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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우주일화宇宙一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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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한인우 2012년 09월 367호

지난 몇 달 동안 전해진 과학 관련 뉴스 중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소위 신의 입자라고 불리는 힉스 입자 발견과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의 화성 착륙에 관한 보도일 것이다. 이들에 관한 뉴스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며 우리의 시선을 끌 것이다. 힉스 입자는 그것이 발견되면 20세기 과학의 영광을 대표하는 입자물리학의 일단락을 짓는 사건이 될 만큼 중요한 입자로서, 소위 입자물리학의 표준모델 이론을 완결하는 데 꼭 필요한 입자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부근에 위치한 유럽연합 세른 연구소에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가속기로 힉스를 발견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아직 100%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힉스가 존재한다는 결론에 거의 도달할 것으로 발표되었다. 큐리오시티는 우주탐사 부문에서 오랜만에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킨 뉴스인 것 같다. 화성은 생명체 존재의 가능성 때문에 다른 태양계 행성 중에서도 가장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행성이다. 거의 중형 자동차 크기의 로봇을 화성에 착륙시켜 화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생명체 존재의 가능성 등을 조사하기 위하여 갖가지 복잡한 실험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큐리오시티에 앞서도 2004년에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로봇이 화성에 착륙하여 탐사를 한 적이 있지만 큐리오시티는 본격적으로 화성에서 생명체 존재의 가능성을 조사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중요성이 있다.

앞서 말한 힉스 입자와 큐리오시티에 관한 뉴스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과학 발전의 전개 과정을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과학에서 20세기는 물리과학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가 시작될 때 우리는 아직 물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우주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등에 대해서, 지금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물질을 이루는 궁극적인 소립자들에 대한 정교한 이론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전체 우주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또 어떻게 진화할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대체적인 큰 그림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힉스 입자의 발견은 20세기에 과학자들이 구축한 물질구성에 대한 이론이 옳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입증해 주는 실험이 될 것이다. 반면에 21세기는 생명과학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생명에 관한 한 우리는, 20세기 초의 물리과학자들이 물질에 대하여 무지했던 것처럼,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라고 해야 될 것이다. 아직 우리는 미시적 차원에서 생명현상의 기본 원리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으며, 거시적으로는 생명의 기원 그리고 우주에 생명체가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역으로 21세기에는 생명현상에 대하여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발견될 것이라는 말이다. 큐리오시티는 우주에 생명체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푸는 여정의 첫 걸음마라고 할 수 있다. 137억 광년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우주에서, 화성은 그야말로 우리 지구와 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아직 거기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모르고 있다. 만일 화성에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라도 존재하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것이 함축하는 의미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는 생명현상이 적어도 태양계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고,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전 우주에 보편적으로 생명현상이 발현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유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물질적인 존재에 국한되었지만, 이제 돌연 살아 숨 쉬는 우주를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가 만든 우주선이 화성을 방문하기 전에도 사실 화성과 지구 사이에 교류가 있었다. 다름 아니라 운석이 화성에 충돌할 때 화성 표면의 암석이 파괴되며 그 조각 일부가 우주공간으로 튀어나가 오랜 세월 떠돌다가 지구에 운석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화성에서 기원한 운석이 지구에서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 만일에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면 이런 운석을 매개로 생명체가 지구로 옮겨왔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우주의 한 곳에서 발생한 생명체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소위 범종설이다. 태양계 행성 사이는 운석으로 그리고 별과 별 사이는 혜성 같은 천체를 통하여 생명체가 전 우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화성에서 기원한 운석에서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주장이 큰 관심을 끈 적이 있다. (대다수의 다른 연구자들이 이 주장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널리 인정은 받지 못했다.) 생명체가 이동하기에 광대한 우주공간은 가혹한 온도, 진공, 유해 방사능 등 많은 악조건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주류학계는 범종설에 대하여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생명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조건하에서도 생존한다는 사실이 근래에 속속 밝혀지고 있어 범종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연구자들이 늘고 있다. ‘자연의 상상력이 인간의 상상력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는 경구를 받아들인다면 바람을 타고 민들레 갓털이 지구의 모든 곳에 퍼지듯이, 우주의 어느 한 곳 혹은 이 곳 저 곳에서 발생한 생명체가 별과 별, 은하와 은하 사이의 광대한 공간을 날아다니며 온 누리에 피어나, 이 세상을 장엄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선가禪家에서 말하는 세계일화世界一花요 우주일화宇宙一花이다. 과학이 우리에게 베푸는 멋진 한 편의 영화이다. 이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그곳은 까마득히 멀리 떨어져 여기와는 고립된 세계가 아니라, 宇宙一花의 수많은 꽃잎 하나하나라고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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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우 님은
198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한국천문연구원에 입소하여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장, 광학천문연구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