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보고 앉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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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종현 / 해인지 편집장
2012년 11월 369호
고등학교 졸업식을 두달여 앞두고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당구장엘 같다. 처음가보는 당구장인지라 설레는 마음도 있고 어른들이 가는 성인오락을 해본다는 마음에 가슴은 두근거렸다. 처음 치는 당구인지라 30을 놓고 배워나갔다. 얼마를 쳤을까! 조금 뒤 경찰 두 분이 당구장에 순찰을 왔다. 이리 저리 둘러보더니 앳띤 모습이 역력한 우리에게 다가와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했다. 고3 말 주민등록증을 이미 발급받았기에 자신 있게 보여주었다. 한참을 살피던 경찰아저씨는 “여기는 미성년자 출입금지구역입니다. 만으로 성인이 안 되었으니 서로 연행하겠습니다.”
주민등록증이 있는데도 미성년자라니…친구와 나는 너무도 억울하지만 그렇게 경찰손에 끌려 파출소라는 곳을 같다. 앉아서 조서라는 것을 쓰고 반성문도 썼다. 이것저것 물어보던 경찰아저씨는 “저기 가서 벽보고 앉아있어!”라고 했고 서너시간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새벽 세시 경에 집에 갈수 있었다. 한겨울 흰눈이 펑펑내리는 새벽길을 그렇게 걸었다.
출가를 결심 하고 해인사 행자실로 향했다.
원주실 행자와 마주앉아 해인사 행자실에 대한 소개와 출가생활에 대한 엄한 규율에 대해 듣고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은 다름 아닌 속복실이었다.
삮발하기 전 3일간 대기 속복으로 있어야 했다. 상행자가 속복실로 안내하며 말했다.
“가부좌 틀고 벽보고 앉아 있으세요!”
얼마나 지났을까. 그렇게 두세시간을 앉혀놓았다.
소임시간에는 공양간으로 데려갔다. 다른 행자들이 공양준비를 할 동안 나를 공양간 쌀창고로 데리고 갔다.
“차수하고 벽보고 서있으세요. 고개돌리지 말고!”
그렇게 또 서너시간 벽보고 서 있는다.
전생에 벽하고 인연이 있었는지 강원에서, 선원에서 수도 없이 벽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저 벽을 뚫고 나갈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