 도심에도 빌딩과 같은 사찰이 세워졌다. 학교와 병원,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사회에 회향하고 있다. 5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뤄왔다. 불교가 외형적으로 발전을 이뤘다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려도 괜찮다. 그렇다고 박수를 칠 마음은 없다.

비관적 태도는 마땅히 지양되어야겠지만, 비판적 입장마저 버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지자. ‘불교가 있어서 세상은 자비스러워졌는가?’ 그렇다 라고 답변한다면 더 이상 할 얘기는 없다. 하루에 42.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다. 10대, 20, 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직장을 잃을까 불안한 처지에 있는 국민이 500만 명에 이른다. 그 가족까지 합치면(2011년 서울의 한 가족 구성원 수는 2.7명) 1500만 명, 여기에 가장의 실업까지 합치면 얼추 2000만 명 가까운 국민이 생계의 불안에 떨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만한 조건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공동체의 해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데, 2010년 우리나의 1인 가구는 41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3.9%다.(통계청, 2010 인구주택총조사) 1인 가구 가운데는 ‘화려한 싱글’도 적지 않지만, 서울시정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절반이 월평균 소득액 100만 원 미만의 가구다. 빈곤이 1인 가구를 결과했는지, 1인 가구여서 빈곤 상태에 놓여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빈곤이 가족 해체를 가져와 뿔뿔이 흩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다시 물어보자. ‘불교가 있어서 세상은 자비스러워졌는가?’ 아니다. 불교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사회적 존재이유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떡해야 하는가. 본래면목을 되찾아야 한다. 근래 우리 종단은 세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혁, 퇴행, 혼돈이다. 안타깝게도 개혁이 시급한데 퇴행과 혼돈의 모습이 더 많다.

개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교육원이 추진하고 있는 ‘안거제도 개선’이다. 지난 10월 25일 ‘선교율 연찬을 위한 안거제도 공청회’를 열었는데, 참선 위주의 안거에서 선교율을 연찬하는 안거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날 보조사상연구원 원장 법산스님은 발제를 통해 “부처님 당시에는 선ㆍ교ㆍ율을 비롯해 염불과 참법 수행이 분리되지 않고 균등하게 이뤄졌다. 삼장원과 염불원 건립은 부처님 당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수행전통을 계승하는 의미이자 출가수행자뿐 아니라 재가불자들의 수행풍토를 확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안거제도의 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육원이 기획하고 있는 삼장원과 염불원 운영방법은 3개월 동안 공동생활을 원칙으로 하며, 각각 소임과 수행일과, 산문출입을 금하는 등 안거기간 중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한 청규를 만들고, 하루 8시간 이상 수행해야 한다.

토론자로 참석한 스님들도 교육원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계총림 율주 지현스님은 “통합종단 50년사의 획기적인 발상이다. 마음을 비춰보고 깨달을 수 있다면 모든 수행이 다 좋은 방편”이라고 반겼다.

교육원은 지속적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뒤 12월 중 계획안을 최종 확정해 2013년 3월 종회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하안거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교수ㆍ정진대중ㆍ교육시설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종단 수행기관으로 인가할 방침이다. 올해 동안거 중 범어사는 무비스님을 중심으로 <선문촬요>를 연찬할 삼장원을, 남원 실상사는 <화엄경>을 중심으로 한 삼장원을 각각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교육원의 안거제도 개선 계획은 법산스님이 “다양한 수행안거 문화와 더불어 전반적인 수행풍토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듯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전히 퇴행적인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범계 행위에 대해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종도들은 범계 행위를 처리할 위치에 놓인 기관과 기구, 책임 있는 스님들의 연관관계는 무엇인지 묻고 있다. 10월 24일 열린 ‘사부대중연대회, 쇄신과 결사에 바란다’는 주제의 야단법석에서 한 참자는 “올해 가장 문제가 된 백양사 도박사건 등도 계율의 문제다. 계율을 지키기 않고 제멋대로 하기 때문이다. 또 대표적인 것이 00스님이다. 미국 혼인신고 내용이 진즉부터 돌아다녔다. 증명서까지 냈는데 미주 포교 방편이라고, 징계도 흐지부지 해버리는 것으로 안다. 이것이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은’ 것이냐? 과정을 우습게 알면서 근본 흔드는 사람부터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야단법석은 대중의 질의에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법스님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도법스님은 “결사본부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고, 집행부가 할 수 있는 게 있다. 이 문제는 알고 있었고, 어떻게 정리하고 가야 할지 고민이다. 뭔가 묘수를 찾긴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전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 갑갑하다”고 답했다. 종단의 주요 소임자가 명백한 범계 행위에 대해 “갑갑하다”고 답했다. 00스님 본인도 미국 거주를 위해 서류상의 결혼을 인정한 행위에 대해 2년이 가깝도록 징계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종헌종법이 무색해진 지경이다. 그러니 종도들이 답답해하는 것이 아닌가.

여러 교구본사의 총림 지정 추진은 혼돈 그 자체다. 앞뒤도 없고,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무시하는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교구의 총림화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묻지도 않은 가운데 우후죽순처럼 총림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안거제도 개선, 범계 행위에 대한 종단의 방치, 여러 교구의 총림 지정 추진이 조계종의 오늘의 모습을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그 외 포교와 단체들의 활동도 조계종의 모습이다. 그러나 세 가지는 조계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세 가지 중 하나에 대해서만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린다. 둘은 지극히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세 가지 사안의 가중치를 동일하다고 전제하고 점수를 매기면 조계종의 지금 행보는 100점 만점에 33.3점. 낙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