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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관문 앞에 선 서른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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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조계종정·해인총림 방장 법전스 2012년 06월 364호

문경 대승사 윤필암에서 가까운 묘적암은 그리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터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음이 흩어지지 않는 안온한 도량으로 멀리 사불암이 건너다 보인다. 산에 올라가보면 사방이 탁 트여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곳이다.
1956년 겨울, 나는 그곳에 걸망을 풀고 암자의 문을 걸어 잠갔다. 머리 시원하게 정진하고 싶은 마음에서 떠나온 길이었다.
안정사 천제굴에서 성철 노장을 모시고 정진하고 있다가 그곳에 적을 둔 채 한 철 선방에서 지내다가 돌아왔더니 노장께선 파계사 성전암으로 옮길 작정이라 하셨다.
종단의 정화가 한창이었지만 성철 노장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화에 동의하지 않았다. ‘진정한 종교개혁은 수행자의 위상에서 찾아야 하며 정화란 안으로부터 내실을 기하면서 이루어져야지, 패를 늘려 사찰을 차지하는 싸움으로 비약하면 불교의 위상만 추락시킨다’는 게 노장의 주장이었다. 해인사 주지로 오라는 간곡한 청을 물리치고 성전암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그런 소신 때문이었다.
불교의 진정한 개혁은 사람을 키우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 나 역시 정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노장을 시봉하던 시자들과 함께 노장이 소유하고 있던 많은 책들을 성전암에 옮겨놓았다. 자재를 직접 짊어지고 올라가 부서진 곳을 수리하고 아궁이도 고쳐놓고 깨끗이 손보는 일을 끝냈다. 바깥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암자 주위에는 철조망을 쳐놓았다.
노장이 공부할 수 있게 월동준비를 마친 뒤 천제, 만수, 상일 등의 행자들에게 시봉을 맡기고 문경 청화산 원적사와 상주 갑장사를 거쳐 묘적암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법전 스님 수행일화 - 《누구없는가》 중