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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원을 쥐고 있는 오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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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대 - 자광┃해인승가대학 1학년 2012년 09월 367호

어느날입니다. 용맹정진을 위해 스트레칭을 잠깐 하는 사이 엄지손가락을 삐었습니다.
뿌직~ 소리가 나더니 병원에서 인대가 찢어졌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지금 넘버원을 오른손에 쥐고 붕대를 감고 다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가르침은 인연법이라, 원인과 결과가 확실하여 분명 제가 잘못 손을 써서 이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머리속은 앞으로 어떻하지? ‘뿌직’ 소리가 왜 났을까? 그리고 갑자기 멍해졌습니다.
혹은 이전에 내가 누구의 손을 다치게 하여 받는 과보가 아닐까? 그나마 이 정도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스칩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아~ 아프구나, 조금 불편하겠지’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 욕두 할 때(샤워), 옷을 입고 벗을 때, 그야 말로 바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시간도 얼마 안 걸렸습니다. 나머지 엄지를 제외한 검지, 중지, 약지, 새끼 손가락이 저에게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손가락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감사함을 많이 느끼게 합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저보다 도반 스님과 여러 스님들께서 가져주시는 걱정은 오히려 놀라웠습니다.
강원에서 몸이 아프다는 것은 내 몸보다 정신적 어려움이 더 많이 옵니다. 그 이유는 같이 생활하는 곳에서 자기가 해야 할 몫이 있고, 그 몫은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합니다. 그 때 느끼는 감정은 미안함입니다. 도반 스님들은 그런 상황에서, 웃으면서 대해주고 일을 하려 하면, 언제 봤는지 달려와서 대신해줍니다. 마치 관세음보살님이 천개의 눈으로 제 주변에 항상 계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평상시 생활에서도 별로 말씀 없으신 스님들도 관심을 주시면서 안타까워합니다. 가는 곳 마다 그 감정을 느끼면 어쩌면 평상시 보다 제가 몰랐던 자비를 느낍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생각해봅니다. 그 동안 왜 몰랐을까? 좋은 상황에서는 그냥 흘러가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뚜렸하게 나타나는 이 감동을 이 은혜를 어디에 어떻게 갚으면 될지, 평상시 어떤 마음으로 생활해야 할지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그런 기회가 다행히 철야 절이 있었습니다. 이 때에 도반 스님들은 몸을 위해 옆에 그냥 있으라고 걱정까지 해주었습니다. 이럴수록 더욱 더 참회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손이 붕대로 감은 상태라 여법하게 못했지만, 땀이 온몸을 태울 때면, 저의 죄장도 태운다는 생각에 “원멸사생육도 법계유정 다겁생래죄업장 아금참회계수례 원죄죄장실소제 세세상행보살도”가 생각났습니다. 또한 잠시 쉬는 시간의 음료수는 가뭄의 감로다였습니다. 이 때 늦은 시간에 격려로 오시는 스님들도 많았고 놀라웠습니다. 다음날 하루 종일 수업이 있음에도 찾아주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합니다. 부처님께 부끄럽지 않은 스님이 되고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으며, 거룩한 승가에 누가되지 않는 그런 스님이 되기를 발원합니다.
철없이 감히 이런 생각을 가져보지만, 현실에서는 부끄럽습니다. 가끔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불끗 후회와 화도 납니다. 어느 누군가가 미울 때도 있습니다. 아직은 마음공부가 능숙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마음 공부하다가도 푹 이불 깔고 자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부가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이렇게 공부할 수 있어 온 법계 감사 드립니다.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