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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가리면 모두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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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 정은진/프리랜서 포토저널리스트 2012년 10월 368호

어제는 서울의 지하철에서 현직 경찰이 “짧은 바지 (혹은 치마)를 입지마라”며 10대 소녀의 왼쪽 무릎을 5번 만지는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도 “성범죄를 부추기는 원인은 여자”라는 의견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면 여자들의 몸을 모두 가리면 이 문제는 말끔히 해결될 것이 아닌가?
지구상에는 이를 실제로 실험한 곳이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성범죄와 매춘의 원인은 사악한 남자에게 있으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자의 본능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 차라리 여자들의 몸을 가리도록 하고, 또한 한 남자가 합법적으로 네 명의 부인까지 (경제적 능력에 따라 그 이상도 가능) 데리고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자들은 나약한 존재이고 하나님의 자녀를 출산할 숭고한 임무를 띠고 있는 사람들이니 그들을 보호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율법을 극단적으로 해석, 실제로 법제화해서 실천한 정권이 있었으니, 바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었다. 1996년부터 정권을 잡아 2001년 대테러 전쟁으로 인해 수도 카불에서 퇴각할 때까지 탈레반 정권은 만 5년간 철권 정책을 이어나갔다.
탈레반은 여러 공포정치 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에 대한 강경책을 썼다. 일단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집밖에 내보내지 않는 것이 상책 아닌가? 탈레반은 카불에 입성한 1996년 9월27일부터 바로 칙령을 발표했는데, 여자들은 학교에 가서도 직장에 가서도 안됐고, 부득이하게 외출을 할 경우 직계가족 남성일원인 ‘마하람’과 함께 동행해야 했다. 당연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르카’라고 하는 거적으로 온 몸을 감싸야 했고, 앞을 보기 위해선 거적의 눈 부분에 망을 엮어놓았다. 이렇게 하면 외간남자가 한 남자의 부인과 딸,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여자도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할 텐데 여자는 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산부인과를 제외하고는 의료계에서 일하는 것이 금지된 데다 남자의사도 외간남자이기 때문에 직접 치료받을 수 없었다. 화장은 남성을 유혹하기 때문에 당연히 금지됐고, 여자의 목소리, 웃음소리도 남성을 유혹하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거나 웃는 것이 금지됐다. 당연히 TV에서는 여성의 목소리나 얼굴을 보여줄 수 없어 여성 앵커들이 해고당했다. 여자가수의 노래를 듣거나 틀수도 없었고, 방송에는 오직 남자들이 노래처럼 부르는 코란 구절만 흘러나왔다. 사진촬영 및 복사도 금지돼 아프가니스탄에서 파는 모든 공산품에는 사진이 삭제됐고, 이는 여성용 비누와 샴푸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든 여자의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단속, 통제했느냐하면 ‘예술 및 덕목부’를 두어 경찰이 길거리에 회초리를 들고 서 있게 했다. 부르카의 길이가 조금이라도 짧아서 발목이 보인다던지, 하이힐을 신는다던지, 큰 소리로 흐느낀다던지 하면 모두 단속대상이 되어 길 한복판에서 경찰의 회초리로 맞기 일쑤였다. 심한 경우에는 맞다가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었는데, 당사자들인 아프간 여성들은 오히려 탈레반의 폭정기간동안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고 증언한다. 여자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종교를 이용, 여자의 자유와 기본적인 권리를 억압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었다. 여자의 자유를 박탈하면 인구의 반은 손쉽게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여자들의 삶이 모두 남자들에게 의존해야만 생존할 수 있고, 집안에만 갇혀 있다 보니 가정폭력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집 밖에서의 성범죄를 막으려 하다 보니 오히려 범죄는 집 안에서 일어나게 되는 꼴이 된 것이다. 여자들은 학교에 나가서 교육을 받을 수 없으니 집안일만 했고, 사춘기가 되는 10대 초반에 벌써 결혼할 채비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전 국민의 반 이상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남자라도 빈곤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니 국민들은 문맹이 되어갔고, 교육과 의료체계의 붕괴로 인해 사회가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아프간 인들의 평균 기대수명은 44세로 뚝 떨어졌으니, 여자들의 경우 10대 초반에 첫째 혹은 둘째, 셋째, 넷째 부인으로 결혼, 30년 동안 자녀만 생산하는 산모의 역할만 반복하다가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여자들의 몸을 가림으로써 사악한 남성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순수한 의도”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조차 유린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아프간에서 여자의 존재이유는 종족번식의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동물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