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칼럼에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너무 흥분해서 논조가 흐려진 면이 있었다. “여자를 가리면 성범죄가 해결되는가”에 대한 화두였었기 때문에 논리를 제대로 주장하려면 “그렇지 않다”라는 점을 제대로 증명했어야 했다. 우선 이 점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리는 바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프가니스탄에도, 다른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성범죄는 발생한다. 성범죄는 통상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등을 모두 포함한다. 성폭력, 즉 강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통계가 없다. 그러나 이슬람권에 나와 있는 성추행과 성희롱에 대해서는 2008년 이집트의 통계가 거의 유일무이하다. 2008년 이집트 여성권익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카이로 거주 이집트 여성 83%, 외국인 여성 98%가 어떤 식으로든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남성 응답자의 62%가 성희롱 행위를 시인했다. 여기서 말하는 성희롱이란 언어적 희롱뿐 아니라 수치심을 유발하는,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이 포함된다.
아프가니스탄도 길거리 성희롱이 아주 심각했다. NGO (비정부구호단체) 나 유엔 소속 직원인 경우 방탄유리가 장착된 지프차를 타고 다녔지만, 나 같은 사진기자들의 경우 길거리를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더욱더 성추행에 노출됐었다. 남자통역과 함께 다녀도 소용없었다.
일단 아프가니스탄의 성희롱은 이렇게 발생한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다 조금만 남자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가게 되면 영락없이 당한다. 그들은 드러나지 않게 상대방의 몸을 더듬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옆으로 지나가면서 손을 살짝 내밀면서 엉덩이 등 신체를 쓰다듬듯 만지는 것이다. 물론 그런 군중을 피하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그래도 사람이 몰려있지 않은 곳에서도 옆에서 지나가면서 기회를 보아 슬쩍 만진다. 잠깐 정신 파는 사이에 성추행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축제의 자리나 시위, 데모가 일어나는 경우 성추행을 하는 악마의 손은 더욱더 사납게 여자들을 노린다. 성희롱뿐 아니라 아프간에선 외국인 남녀 모두 강간을 당했던 사례가 종종 있었다. 이교도들에게는 ‘하람’ (이슬람에서 금지된 행동) 을 저질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도 아프간에 살면서 수없이 성추행과 맞서 싸워보려고 노력했다. 어쩔 때는 한 청년을 쫓아가 경찰서에 넣어서 실컷 때려준 적도 있고, 다리를 만지는 택시 기사를 경찰청으로까지 데리고 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속수무책이다. 성범죄에 대한 정확한 처벌기준도 없을뿐더러 경찰에 성추행으로 고소를 한다고 해도 수개월 동안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추행을 가능한 당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썼건만 결국 2007년 3월21일, 아프간의 신년인 ‘나우루즈’ 축제자리에서 집단 성추행을 당하고 말았다.
그 자리는 새해를 맞아 가족단위로 모두 이슬람 모스크 옆에 모여든 상태였다. 젊은이들은 수십 명씩 모여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신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나는 통역을 시켜 그 춤추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그 청년들은 흔쾌히 승낙을 했다. 나는 2분 정도 그 청년들을 촬영하고 뒤를 돌았다. 그 순간 - 통역에 따르면 - 그 중 한명이 “저 여자 잡아라!”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를 들은 순간 청소년들은 폭도로 둔갑했다. 20여명에게 순식간에 포위된 나는 군중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손을 쳐다보면서 ‘이젠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역이 그들을 양팔로 막는 모습이 보였지만 성난 군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5분여간 끌려 다니다 진흙탕에 곤두박질 쳤고, 한참 후 경찰관이 와 폭도들을 곤봉으로 해산시켰다. 그들은 모두 도망갔다.
지금도 이집트에서는 여기자 성추행 및 성폭행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다. 종교로 인해 성이 억압된 그들. 21세기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발생한 서방 여기자 추행사고는 서방인과 이교도에 대한 그릇된 성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