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윤달이 있어 성지순례가 많다. 우리 해인사도 주지스님 이하 국장스님들과 진주지역 말사 신도님들 , 해인사 아랫마을 어르신들과 같이 삼사순례를 가기로 결정을 했다. 스님들과 함께 가는 성지순례도 참여해보고 싶고, 또는 바람도 쐴 겸해서 나도 과장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봄 향기가 흐릿해지고, 여름의 초록이 선명해지는 계절,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사순례의 아침이 왔다. 항상 늦잠을 자던 나이지만 이번만큼은 늦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두 눈을 번쩍 뜨고, 법복도 다려 입고, 챙겨갈 물건도 체크해보며 집을 나섰다. 우리 직원들은 선발대라 삼십분 정도 먼저 출발을 했는데 화림회 보살님이 챙겨주신 김밥이 아니었으면 나는 중간에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김밥이 참 맛있었어요.-
나의 첫 삼사순례지역은 우리나라 서남부에 위치한 전라북도 지역의 사찰들로 제 17교구본사 금산사와 완주 송광사, 위봉사 이 세 곳이었다.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들떠서 출발했지만 매일 보는 곳이 절인데…하며 실망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도착해서는 그런 마음이 싹 가시기는 했지만.
진안휴게소에서 진주지역 말사 신도님들과 집결하기로 하여 우리 선발대는 바람을 가르며 달려 진안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 뒤편으론 신기하게 솟은 두 봉오리가 딱 버티고 있었는데 그 곳이 마이산이라고 했다. 꼭 가봐야 할 산 리스트에 올리며 사진 한 장 찰칵.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첫 번째 방문 사찰인 금산사로 향했다.
진안휴게소에서 약 1시간가량 가니 금산사 입구가 보였다. 입구에는 효험이 있기로 유명한 보살각이 있는데 작은 전각이지만 뭔가 기운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삼배를 하고 나오니 오른쪽으로는 큰 규모의 야영장 시설이 보였고, 왼쪽으로는 수영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유희시설이 정말 잘 갖추어져 있는 것 같다.
드디어 절 마당에 도착. 역시 이쪽 지역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마당의 면적도 굉장했다. 관광객이나 신도들이 없다면 자칫 황량한 느낌마저 들 것 같았다. 제일 먼저 국보인 미륵전에 참배를 했다. 미륵장륙상의 입이 떡 벌어지는 웅장함. 약 12m 높이의 부처님이 우리를 살피어 보시는 듯 했다. 여기는 또 특이하게도 미륵부처님의 발을 만질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을지 짐작되는 반들반들한 부처님의 발, 나도 좋은 기운을 얻기 위해 만지작 만지작... 파워업 되는 것 같은 기분인데?!
미륵전을 나와 방등계단을 오르고, 적멸보궁에서 참배를 하고, 대적광전에 참배하고, 금산사의 전각이란 전각은 다 들어가 참배를 하니 얼추 점심시간이 되었다. 충무김밥으로 맛있는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완주 송광사로 이동하였다.
완주 송광사는 첫 느낌이 고즈넉하였다. 예쁜 꽃들과 새들이 어우러져 꼭 큰 정원이 있는 저택 같은 곳이었다. 법당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불상이 컸다. 이것 또한 지역적 불교의 특색인가. 삼배를 올리고, 우리는 시간에 쫓겨 위봉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봉사는 송광사와 가까운 곳에 자리했는데 비구니스님들이 공부하시는 사찰이란다. 나는 못 느꼈는데 눈썰미 좋으신 보살님들은 대번에 비구니스님들 계신 절인 것을 알아차렸다.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큰 강아지를 여러 마리 키워서 그런가.
위봉사 절 마당에는 아주 잘 자란 소나무가 있다. 그 소나무는 막걸리를 먹어서 예쁘게 자란다고 했다. 나무 그늘이 훌륭해 햇빛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다 모여들었다. 나도 소나무 옆에서 교무국장스님과 사진 한 장을 찍고, 마침 종이컵으로 만든 등이 있어 거기에 소원을 적어 나무 울타리에 매달았다. 순례인원이 많으니 갖가지의 소원연등이 금세 울타리를 가득 메웠다. 또, 해인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기와보살님을 생각하며 위봉사 기와불사도 동참했다. 그리고는 주지스님께서 마지막 말씀을 하시고, 어느덧 순례 일정이 끝났다.
아쉬운 시간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항상 해인사 근처만 다니다가 좋으신 분들과 먼 곳에 가서 큰 부처님도 보고, 좋은 공기도 쐬니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절을 다니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지 새삼 깨달았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또 삼사순례를 따라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