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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빛 비로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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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향기 - 장나영┃해인사 수련동문회 2012년 10월 368호

보경당 뒷쪽 문을 열고 법당으로 들어갔다. 법당 정면에는 금빛 찬란한 빛으로 나투시는 두 부처님이 계시고 보경당은 기도에 열중하시는 불자님들의 열기로 가득하다. 노보살님과 중년 보살님들께서 앞자리를 많이 차지하셨다. 맨 뒷자리 중앙에 좌복을 깔고 앉았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 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광명진언은 예전에 컴퓨터 동호모임 카페에서 노래로 되어있는 것을 먼저 들었었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리듬이 좋아서 쪽지에 써서 곳곳에 붙여 놓고 따라 부르며 익혔다.
지금 스님께서 독송하시는 진언 리듬은 평소 내가 하던 리듬과 달랐다. 따라가기가 어색했지만 스님의 진언 리듬에 맞추어 보았다. 몇 번을 반복하자 점점 입에 붙어 하기가 수월해졌다.
법당 앞에 계시는 비로자나 부처님은 빛의 부처님이라는 뜻이고 진언은 입으로 외면서 기도를 하는 것이다. 대중들이 화합된 목소리로 광명진언을 외우자 세상을 밝히는 빛의 소리가 되어 아름다운 음률로 퍼져나갔다.
작년 해인사에 쌍둥이 비로자나부처님을 발견했다고 기사가 났었다.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법보전의 부처님은 개금불사를 하면서 복장물이 나왔고, 연구 결과 대적광전에 모셔진 여러 부처님 중 한 분과 쌍둥이 부처님으로 밝혀졌다. 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어떤 연유에서인지 따로 떨어져 모셔져 있었기 때문에 스님들조차 두 불상이 크기와 모양이 오차가 거의 없이 똑같다는 사실을 몰랐다.
법보전의 부처님과 대적광전에 계시던 부처님을 한 곳에 모시기 위해 해인사에서는 보경당을 새로 정비하였다. 주요 언론 취재진들이 몰려오고 전국 각처의 신도들이 행사와 광명기도로 모여서 절은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로자나 부처님이 예전에 계셨던 법보전은 겨우 몇 사람만 앉을 좁은 공간이다. 관광객들은 팔만대장경에 더 관심이 많아서 경판이 모셔진 장경각 수다라장의 창살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법보전은 법당 문밖에서 기웃거리며 가볍게 보고 만다. 나는 절에 오면 제일 먼저 고즈넉하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법보전에 올라 비로자나 부처님 전에서 기도하고 내려와 법회에 참여했었다. 지금은 부처님이 모셔진 자리는 비어있고 탱화만 남아 주인이 출타를 한 듯 허전한 느낌이 든다.
보경당에 새로 단장한 부처님은 예전에 법보전에 계시던 부처님이 아닌 것 같다. 나는 멀찍이 서서 낯설어 보이는 분의 주위를 뱅뱅 맴돌고 있는 어린 아이 모습처럼 정을 붙이지 못하고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기도가 무르익을 무렵 십 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좀 더 집중하며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앞쪽으로 옮겼다.
두 번째 기도시간이 시작되었다. 스님께서 하시는 광명진언 리듬이 점점 익숙해지고 힘차게 진언을 외우시는 거사님들의 열창에 나도 목소리를 높였다. 내 기도 목소리에 집중을 하자 점점 기도에 몰입할 수 있었다. 광명진언을 하면 일념만이 있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에 빠져들었다.
오랜 만에 철야기도에 동참하고 회향하고 나니 마음이 가뿐하다. 기도하면서 차츰 현재 눈앞에 나투신 두 비로자나 부처님이 눈에 익어졌다. 어머니께서 출타하실 적에 옷을 곱게 입으시고 화장하시고 난 뒤의 모습을 보면 어머니가 아닌 것 같아 눈을 비비고 다시 보듯이 나에게도 그런 모습의 부처님으로 비춰진 것 같다. 모든 사물을 마음으로 보지 못하고 눈에 의지하고 바라보는 어리석은 중생이다 보니 그런가 보다.
고요하고 소박한 법보전에서 비로자나 부처님은 오롯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중생을 맞으며 잔잔히 굽어보셨다. 과거세에 부처님을 조성하게 된 사연이 어찌 되었든 모셔지고 나면 부처님에게는 세우신 그 분들의 원력뿐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기도했던 많은 사람들의 원력도 함께 담겨있다고 생각된다.
이제 새로 나투신 비로자나 부처님을 향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비로자나부처님의 크고 밝은 빛이 무명의 사바세계에 널리 비추어 대자대비한 광명으로 가득해지기를 기원한다.

* 2006년에 받았던 비로자나광명기도 동참기를 2012년 10월 두 분 비로자나부처님의 국보지정을 봉축하는 마음으로 싣습니다.
비로자나부처님은 2005년 5월까지 법보전에 모셔져 있다가 5월 22일 복장· 개금불사를 위해 임시거쳐에 모시고 불사를 진행하던 중 중화3(883)년에 조성되었다는 명문이 발견됨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부처님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9월10일 보경당에서 대적광전 비로자나부처님과 함께 옻칠상태에서 친견법회를 하였으며 2006년 2월 7일 두분 부처님의 복장불사를 완료하고 2월 17일 개금을 마쳐 보경당에 모시고 점안법회와 비로자나 광명기도를 입제하였습니다. 2007년 11월 24일 대비로전 낙성법회 이후 두 분 비로자나부처님은 대비로전에 모셔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