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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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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김천석 2012년 06월 364호
주말아침에 TV를 시청하다보면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대목을 자주 보게 된다. 볼이 통통하게 생긴 리포터가 그 집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열심히 표현한다. 맛은 원시의 인체가 먹을 것과 못 먹을 것을 구분하는 기능에서 기원했으리라 생각한다. 성분을 분리하다 보면 주로 단맛물질은 독성인 경우가 적고, 쓴맛은 독성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병을 치료하는 물질은 쓴 맛이 많다. 향기 또한 향이 좋은 동식물 식재료는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 악취가 나는 경우는 대부분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
최초인류로부터 긴 역사동안 감각신호와 섭취 후 이롭거나 해로운 경험이 축적되어 저장된 통계에 의해 우리 몸을 보호하기위한 반응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맛인 셈이다. 분석연구및 실무경험에서 보면, 우리의 향미에 대한 감각능력을 보면, 어떤 물질에는 최신분석기기의 성능을 훨신 뛰어넘는 경우가 있다. 오랜 과거에 이러한 감각기관은 먹이의 섭취 가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또는 그러한 먹이가 어디 있는가 하는 탐색목적으로도 쓰였을 것이다. 그중 많이 경험되었던 이롭거나 해로운 물질에는 감각이 예민하고 그러지 않은 물질에는 둔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감각과 직감에 의존하던 감각적 판단이 지식과 과학적 논리로 접근하게 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우리 몸의 감각과 직관적 판단의 능력은 점점 무능화되었다. 책과 온갖 전자기기의 발달로 맛뿐만 아니라 기억력 계산력도 퇴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온갖 방법으로 가공된 음식과 화학합성, 원거리 수입물질이 범람하는 현대에 와서는, 300만년전 최초인류는 차제하고라도, 현생인류라 부르는 40만 년 전의 호모 사피언스 이후 원시생활시 유전자에 축적된 감각통계프로그램 체계의 인간감각기관은 현대에 와서 인체에 득과 실을 구분함에 있어 심한 오류를 일으킨다. 무색무취의 물질이거나 향미가 좋은 물질이 고독성이거나 발암성 물질일 수도 있다. 이러게 보면 맛이 좋은 음식이 몸에 좋다는 것도 오류일 수 있다.
그래서 언젠지 모르지만 쓴 음식이 몸에 좋다는 말이 생겼다. 또 좋은 약은 쓰다는 말이 전해지는 것처럼(아마 이런 속담은 인류역사에 비하여 생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몸의 감각기관에 의한 판단은 식량이 귀하던 오랜 과거시절에, 활동범위가 한정적이던 시대에 필요했던 구분능력이다. 물질이 풍족하고 다양한 현대에는 오히려 그러한 맛의 본능으로 인하여 맛있는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여 오히려 해롭게 한다. 과다 섭취된 음식을 몸 여기저기에 저장해놓는 것은 식량이 언제 공급될지 모르는 사냥이나 채집에 의지하는 원시시대의 본능 때문이고, 그러한 특성을 지닌 자의 생존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현재의 인류는 이러한 시기를 거쳐 생존 선발된 유전자이므로 배둘레 등에 저장하는 능력이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저장, 즉 비만은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음식이 상업적으로 흐르면서 맛을 내기위하여 여러 가지 인공적인 또는 화학적인 방법도 동원된다. 예를 들어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연화제 사용이라든지, 화학세제, 인공탈취제, 합성향료 및 색소, 합성감미제 등등. 법의 테두리에서 이 물질들의 사용은 막을 수 없고, 현대분석기술이 법테두리 밖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음식을 섭취함에 있어, 오류의 위험성이 있는 맛에 끌리기에 앞서 안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음식 맛도 이런 검토는 하고 나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지…맛과 향 등의 좋고 나쁨에 대한 감각은 분자의 자극을 전류로 바꾸어 두뇌에 전달 된 현상일 뿐이다.
인삼연구분야에 오래 있다 보니 한의사도 아닌 나에게 친구들은 기력증진을 위해, 어떤 것을 먹어야 되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오랜 역사동안 인정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임상시험을 거쳤다는 의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1년 전에 좋다 한 것이 금년엔 발암물질로 판명되는 경우도 있다. 음식도 최근의 인공적 화학적 방법으로 가공된 것보다 전통적으로 장기간의 역사를 가진 가공법이 좋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맛이 좀 떨어진다 해도 해로울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나는 집음식에 만족하고 외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외식의 위생 및 안전에 대한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일하며, 맛있다는 중국집에서 배달되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우연히 그 집에 들러 식사를 하려 하였는데, 얼핏 주방을 보니, 큰 통에 풀어놓은 가루합성세제가 그릇을 던져 넣을 때마다 튀어 음식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항의 겸 당부를 하면서 씁쓸했다. 나는 음식을 너무 맛있게 하지 말라고 집에다 얘기하여 식구들한테 눈총을 받기도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보면 아이나 어른이나 식욕을 억제하기가 어려워 과식하기 쉽고, 결국 득이 아니라 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도 외국도 식량이 부족하여 고통 받고, 생명이 꺼져가는 생명들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음식을 즐기는 법을 맛만이 아닌 몸의 건강과 멋에 두면 어떨까 싶다. 사랑하는 가족과, 좋은 친구, 지인등과 함께 분위기와 대화를 즐기고, 맛있게 많이 먹는데 치중하거나, 인공첨가제로 가공된 맛보다 자연의 향미를 느끼며, 풍광을 즐기는 안전하고 멋스러운 식사가 좋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식사는 삶의 질을 높이는 약이 될 것이다. 이제 불편한 식량저장주머니를 몸에서 떼어 내려놓자. 가벼운 몸으로부터 얻는 상쾌하고 건강한 행복을 느껴보자. 배고픈 사람에게 나머지는 베풀어 나눔의 미덕도 실천해보자. 위생도, 안전성도 건너뛴, 맛있으면 그만이지 라며 묻지마식 맛의 탐닉으로부터 벗어나자.
불교 가르침에서 이런 경구가 생각난다. “너희 비구는 모든 음식을 받았을 때에 마땅히 약을 먹는 듯이 하고, 음식의 맛이 좋고 나쁜 것을 따라 더하고 덜하지 말며, 몸을 유지하고 주림과 목마름을 없애는 데에 맞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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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석 님은 충남대학교에서 유기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식품분과 평가위원과, 한국연구재단 장학사업분과 평가위원으로 있으면서 한국인삼공사 R&D본부 분석연구팀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